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경선 앞두고 경선판 요동…타후보 지지 질문에 "민주당 지지"

 

정세균, 민주 대선 경선 후보직 사퇴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13일 경선 후보 사퇴를 전격 선언했다.

 

지난 6월 17일 '강한 대한민국, 경제 대통령'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 88일만 이다.

 

민주당 경선 레이스의 승부처로 꼽히는 호남 순회 경선을 약 2주 앞둔 시점에서 전북이 지지기반인 그가 도중하차함에 따라 경선 판세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정 전 총리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족한 저를 오랫동안 성원해준 많은 분께 고개 숙여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이제 평당원으로 돌아가 하나 되는 민주당,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정 전 총리는 "나라와 국민과 당으로부터 받은 은혜를 갚겠다"며 "함께 뛰던 동료께 응원을, 저를 돕던 동지들께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고 말했다.

 

그는 사퇴를 결심한 계기를 질문받자 "순회 경선을 하면서 고심해왔던 내용"이라며 "저와 함께하는 의원들과 장시간 토론 끝에 결심했다"고 답했다.

 

정 전 총리는 다른 후보 지지 선언 여부에 대한 물음에는 "저는 일관되게 민주당을 지지한다"고만 언급, 즉답을 피했다.

 

호남 순회경선 전 사퇴를 선언한 것이 같은 호남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를 배려한 것이냐는 지적에도 "저는 민주당을 사랑한다. 대한민국을 더 사랑한다"며 "그래서 저의 결정은 민주당과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것"이라고만 답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

 

남은 경선과 대선전에서의 역할론에 대해서는 "어떤 역할을 상정하지는 않는다"며 "민주당의 성공과 승리를 위해 평생을 바쳐온 일관된 태도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뒤 자리를 떴다.

 

정 전 총리가 일단 후보 단일화에 선을 그은 가운데 정 전 총리 지지세력 표심의 향배가 주목된다. 정 전 총리는 친노·친문을 아우르는 민주당의 적통을 자임해왔으며, 경선 초반부터 이낙연 전 대표와의 반명 단일화 여부가 관심을 모았으나 정 전 총리는 단일화는 없다는 입장을 표명해왔다.

 

정 전 총리의 경선 후보 사퇴는 지난 4월 16일 문재인 대통령의 개각 발표로 국무총리직에서 퇴임한 후 150일만이다.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내고,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국무총리까지 역임한 그는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전 대표와 함께 당내 '빅3'라는 평가를 받으며 경선 레이스를 시작했다.

 

예비경선 단계에서는 '노무현의 오른팔' 이광재 의원과 단일화를 이뤄내는 등 당내 정통성과 경제정책 전문성을 강점으로 내세워 선거전을 치러왔다.

 

하지만 충청에서 시작한 순회경선 초반전 줄곧 한 자릿수 저조한 득표에 머물렀고, 전날 발표된 '1차 슈퍼위크' 국민·일반당원 선거인단 개표에서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에 밀린 4위로 내려앉으며 타격을 입었다.

 

정 전 총리는 이날 일정을 올스톱, 마지막 숙고에 들어갔으며 오후 3시 캠프 긴급 회의를 열어 거취를 최종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총리의 사퇴로 민주당 대선 경선 레이스는 5파전으로 재편됐다.

 

호남경선 앞두고 중도하차한 정세균…요동치는 민주 경선

정세균 "저는 민주당 지지"…이재명 · 이낙연 구애경쟁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13일 대선 경선 레이스를 완주하지 못한 채 후보직에서 사퇴하면서 더불어민주당 경선판이 출렁일 전망이다.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호남 경선을 불과 2주일 정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정 전 총리는 전북에 뿌리를 두고 있다. 나아가 범친노·친문 세력을 아우른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정 전 총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다른 후보에 힘을 실을지 여부에 대해 "저는 일관되게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누구를 지지할지 밝히지 않은 셈이다.

 

정 전 총리가 지금까지 얻는 표는 4.27%에 그친다.

 

하지만 호남에서 대선 본선행의 쐐기를 박으려는 이재명 경기지사, 호남에서 대역전의 모멘텀을 확보하려는 이낙연 전 대표 모두 정 전 총리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정 전 총리를 향한 각 후보 진영의 구애 경쟁도 시작됐다.

 

이 지사 측은 정 전 총리가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지 않은 것을 일단 '좋은 신호'로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정 전 총리 캠프에 몸담았던 인사들의 자발적 합류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읽힌다. 이 경우 친문 끌어안기 가속화라는 모습을 연출하며 대세론을 강화할 수 있다.

