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추석 전 제보 받은 건 사실” 곽 의원에 확인 후 조처 안해
이준석 “육참골단 기조로 대응... 곽, 결단해야” 의원직 사퇴 요구
민주당 “50억 퇴직금 알고도 화천대유 누구 것이냐 외쳤나”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와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며 대화하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곽상도 의원의 아들 곽아무개(31)씨가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로부터 50억원의 퇴직금을 수령한 사실을 추석 연휴 전 미리 파악한 것으로 27일 드러났다. 국민의힘은 당시 곽 의원에게 직접 사실 확인까지 하고도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은 채 대여 공세만 강화해 의도적으로 사실을 숨긴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 지도부가 이를 조직적으로 묵인했다고 비판했다. 이날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이준석 대표는 “젊은 세대의 분노가 클 것이다. 곽 의원이 (거취를) 결단해야 한다”며 곽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고,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그에 대한 추가 조처에 나설 수 있다는 뜻도 밝혔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27일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추석 전에 곽 의원 아들이 50억원의 퇴직금을 받은 사실을 인지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곽상도 의원의 경우 그런 제보가 있던 것도 사실”이라며 “본인에게 경위를 물어보니 언론 보도와 같은 형태의 그런 답변이었다”고 말했다.
앞서 <노컷뉴스>는 추석 연휴 전인 2주 전쯤 곽 의원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50억원을 받은 사실을 국민의힘 쪽이 알고 있었다고 보도했는데, 이를 인정한 것이다. 그는 ‘왜 당 차원에서 바로 조치하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국민 정서에 부합하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해서 특검에 의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답변을 피했다.
하지만 김 원내대표는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1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대장동게이트는 권력을 교묘히 악용한 사람의 도움을 받아 서민 호주머니를 털어 특정 개인에게 천문학적 이익을 실현시킨 악질 사건”이라고 규정하며 이재명 경기지사를 비판하고 “국민의힘은 태스크포스를 통해 권력형 비리 의혹을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26일 화천대유가 보도자료를 통해 곽 의원 아들에게 50억원의 퇴직금을 지급한 사실을 공개하자 뒤늦게 곽 의원 징계를 논의했지만 회의 직전 곽 의원이 자진 탈당하면서 징계는 무산됐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김 원내대표가 긴급 최고위 전 곽 의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엄중한 상황’에 대해서 설명한 것으로만 들었다”고 전했다. 김 원내대표가 곽 의원 탈당을 권유하는 방식으로 ‘꼬리자르기’를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곽상도 의원 역시 아들의 퇴직금 50억원 수령 사실을 감춘 채, “입사해서 겨우 250만원 월급 받은 제 아들은 회사 직원일 뿐”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아들인 곽씨는 전날 입장문에서 “(아버지가) 어떻게 된 것인지 물어보셔서 급여랑 성과급 등을 말씀드렸다”고 밝혀, 곽 의원이 월급 내역만 선별 공개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국민의힘 안에서도 ‘꼬리자르기’식 대응으로 문제를 덮기 어렵다는 지적과 함께 탈당한 곽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미국 방문을 마치고 이날 귀국한 이준석 대표는 인천공항에서 “젊은 세대의 눈높이에 맞춰가기 위해선 곽 의원이 (거취를) 결단해야 한다”며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고, “곽 의원이 탈당했기 때문에 당 징계 절차를 하기 어렵게 됐지만, 검찰 수사 등을 통해 의원의 품위 유지에 실패했다는 생각이 들면 저희가 그 이상의 조치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자신의 페이스북에 “곽상도 의원 아들의 퇴직금 건은 산재에 따른 보상 등으로 해명되지 않는다.