미 법무부, 텍사스주 임신중지 금지법 “위헌적”…소송 제기

● WORLD 2021. 9. 2. 17:56 Posted by 시사 한겨레 ⓘ한마당 시사한매니져

갈란드 법무부 장관 “헌법 무효화려는 책략” 비난

 

메릭 갈란드(가운데) 미국 법무부 장관이 9일 워싱턴에서 텍사스주의 임신중지 금지법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히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미국 법무부가 9일 사실상 임신중지를 금지하는 내용의 텍사스주의 법률에 대해 법적 대응에 들어갔다.

 

미 법무부는 이날 텍사스주 오스틴 연방지방법원에 텍사스주의 법률이 헌법과 상위법에 위배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법을 무효로 하고 주 당국은 물론 해당 법에 따라 개인들이 낙태에 대한 법적 대응에 나서는 것도 막아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메릭 갈란드 법무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텍사스 임신중지법이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명백히 위헌적”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헌법을 무효화하려는 이런 식의 책략은 정치적 성향이 어떻든 모든 미국인이 두려워해야 하는 것”이라며 “이런 식이 승리하면 다른 주들이 다른 분야에서 모델로 삼을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텍사스주는 태아의 심장박동이 확인(임신 6주 무렵)된 뒤부터는 의학적 응급상황을 빼고는 성폭행이나 근친상간을 포함해 임신중지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고 있는 법을 지난 1일 발효했다. 미국은 주마다 임신중지 규정이 다르지만 텍사스주 법처럼 사실상 임신중지를 금지하는 경우는 없다. 텍사스주의 법은 1973년 ‘로 대(對) 웨이드’ 대법원 판결로 확립된 ‘임신 22∼23주 이전 임신 중지권 보장’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것이기도 해 미국 내에서 큰 파장을 일으키는 중이다.

 

텍사스주는 연방정부의 법적인 개입을 피하기 위해 정부기관이 법 위반을 단속하지 않고 시민의 고발을 허용하는 내용으로 법을 만들었다. 임신중지를 시행하거나 돕는 이를 고발하거나 소송을 거는 시민에게 최소 1만달러를 제공하는 내용이 법에 담겨있다. 법무부가 주 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내면서도 개인들의 임신중지 시술 고발 등도 막아달라고 요청한 것이 이 때문이다. 조기원 기자

 

미 ‘텍사스 임신중지 금지법’에 기업 · 연예인 비판 목소리

연예인 100여명 반대 서명…일부는 텍사스 보이콧도

리프트 등 일부 기업, 임신중지 직원과 운동단체 지원

아칸소 등 7개 주 공화당, 유사 금지법 추진 움직임

 

미국 텍사스주가 임신 중지를 사실상 금지시키는 법 시행에 들어간 1일 이에 반대하는 이들이 뉴욕 브루클린 자치구 청사 앞에 모여 항의 집회를 열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주가 지난 1일 미국 내에선 처음으로 임신 중지를 사실상 금지하는 법 시행에 들어간 가운데 이에 대한 찬반 움직임이 격해지고 있다. 일부 기업들이 임신을 중지하는 직원을 지원하겠다고 나섰고, 할리우드의 연예인들도 법 반대 서명과 텍사스 보이콧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면, 아칸소 등 적어도 7개 주의 공화당 정치인들은 비슷한 법 제정 움직임에 나섰다.

 

차량 공유 서비스 회사인 리프트와 우버는 자사 운전자들이 임신 중지 때문에 소송을 당할 경우 소송 비용을 대신 지불하기로 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리프트의 로건 그린 최고경영자는 트위터에 쓴 글에서 “텍사스의 임신 중지 금지법은 여성의 보건 접근권과 선택권에 대한 공격”이라며 여성 건강 관련 단체인 ‘플랜드 페런트후드’에 100만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인터넷 기술 기업 매치 그룹과 범블도 직원들이 임신 중단을 위해 텍사스 밖으로 나갈 경우를 대비한 기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또, 웹 호스팅 업체 고대디는 임신 중지 사례를 접수하는 임신 중지 반대 웹 사이트 한 곳을 차단했다.

 

할리우드 연예인들도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나도 고발한다(미투)’ 운동으로 유명한 배우 얼리사 밀라노는 텍사스의 법이 ‘강제 임신법’이라고 비판하면서 할리우드 차원의 텍사스 보이콧 운동을 촉구했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이날 보도했다. 배우 로재나 아켓은 텍사스에서 촬영하기로 한 영화 출연을 거부했다고 밝혔고, 음악인 잭 안토노프는 “텍사스가 법을 바꿀 때까지 텍사스에서 진행하는 행사 수익금으로 임신 중지 기금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리스 위더스푼, 에바 롱고리아 등 할리우드 연예인 100여 명이 텍사스 임신 중지 금지법을 비판하는 서명에 동참했다고 연예 전문 매체 <데드라인>이 전했다.

