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타고 채찍질’ 미 국경순찰대... “노예 단속하냐” 비난 봇물

● 토픽 2021. 9. 22. 17:04 Posted by 시사 한겨레 ⓘ한마당 시사한매니져

멕시코 국경지대에서 아이티인들 도강 막으려

기마 국경순찰대 채찍 휘두르며 돌진해 위협

‘트럼프와 다른 게 뭐냐’ 민주당서도 비판

아이티 위기 미국행 인파에 바이든 ‘딜레마’

 

19일 멕시코와의 국경인 리오그란데강을 건너온 아이티인들을 미국 국경순찰대가 내쫓고 있다. 델리오/AFP 연합뉴스

 

말을 탄 국경순찰대원들이 채찍을 휘두르며 강을 건너온 아이티 난민들을 내쫓는 장면이 사진과 비디오로 알려지면서 미국 내에서 비난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와 멕시코의 국경 지대인 델리오의 리오그란데 강변에서는 지난 19일 아이티인들을 내쫓으려고 기마 순찰대원들이 출동했다. 미국 언론들이 보도한 현장을 보면, 순찰대원들은 말을 타고 아이티인들을 향해 돌진하며 채찍을 휘둘렀다. 순찰대원들은 “멕시코로 돌아가라”고 외치며 사람들을 몰아붙였고, 혼비백산한 아이티인들은 말을 피하려다 넘어지고 채찍을 맞지 않으려고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기마 순찰대원들을 동원한 추방 작전은 리오그란데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밑에서 난민 신청 절차를 기다리는 인원이 8천여명으로 불어난 가운데 이뤄졌다. 아이티인들은 먹거리와 생활필수품이 부족해 강 건너 멕시코 땅을 오가며 물품을 조달해왔다. 이런 가운데 미국행을 희망하며 국경 지대로 몰려드는 아이티인들이 늘었다.

 

미국 국토안보부는 최근 아이티인들의 유입을 차단하려고 다리를 막는가 하면, 이들이 통로로 이용해온 댐의 배수로도 차단했다. 또 아이티행 전세기를 마련해 입국이 거부당한 이들을 돌려보내고 있다. 국토안보부는 최근 델리오의 ‘아이티 난민 캠프’를 10일 안에 정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국경순찰대원 600명을 증파했다. 다리 밑에서 살아온 아이티인들은 본국 송환을 피해 멕시코 쪽으로 다시 건너가기도 했다.

 

    아이티인들이 20일 아이를 들고 미국-멕시코 국경의 리오그란데강을 건너고 있다. 델리오/AP 연합뉴스

 

단속 장면이 끔찍하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인권 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이번 장면은 과거 도망 노예 추격 작전을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는 흑인 비중이 높은 나라다. 전미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의 데릭 존슨 의장은 “아이티 난민들에 대한 비인간적 대우는 아주 소름이 끼친다”며 “이 행정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남부 국경에서의 인도주의적 위기는 미국 역사에서 가장 어두웠던 순간들의 일부를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속한 민주당 쪽에서도 반발이 거세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바이든 행정부는 인종 혐오적이며 난민법을 무시하는 트럼프식 정책을 지속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한테 이민자 문제를 총괄하는 역할을 부여받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말을 탄 이들이 다른 사람들을 다룬 방식은 끔찍했다”며 “매우 우려스럽다”고 했다. 그는 국토안보부가 이 문제를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델리오 현지의 국경순찰대장은 “이주민들은 계속 (미국과 멕시코를) 왔다갔다 한다”, “누가 밀입국자이고 누가 이주자들인지 분간이 안 된다”며 국경순찰대의 행동을 해명했다.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비판은 그가 선거운동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비인도적 난민·이민 정책을 강도 높게 비난한 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델리오에서의 단속 과정은 ‘트럼프 때와 다른 게 뭐냐’는 지적을 낳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에 딜레마를 안기는 아이티 난민 문제는 2010년 50만명의 사상자와 180만명의 이재민을 발생시킨 대지진에서 비롯됐다. 고국을 등진 아이티인들은 브라질이나 칠레 등 남미 국가에서 하층민 생활을 했다. 이들 중 일부가 바이든 대통령이 집권한 미국이 자신들을 받아줄 것으로 기대하고 멕시코를 통해 미국 입국을 시도하고 있다.

 

올해 7월에 아이티 대통령이 암살되고, 또다른 지진도 이어지면서 나라를 떠나려는 아이티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CNN>은 올해만 해도 미국행을 원하는 아이티인 3만여명이 파나마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콜롬비아에도 미국 입국을 원하는 아이티인이 3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 정부는 지난 5월 아이티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고려해 미국 영토에 이미 도착한 아이티인들에 대한 임시 보호 조처를 발표했다. 하지만 그 이후 도착한 아이티인들은 예외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의 정상회담 자리에서 델리오 사건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만 답했다.

 

이런 가운데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수마일에 걸쳐 주방위군과 텍사스주 공공안전부 차량으로 ‘차벽’을 설치하는 “전례 없는” 월경 방지책 시행에 들어간다고 22일 밝혔다. 이본영 기자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