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위해서 곽상도 의원의 탈당 이상의 추가적 거취표명을 요구한다”며 “육참골단을 기조로 삼겠다”고 적었다. ‘자신의 살을 베어 내주고 상대방의 뼈를 자른다’는 뜻의 사자성어까지 인용해 곽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거듭 압박하며, 그에 대한 의원직 제명 등 추가 조처도 가능하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박성민, 강민국 의원 등 국민의힘 초선 의원 7명도 이날 성명서를 내어 “곽 의원은 이미 공직자로서, 국회의원으로서 자격을 상실했다”며 “깨끗하게 의원직을 내려놓고 수사를 받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것을 알고도 우리 당의 이재명 후보를 공격하면서 화천대유는 누구의 것이냐고 외치는 그 이중성, 그 얼굴이 참 궁금하다”며 “이준석 대표, 김기현 원내대표는 ‘화천대유는 누구 겁니까’ 외치기 전에 자체적으로 전부 조사해서 스스로 하시라”고 촉구했다. 장나래 기자
화천대유 대표 등 곽상도에 2000만원 ‘쪼개기 후원’ 의혹
아들의 ‘퇴직금 50억원 수령’ 논란으로 국민의힘을 탈당한 곽상도 의원이 과거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핵심 관계자들로부터 모두 2000만원의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곽 의원이 아들 취업을 포함해 화천대유와 긴밀한 관계를 맺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27일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2016∼2019년도 국회의원 후원금 고액 후원자’ 명단을 보면, 곽 의원은 화천대유의 이아무개 대표로부터 2016년,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500만원씩 후원을 받았다. 500만원은 정치자금법상 개인이 국회의원에게 후원할 수 있는 최대한도다.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4호 소유주인 남아무개 변호사와 5호 소유주인 정아무개 회계사도 2017년 각각 최고한도인 500만원을 후원했다. 곽 의원은 화천대유 관계자로부터 모두 2000만원의 후원금을 받은 것이다.
곽 의원은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50억원을 받은 것이 드러난 뒤에도 화천대유와의 관련성은 완강히 부인해왔다. 곽 의원은 전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어떤 구조로 인허가를 받아 돈을 버는 회사인지 전혀 몰랐다”며 “돈이 오간 건 자금 추적을 확인하면 다 나올 텐데 전혀 관련성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곽 의원 설명대로라면 잘 알지도 못하는 회사의 핵심 관계자들이 최고액을 후원했다는 말이 된다.
곽 의원의 아들은 2015년 6월부터 올해 3월까지 화천대유에 재직했는데, 회사 관계자들이 고액 후원에 나선 것은 이 기간과 겹친다. 화천대유 관계자들이 법정 한도를 맞추기 위해 개인 명의로 500만원씩 ‘쪼개기 후원’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정치자금법상 한 사람이 1년 간 국회의원 후원회에 기부할 수 있는 금액은 500만원이며, 법인이나 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장나래 최하얀 기자
화천대유 김만배 “기본 퇴직금 5억…곽상도 아들은 산재”
“정치권 로비·불법 없어…경찰 조사서 소명할 것”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막대한 배당을 챙겨 특혜 논란을 빚은 화천대유자산관의 최대 주주 김만배씨(가운데)가 9월27일 오전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용산경찰서에 출석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특혜 의혹이 제기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27일 경찰 조사 출석에 앞서 정치권 연루 의혹에 관해 취재진에게 “전혀 그런 게 없다”고 밝혔다.
이날 김씨는 오전 9시54분께 서울 용산경찰서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에 앞서 취재진에게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김씨는 곽상도 무소속 의원 아들이 퇴직금 50억 원을 지급받은 것이 과도하다는 지적에 대해 “여러가지 의혹과 억측이 있는데 저희(화천대유)는 기본 퇴직금이 5억원 정도로 추정된다”며 “회사가 계속 성과가 있으니 각 분야에서 성과 있는 분들에 대해 이사회나 임원회의를 통해 (퇴직금을) 결정하는데 거긴(박영수 전 특검 딸) 아직 퇴직 처리 안 됐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개인적인 프라이버시 관련이라 말씀드리기 곤란하다. (곽 의원 아들이) 산재를 입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화천대유의 정치권 로비 의혹도 부인했다. 김씨는 ‘화천대유가 정치권을 통해 로비를 했거나 정치권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 “여러분이 염려하는 바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전혀 그런 게 없다”고 강조했다. 유력 법조인들로 ‘호화 법률 고문단’을 꾸렸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대가성은 없었다. 정신적·심리적으로 많이 조언해주는 멘토같은 분들이라 모셨다”고 말했다.