 

텍사스의 임신 중지 금지법은 태아의 심장 박동을 확인한 뒤(보통 임신 6주 뒤)에는 어떤 이유로든 임신 중지 조처를 취할 수 없게 하는 내용이다. 다만, 이에 대한 위반은 일반 시민만 고발할 수 있다.

 

이 법 시행에 고무된 공화당원들은 아칸소, 플로리다 등 적어도 7개 주에서 텍사스와 같은 조처를 취하기 위해 법 개정에 나설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전했다. 윌턴 심슨 플로리다주 상원의장은 “이 법은 우리가 이미 작업하고 있는 것과 같은 내용”이라며 텍사스와 같은 내용의 법제화 의지를 비쳤다.

 

한편, 텍사스 트래비스 카운티 지방법원의 마야 게라 갬블 판사는 임신 중지 시술소를 운영하는 ‘플랜드 페런트후드’가 텍사스 최대 임신 중지 반대 단체 ‘텍사스 생명권’에 대해 제기한 소송 일시 금지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텍사스 생명권’과 이 단체 관계자에 국한한 이번 결정은 연방대법원이 이 법의 위헌성 검토를 마치기 전에 소송 봇물에 시달리는 걸 막아주기 위한 것이라고 통신은 지적했다. 신기섭 기자

 

미 텍사스주, ‘임신중지’ 전면 금지 시행

심장박동 확인(6주) 이후 금지법

민주당 “헌법 권리 위반” 반발

보수 우위 대법원, 시행 저지 거부

 

미국 인권운동가들이 1일 텍사스주 에딘버그 시청 앞에서 임신중지를 사실상 금지하는 법 시행에 맞춰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에딘버그/AP 연합뉴스

 

1973년 미국 연방대법원의 결정으로 허용된 임신중지 권리를 결정적으로 후퇴시키는 규제법이 1일 텍사스주에서 시행에 들어갔다. 법 시행을 막기 위해 인권운동가 등이 연방대법원에 제기한 긴급 요청은 2일 오전 대법관들의 5 대 4 표결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 법은 의료인이 태아의 심장박동을 확인한 뒤에는 어떤 경우에도 임신을 중지하지 못하게 규정하고 있다. 심장박동이 감지되는 때는 보통 임신 6주부터이고, 현재 대다수의 중절이 6주 이후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중절을 사실상 전면 금지하는 내용이다.

 

다만, 연방 차원의 개입을 피하려고 정부기관이 법 위반을 단속하지 않고 시민의 고발만 허용하는 내용으로 이뤄졌다고 <에이피>가 전했다. 이 법에 따르면, 시민들은 누구나 임신중절 수술을 시행하거나 돕는 사람을 고발할 수 있고, 고발한 사람은 최소 1만달러(약 1200만원)를 받을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임신중절을 원하는 이를 병원에 데려다주는 것만으로도 고발당할 수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인권운동가들은 물론 조 바이든 대통령을 포함한 민주당 정치인들도 이 법이 헌법적 권리를 위반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 행정부는 이 권리를 지키고 방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주마다 임신중지 규정이 다르지만 텍사스처럼 사실상 임신중지를 금지하는 주는 없다. 공화당이 지배하는 10여개 주가 임신 6주 이후 중절을 금지하는 법 제정을 시도했으나 모두 법원에 의해 저지됐다.

 

텍사스 외에 규정이 가장 엄격한 곳은 임신 20주 이후에는 특별한 경우를 빼고 임신중지를 금지한 미시시피주다. 미시시피에서는 이 시기를 임신 6주 이후로 앞당기는 법 시행을 놓고 법적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오하이오 등 17개 주는 22주 이후부터, 플로리다 등 4개 주는 24주 이후부터, 버지니아는 임신 뒤 6개월(25주 이후)부터 금지한다. 뉴욕·캘리포니아 등 나머지 대부분의 주는 태아가 모체에 의존하지 않고 생존할 수 있는 시점부터 임신중지를 금지하거나 아예 규제가 없다고 <에이피>가 전했다.

 

한편, 보수 우위의 연방대법원은 2일 오전 표결 끝에 법 시행 긴급 중지 요청을 거부하는 결정을 내렸다. 9명의 대법관 가운데 존 로버츠 대법원장 등 4명은 이 결정에 반대했다. 다만, 대법원은 이 결정이 텍사스의 임신중지 금지법이 위헌이 아니라는 판단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며 향후 관련 소송 가능성을 열어줬다. 신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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