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2명분 5억여원 상당 특허권 · 상표권 매각하라"

 

미쓰비시중공업 명판= 도쿄 마루노우치 니주바시빌딩의 미쓰비시중공업 본사 명판.[연합]

 

법원이 일제강점기 강제노역 피해 배상을 외면해온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 자산 매각명령을 처음으로 내렸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민사28단독 김용찬 부장판사는 강제노역 피해자인 양금덕(92) 할머니와 김성주(92) 할머니가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상표권·특허권 특별현금화(매각) 명령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번 재판은 미쓰비시중공업 측이 양금덕·김성주 할머니를 상대로 신청한 상표권·특허권 압류명령 재항고 사건을 지난 10일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가 기각한 데 따른 후속 절차다.

 

일본 정부의 사죄 촉구하는 양금덕 할머니= 일제 강점기에 근로정신대로 일본으로 건너가 노역에 시달렸던 양금덕 할머니가 2019년 6월27일 정기 주총이 열린 미쓰비시중공업 본사 앞에서 죽기 전에 일본 정부의 사죄를 받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매각 대상은 상표권 2건(양금덕 할머니)과 특허권 2건(김성주 할머니)이다.

 

매각에 따라 확보할 수 있는 액수는 1명당 2억970만원 상당(이자·지연손해금 포함)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명령 이후엔 감정평가·경매·매각대금 지급·배당 등으로 이어지는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강제노역 피해와 관련해 국내에서 법원이 일본 기업 자산 매각 명령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대법원은 2018년 11월 미쓰비시중공업이 일제 강점기에 동원돼 강제노역한 한국인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확정한 바 있다.

 

한국 법원에 의해 압류 결정된 미쓰비시중공업의 로고 [미쓰비시중공업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미쓰비시중공업은 대법원 확정 후에도 위자료를 지급하지 않았고, 법원은 미쓰비시중공업에 한국 내 상표권 2건과 특허권 6건을 압류하는 강제 절차를 결정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이 압류명령에 불복해 올해 초 항고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대법원에 재항고했지만, 대법원도 미쓰비시중공업에 대한 자산압류 조치가 정당하다며 이를 기각했다.

 

'한국대법 판결 외면' 미쓰비시, 자산 매각명령에 불복 뜻 밝혀

대전지법 결정에 즉시항고 방침 …"일 정부와도 협력해 적절히 대응"

 

일제 강점기의 강제노역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주라는 한국대법원 판결을 거부해온 미쓰비시중공업은 27일, 옛 조선여자근로정신대(정신대) 출신인 소송 원고들이 압류처분을 받아낸 자사의 상표권과 특허권과 관련해 매각명령이 내려진 것에 대해 즉시항고 방침을 밝혔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미쓰비시 측은 옛 정신대원의 청구권 문제는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완전하고도 최종적으로 해결돼 어떠한 주장도 할 수 없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면서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 법원의 매각명령에 불복하는 즉시항고 절차를 밟고, 일본 정부와도 협력해 적절하게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나고야 미쓰비시·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지원 모임' 일본인 회원들이 지난해 6월 26일 미쓰비시중공업 도쿄 본사 앞에서 옛 정신대원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는 한국대법원 판결을 이행하라고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대전지법 민사28단독 김용찬 부장판사는 정신대 피해자인 양금덕(92)·김성주(92) 할머니 등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상표권·특허권 특별현금화(매각) 명령 신청을 받아들였다.

 

한반도 출신인 징용 및 강제 노역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 기업을 상대로 한국 내에서 벌인 손해배상 청구 소송 가운데 승소 확정판결이 나온 사안에서 배상 책임을 외면하는 피고 기업의 자산에 대한 매각명령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일본 정부는 2018년 10월 일본제철과 같은 해 11월 미쓰비시중공업에 각각 위자료 배상 책임을 지우는 한국대법원의 확정판결이 잇따라 나온 뒤 판결에 불응한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이 매각을 통해 현금화되는 등 실질적 피해가 발생할 경우 보복하겠다고 위협해 왔다.

 

이에 따라 매각명령이 집행돼 현금화로 이어지면 두 판결을 계기로 경색된 한일 관계는 한층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매각명령에 대해서도 미쓰비시중공업이 즉시항고를 통한 이의신청이 가능하기 때문에 실제 매각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나고야 미쓰비시·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지원 모임' 일본인 회원들이 지난해 6월 26일 미쓰비시중공업 도쿄 본사 앞에서 옛 정신대원 피해자들에게 배상하라는 한국대법원 판결을 이행하라고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대법원은 2018년 11월 미쓰비시중공업이 일제 강점기에 동원돼 강제노역에 시달린 피해자와 유족들에 1인당 1억∼1억5천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미쓰비시 측은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개인 배상 책임이 없어졌다고 주장하는 일본 정부 입장에 따라 응하지 않았다.

 

이에 양금덕·김성주 할머니 등 원고 측은 관할 지방법원에 신청해 미쓰비시중공업의 한국 내 상표권과 특허권에 대한 압류 결정을 받아냈다.

 

미쓰비시 측은 올해 초 항고했다가 기각되자 재항고했고, 대법원도 압류조치가 정당하다며 지난 10일 재항고를 받아들이지 않아 이번에 대전지법의 매각명령으로 이어졌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미쓰비시중공업이 자산압류 조치에 불복해 낸 재항고를 한국대법원이 기각한 것에 대해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며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이 "현금화에 이르면 한일 관계에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게 되므로 피해야 한다"는 주장을 반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