김씨는 장기 대여금 명목으로 거액의 회삿돈을 빌린 데 대해 “불법은 없었다. 경찰 조사에서 보다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가진 돈은 없고 사업을 하면서 빌려온 많은 돈에 대해 운영비로 쓰였다. 계좌에 다 나와 있다”고도 말했다. 이어 “원래 9월부터 상환하기로 했는데 일이 터져서 세무적인 정리를 못하고 있다”며 “바로 순차적으로 정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경찰은 김씨를 상대로 거액의 회삿돈을 빌린 경위와 사용처 등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화천대유 감사보고서를 보면, 김씨는 화천대유로부터 장기대여금 명목으로 473억원을 빌렸다.
지난 4월 금융정보분석원(FIU)은 김씨와 화천대유 이아무개 대표가 회사로부터 거액을 빌리는 등 수상한 자금 흐름이 있다고 경찰에 통보했다. 경찰은 입건 전 조사를 벌이는 중이며, 앞서 화천대유에서 26억8천만원을 빌렸다가 갚은 이 대표를 불러 화천대유와 회사 관계자들 사이의 채권·채무 관계를 조사한 바 있다. 화천대유는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추진한 대장동 개발사업 참여 업체로, 투자 대비 막대한 이익을 낸 것을 두고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 김윤주 기자
“위례신도시, 대장동 축소판”…확전 시도하는 국민의힘
이재명 시장때 유사한 방식 개발
“천화동인 2명, 위례도 배당 정황”
곽 의원엔 거리두기 “조사 응하라”
국민의힘 ‘이재명 경기도지사 대장동 게이트’ 진상조사 특별위원회가 27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청을 방문하고 있다.
‘곽상도 의원 아들 50억원 퇴직금’ 악재를 맞은 국민의힘이 위례신도시 개발특혜 의혹을 새로 제기하며 ‘이재명 책임론’을 거듭 부각했다. 탈당한 곽상도 의원에 대해서는 초선 의원들이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을 내는 등 철저히 거리 두기를 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2013년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이 대장동 축소판이란 의혹이 제기됐다. 대장동뿐만 아니라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의 관련 의혹도 철저히 따져 묻겠다”며 “(두 사업의) 가장 큰 공통분모는 모두 당시 성남시장이 이재명 후보라는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이 이날 공개한 자료를 보면,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주관한 민관합동개발은 2013년 위례신도시 아파트 공사와 2015년 대장동 개발사업이다. 이들 사업과 앞서거나 비슷한 시기에 시행된 하남, 안산, 의왕시의 민관합동개발사업과는 달리 이들 사업에선 부동산개발 특수목적법인(PFV)에 앞서 자산관리회사(AMC)가 먼저 생겼다. 통상 회계 관리와 이익배분 문제 탓에 자산관리회사를 투자자로 두지 않거나 추후에 설립하는 것이 경우가 많은데, 위례와 대장동은 이런 ‘관례’를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지자체가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도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하남도시공사는 사전에 확정이익을 보장받은 뒤 초과수익은 지분율에 비례해 민간과 나누는 방식을 택했고, 안산과 의왕도 공사 지분율에 따라 수익을 더 많이 가져가도록 했다. 하지만 위례는 성남시가 수익의 50%만 받겠다고 이익을 ‘확정’했고, 대장동의 경우 1822억원을 ‘우선’ 배정받도록 했지만 나머지는 민간이 가져가도록 했다.
권 의원 쪽은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4호 실소유주인 남욱 변호사 가족과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아무개 회계사 가족이 위례신도시 사업에서도 배당받은 정황도 드러났다”며 “성남에서 개발수익을 노린 세력이 있었고 이들이 더 많은 수익을 얻는 방식으로 개발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이재명 경기도지사 대장동 게이트 진상조사 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이날 성남시청을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윤창현 의원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손대는 것마다 게이트”라며 “우리 당 의원이 일부 실수가 있었던 것을 갖고 물고 늘어져서 전체를 덮으려고 하느냐. 곽상도 하나로 모든 게 덮어지느냐”라고 말했다.
아울러 여당에 ‘국민의힘 게이트’라는 공격의 빌미를 준 곽상도 의원에 대해서는 조기 ‘손절매’하려 했다. 박성민, 강민국 의원 등 초선 의원 7명은 곽 의원에게 의원직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이번 일로 곽 의원은 이미 공직자로서, 국회의원으로서 자격을 상실했다. 국회의원직에 연연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라며 “곽 의원은 깨끗하게 의원직을 내려놓고 수사를 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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