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t 엔진 4기 묶어 정밀제어하는 '클러스터링' 1단 엔진이 핵심

12년간 2조원 투입…300여 기업에서 500명 참여, 국내기업 수혜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의 개발을 마치고 10월 21일을 1차 발사할 예정이다.

누리호 계획은 12년간 거의 2조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국내 우주과학기술의 역량이 총동원된 초대형 프로젝트다. 특히, 우여곡절 끝에 2013년 발사에 성공한 '나로호'(KSLV-I) 때와 달리 누리호 개발은 모든 과정이 국내 기술로 진행됐다.

 

'누리호'(KSLV-II)는 8년여 전 발사된 나로호(KSLV-I)와 달리, 누리호는 설계, 제작, 시험, 발사 운용 등 모든 과정이 순수 국내 기술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우주 프로젝트의 소중한 결실이다.

 

12년간 투입 예산이 1조9천572억원에 이르는 누리호가 발사에 성공하면 우리나라의 우주 개발 여정에 중요한 이정표가 된다.

 

◇ 자력 개발 대형액체엔진에 클러스터링 기술 사용

 

10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10년 3월 시작된 누리호 개발 사업의 목표는 1.5t급 실용위성을 지구 저궤도(600∼800km)에 투입할 발사체를 만드는 것이다.

 

발사주관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이번 발사에 사용될 누리호 비행모델(FM)을 2018년 4월부터 제작해 올해 8월 최종 조립을 마쳤다.

 

누리호는 스테인리스강, 구리-크롬 합금 등으로 제작된 총 길이 47.2m, 중량 200t의 매우 복잡한 구조물이다.

 

각각 추력(推力)이 75t급인 액체엔진 4기가 '클러스터링'으로 묶여 있는 1단부, 추력 75t급 액체엔진 1기가 달린 2단부, 추력 7t급 액체엔진이 달린 3단부로 구성됐다.

 

누리호는 이달 21일로 예정된 1차 발사에선 1.5t 모사체 위성(더미 위성)을, 내년 5월로 계획된 2차 발사에선 0.2t 성능 검증 위성과 1.3t 더미 위성을 각각 실을 예정이다.

 

누리호에 실린 엔진들은 1.5t 무게의 중형차 약 130여 대를 들어 올릴 수 있는 힘을 낸다.

 

누리호의 7t급, 75t급 엔진은 고압, 극저온, 초고온의 극한 환경에서 작동하도록 개발됐다. 75t급 엔진의 연소 압력은 대기압의 60배에 이르며, 연소가스의 온도는 3천500℃, 산화제의 온도는 -183℃다.

 

75t급 엔진은 지금까지 총 184회의 연소시험에서 누적연소시간 1만8천290초의 테스트를 거쳤다. 7t급 엔진도 연소시험 총 93회, 누적연소시험 1만6천925.7초를 수행하며 성능 입증을 끝냈다.

 

특히 누리호 1단에 쓰인 엔진 4기의 클러스터링은 제작 과정 중 가장 난도가 높은 기술 중 하나였다. 75t급 엔진 4기가 묶여 마치 단일한 300t급 엔진처럼 정확하게 제어되고 동시에 점화해 동일한 추력을 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누리호의 1단 추진체 탱크 내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발사체 부피의 80%를 차지하는 탱크는 극저온의 산화제와 상온의 연료를 저장한다. 누리호의 탱크는 최대 높이가 10m, 직경이 3.5m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두께 2.5∼3.0mm의 얇은 알루미늄으로 제작됐다.

 

탱크 내부는 하중과 압력을 견딜 수 있도록 격자구조로 설계됐다.

 

삼각형 형태의 격자 보강 구조가 반복되는 이 같은 설계 방식은 설계 최적의 값을 찾기 위한 반복적 계산과 해석이 필요한 등 제작이 매우 까다롭다.

 

추진제는 연료와 산화제(공기가 희박한 고도에서도 연료가 연소할 수 있게 돕는 역할)로 구성된다. 누리호는 케로신(등유)과 액체산소를 각각 연료와 산화제로 쓴다.

 

케로신은 가솔린(휘발유)보다 휘발성이 낮고 끓는점은 높아 상온 저장과 사용이 쉽다. 또 가격이 저렴하고 비교적 환경오염도 적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기립 완료= 발사대로 이송해 기립장치에 기립된 누리호 비행 기체의 모습.

 

◇ 개발 참여 기업만 300여 개…사업비 80% 참여 산업체에 쓰여

 

누리호 개발에는 300여 개의 기업에서 약 500여 명이 참여했다.

 

누리호 전체 사업비의 80% 정도인 약 1조5천억원은 참여 기업에게 쓰였다. 나로호 개발 당시 국내 산업체 집행액은 1천775억원에 불과했다.

 

이는 누리호 개발을 통해 우주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관련 기업의 기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누리호 개발 초기부터 산·연 공동설계센터를 구축해 관련 기술 이전을 지원한 것도 이 때문이다.

 

누리호 체계 총조립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맡았고 엔진 총조립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가 진행했다.

 

이외에도 ▲ 체계종합(유콘시스템, 카프마이크로 등 6곳) ▲ 추진기관/엔진(에스엔에이치, 비츠로넥스텍 등 9곳) ▲ 구조체(두원중공업, 에스앤케이항공 등 9곳) ▲ 유도 제어/전자(7곳) ▲ 열/공력(한양이엔지, 지브이엔지니어링 등 3곳) 등 주력 분야 참여 기업은 30여개에 달한다.

 

누리호가 쏘아 올려질 발사대도 국산이다.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내 한국형 발사체 발사대(제2발사대)는 현대중공업[329180]이 총괄해 지난 2016년부터 지난 3월까지 약 4년 6개월에 걸쳐 건립됐다.

 

제1발사대는 러시아로부터 기본 도면을 입수해 제작된 것으로, 나로호 발사에 이용된 후 개조를 거쳐 누리호 시험발사체 운용에 쓰였다.

 

국내 기업들이 세운 제2발사대에는 3단형 누리호에 맞춰 높이 48m의 엄빌리칼(umbilical) 타워도 구축됐다. '탯줄로 이어진'라는 이름의 어원에 걸맞게 해당 구조물은 누리호에 추진제와 가스류 등 연료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