 

이재명 캠프 측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정 전 총리의 전북 조직, 의원들과도 사적으로 물밑 교류를 주고받아왔다"며 "사실상 우호 관계를 형성해온 셈"이라고 전했다.

 

이 지사는 이날 저녁 SNS를 통해 "정세균 대표님은 제가 진심으로 존경하는 정치 선배"라며 "정치에 입문한 뒤로 큰 도움과 가르침을 받았다"며 사실상 구애에 나섰다.

 

나아가 "정 대표님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이재명은 존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도 했다.

 

반명 연대를 고리로 초반부터 정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띄워온 이 전 대표 캠프는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이력·지역·정체성 등에서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의 공통분모가 적지 않은 만큼 정 전 총리 지지세력의 상당 부분이 옮겨올 것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낙연 캠프의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정 전 총리는 이 전 대표와 색이 가장 비슷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민주당 정통성의 계보를 잇는 분"이라고 교집합을 강조했다.

 

이 전 대표도 SNS에서 정 전 총리가 이룬 성과를 되짚으며 "정세균 선배님은 민주당의 어른이시며, 합리적이고 유능한 개혁주의자"라고 추켜세웠다.

 

그러면서 "국회의원 지망생이셨던 정 선배님을 제가 취재기자로서 처음 뵀던 1996년 이래 25년, 늘 존경해온 정 선배님 앞에 더 큰 보람이 펼쳐지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한자리 모인 민주당 대선주자들=지난 9월 11일 오후 대구 수성구 호텔인터불고 컨벤션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자 선출을 위한 대구·경북 합동 연설에서 후보들이 나란히 서 있다.

 

다른 주자들도 정 전 총리의 결단에 대해 제각기 입장을 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SNS에서 "거인의 부활을 기대한다"며 "민주정부 4기 수립과 정권 재창출에 지대한 역할을 다해 주시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용진 의원은 "정 후보님과 저는 고향도 같다. 그래서 고향 선배님이자 정치 선배님으로 따르고 있다"며 "정 후보님의 길을 저 박용진이 계속 이어가겠다"며 호남 민심을 챙겼다.

 

이런 가운데 이날 오후 당 일각에서 정 전 총리 사퇴에 따라 후보별로 조정된 득표율 수치를 다룬 글이 돌기도 했다.

 

해당 글에는 정 전 총리의 득표수가 무효표가 된다는 설명과 함께 이 지사는 기존 51.41%에서 53.71%로, 이 전 대표는 31.08%에서 32.46%로 상향 조정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에 대해 당 선관위 측은 아직 확정된 수치가 아니라고 선을 었다.

 

이상민 선관위원장은 "무효표 처리 방식을 두고 아직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부분이 있어 여러 의견을 들어본 다음 선관위와 최종적으로 유권해석을 내릴 예정"이라며 "조만간 회의를 거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정세균 사퇴 결단에 일부 의원 눈물도…정세균 "고맙고 미안하다"

 

침묵과 아쉬움, 눈물로 채워진 마지막 캠프 회의였다.

 

13일 오후 4시, 절치부심하던 대권의 꿈을 내려놓고 26년 정치 무대 중앙에서 내려온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그로부터 한 시간 전인 오후 3시께 여의도 용산빌딩 사무실로 캠프 실무진을 소집했다.

 

정 전 총리의 최측근인 이원욱 김영주 안규백 의원은 물론, 조승래 양경숙 김회재 의원, 김성수 전 총리 비서실장과 권혁기 전 청와대 춘추관장 등이 회의실로 들어섰다.

 

비공개로 열린 회의에서는 정 전 총리가 주로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총리는 한 자리에 모인 이들에게 "어려운 상황에서 함께 해줘 감사하다"며 경선 중도 포기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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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진의 의견도 경청했다고 한다.

 

김회재 양경숙 의원 등 일부 초선 의원들은 경선 완주를 주장했지만, 이는 소수에 그쳤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대부분의 참석자는 정 전 총리의 결정을 묵묵히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당을 위한 결단"이라고 평가했고, 앞으로도 뜻을 함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이들도 있었다.

 

일부 참석자들은 눈물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양경숙 의원은 정 전 총리로부터 직접 '경선 후보에서 사퇴하겠다'는 결심을 듣자 울음을 터뜨렸다는 후문이다.

 

정 전 총리는 양 의원을 향해 "고맙고 미안하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 정리하는 게 당을 위해서 좋겠다"며 위로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회의를 마칠 즈음에는 대변인을 맡았던 조승래 의원이 "정세균 캠프 관계자들은 개별적으로 다른 캠프 지지는 선언하지 말자"고 제안했고, 참석자들은 만장일치로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정세균 캠프 소속 의원들끼리 추석 이후 보기로 했다"며 "많은 아쉬움과 회한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