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출발 3년만에…2025년 수성 궤도 진입

 

 최근접 지점을 통과한 지 10분 후 수성 2418km 거리에서 찍은 사진. 사진에 보이는 지역은 수성의 북반구다. 탐사선의 안테나와 자력계도 사진에 보인다. 유럽우주국 제공

 

유럽우주국과 일본의 공동 수성 탐사선 베피콜롬보가 처음으로 수성을 근접비행(스윙바이 또는 플라이바이)했다. 2018년 10월 지구를 출발한 지 3년 만이다.

 

유럽우주국은 베피콜롬보가 10월1일 오후 11시34분(세계시 기준, 한국시각 2일 오전 7시34분) 태양계 가장 안쪽에 있는 가장 작은 행성 수성을 199km 거리에서 통과 비행했다고 밝혔다. 현재 베피콜롬보와 지구의 거리는 1억km가 조금 넘는다.

 

베피콜롬보는 이와 함께 첫 근접비행 중 찍은 수성 표면의 흑백 사진들을 보내왔다. 사진을 보면 수성 표면에는 달처럼 많은 분화구들이 있다.

 

베피콜롬보는 근접비행 중 모니터링 카메라 3대 중 2대로 약 4시간에 걸쳐 수성 사진을 촬영했다. 그러나 수성을 근접통과한 때가 밤 시간대여서 촬영 조건은 좋지 않았다. 유럽우주국은 베피콜롬보가 근접비행 과정에서 수성 자기장에 대한 몇 가지 과학적 측정도 수행했다고 밝혔다.

 

최근접 지점 통과 6분 후 1183km 거리에서 찍은 수성 남반구. 이번 비행 중 최근접 촬영 사진이다. 유럽우주국 제공

 

베피콜롬보는 2025년 12월 수성 궤도에 진입할 때까지 앞으로 5차례 더 수성 근접비행을 시도한다. 베피콜롬보의 근접비행은 연료 절약을 위한 중력도움비행의 일환이다. 중력도움비행은 다른 천체 가까이 다가간 뒤 그 천체의 중력 에너지를 이용해 탐사선의 속도를 높이고 방향을 조정하는 것을 말한다. 베피콜롬보의 중력도움비행은 총 9번(지구 1번, 금성 2번, 수성 6번) 예정돼 있으며, 이번이 네번째다.

 

베피콜롬보의 수성 근접통과비행 상상도. 유럽우주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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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 궤도 진입하면 두개 탐사선으로 분리

 

베피콜롬보는 유럽우주국의 ‘수성 행성 궤도선’(MPO)과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작사)의 ‘수성 자기장 궤도선’(MMO)’ 두 개의 탐사선으로 구성돼 있다. 두 탐사선은 2026년부터 분리돼 고도 480~1500km의 타원궤도를 돌며 각각 1년 동안 독립적으로 수성 탐사를 시작한다.

 

베피콜롬보의 기본 임무는 수성 표면을 촬영하고 자기장을 분석하는 것이다. 또 수성의 거대한 핵을 이루고 있는 철 성분도 분석한다. 수성은 전체의 64%가 철이다. 수성이 핵이 크고 지각이 얇은 행성이 된 것은 거대한 천체가 수성과 충돌하면서 맨틀 대부분을 날려버렸기 때문으로 과학자들은 추정한다. 수성은 태양을 두번 공전하는 동안 세번 자전한다. 공전 주기는 88일.

 

베피콜롬보가 첫 수성 근접비행을 한 날은 우주선 명칭의 주인공인 이탈리아 과학자 주세페 베피 콜롬보의 탄생 101주년(1920년 10월2일생)이 되는 날이기도 한다. 베피콜롬보는 1970년대 미 항공우주국의 매리너10호 수성 탐사 때 처음으로 중력도움비행 방식을 제안해, 오늘날 ‘플라이바이의 아버지’로 불린다.

 

 왼쪽은 수성, 금성, 지구, 화성의 현재 위치. 오른쪽은 베피콜롬보의 근접통과비행 경로. 유럽우주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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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세번째 수성 탐사선…다음 근접비행은 내년 6월

 

수성과 지구의 거리는 평균 7700만km로 지구~태양 평균 거리의 절반 정도이다. 평균 거리로만 보면 금성보다 가까운 행성이다. 그러나 태양 중력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다 공전 속도가 초속 47km로 지구보다 1.5배나 빠르고, 표면 온도가 낮에는 400도, 밤에는 영하 170도로 변화가 극심해 우주선이 수성 궤도에 안정적으로 진입하거나 착륙하는 것이 쉽지 않다.

 

따라서 그동안 우주 탐사에서 후순위로 밀려나 있었다. 베피콜롬보는 1970년대 매리너10호(미국), 2011년 메신저호(미국) 이후 10년 만에 수성을 다시 방문하는 세번째 수성 탐사선이다.

 

베피콜롬보의 다음 수성 근접비행은 2022년 6월23일로 예정돼 있다. 곽노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