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중재법 “권력 감시 위축 우려” 비판하더니…

‘고발 사주’ 의혹엔 제보자 공격·인터넷언론 비하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8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불거진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는 이날 회견에서 “이런 정치공작, 제가 그렇게 무섭나?”라며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언론의 권력감시 보도에 대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이중적 행태가 도마에 올랐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비판하며 권력감시 보도의 중요성을 강조해놓고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는 의혹을 최초 보도한 언론사를 공작정치의 하수인 격으로 깎아내리고 제보자를 공격하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은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처리를 놓고 논란이 일었던 지난달 12일 페이스북에 “권력형 비리는 후속 보도가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 언론사가 고의·중과실 책임을 면하려면 부득이 ‘취재원’이나 ‘제보자’ 등 취재 근거를 밝혀야 한다. 권력형 비리는 내부 제보가 많은데 자신이 드러날 것을 두려워하여 제보 자체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달 22일에는 기자회견을 자청해 “워터게이트 사건, 박종철 사건, 국정농단 사건, 조국 사건, 울산시장 부정선거 사건 등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사건들은 모두 작은 의혹에서 시작됐다”며 “권력 비리를 들춰낸 언론사가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수십억 원을 토해내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마당에 언론사와 기자의 취재가 위축될 것임은 불 보듯 뻔하다”고 했다. 힘 있는 자의 치부를 드러내는 보도의 경우 작은 단초와 제보에서 시작되며 자유로운 취재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이로부터 보름 뒤 윤 전 총장은 자신이 검찰총장 재직 시절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야당에 범여권 인사 고발을 사주했다는 언론의 의혹 보도 앞에서는 입장이 바뀌었다. 8일 기자회견을 열어 ‘손준성 보냄’ 파일을 받은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제보자로 공공연하게 특정한 옛 미래통합당 당직자를 겨냥해서는 “그 사람의 신상에 대해, 과거 그 사람이 어떤 일을 벌였는지 여의도판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메신저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기 위해 제보자로 확인되지도 않은 옛 당직자를 향해 인신모독에 가까운 공격을 가한 것이다.

 

또 “앞으로 정치 공작을 하려면 다 아는 메이저 언론을 통해서, 누가 봐도 믿을 수 있는 신뢰 가는 사람을 통해서 문제를 제기했으면 좋겠다”며 신생 인터넷 언론사를 ‘마이너’로 비하하는 차별적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공익제보의 필요성, 언론의 자유를 거듭 강조해온 자신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보도 앞에선 이중적 시선을 드러낸 셈이다.

 

윤 전 총장의 내로남불식 언론관에 대한 비판은 당내에서도 나왔다. 대선 주자인 하태경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윤석열 언론관, 민주당 언론통제법만큼 위험하다”라며 “자신에 대한 의혹 제기가 부당하다고 해서 왜 마이너 언론에 제보했냐는 식의 문제 제기는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이날 당이 주최한 ‘국민 시그널 면접’ 참석 뒤 기자들과 만나 "마이너 언론은 마치 공신력 없는 것 같이 표현한 것 자체가 굉장히 비뚤어진 언론관”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확산하고 비판이 이어졌지만 윤 전 총장은 자신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9일 강원도 춘천시 국민의힘 강원도당을 방문한 자리에서 전날 제보자를 공격한 발언에 대해 “제가 들을 때 기자들은 (제보자가 누군지) 다 알고 있다 하더라. 그런 차원에서 얘기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메이저-마이너 언론 가르는 발언이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순차적으로 정치 공작을 할 거면 당당하게 처음부터 아예 메이저로 치고 들어가라. 왜 인터넷 매체를 갖다 동원해서 그 짓을 하느냐고 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인터넷 매체에 대해 제가 헐뜯거나 그럴 아무런 이유가 없다”며 “내가 한 말 중에 뭐 폄훼하거나 그런 게 있느냐. 공작에 동원하지 말라, 동원시키지 말라 이 말”이라고 덧붙였다. 고발 사주 의혹을 최초 보도한 <뉴스버스>가 공작에 동원됐다는 폄훼였다. 김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