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샤트너, 생애 첫 우주여행에 감격 눈물

“우주에서 본 지구 대기층은 얇은 편린이었다”

 

베이조스에게 우주여행 중의 느낌을 말하던 도중, 감격에 겨워 눈물을 훔치고 있는 윌리엄 샤트너. 블루오리진 제공

 

“압도당했다. 전혀 생각지 못했던 일이다.”

 

생애 90년만에 처음으로 우주비행을 하고 돌아온 노배우 윌리엄 샤트너는 우주여행의 순간을 이야기하며 끝내 감격의 눈물을 훔치고야 말았다.

 

1960년대 미국 인기 드라마 ‘스타트렉’의 화면 속에서 광활한 우주를 누비고 다녔던 USS엔터프라이즈호의 제임스 커크 선장은 반세기만에 실제 우주를 체험한 뒤 감상에 푹 젖었다.

 

13일 블루오리진이 선물한 우주여행은 비록 10여분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그는 고도 106km의 우주경계선에서 무중력 상태를 체험하며, 상상하지 못했던 광경을 온몸으로 보고 느꼈다.

 

화창한 가을날 아침 먼지를 뒤집어쓴 채 텍사스 사막에 내린 우주선 캡슐의 문을 열고 나온 그는 마중 나온 제프 베이조스 블루오리진 창업자를 포옹한 뒤, 그 짧은 시간 자신의 몸과 마음을 압도했던 그 무언가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고도 100km 우주경계선에서 지구를 조망하고 있는 윌리엄 샤트너.

 

“당신은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심오한 경험을 나에게 주었다. 난 방금 일어난 일에 대한 감흥으로 가득차 있다. 지금 이 느낌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되돌아가고 싶지 않다. 이 느낌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다. 이것은 나와 삶보다 훨씬 더 대단하다.”

 

그는 “전 세계 모든 이들이 이것(우주여행)을 할 필요가 있다. 모두가 이걸 봐야 한다.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최고 고도에 오른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샤트너(오른쪽 두번째)와 일행.

_______

“아래쪽 푸른색, 그 위의 검은색…이것은 삶, 저것은 죽음”

 

마치 영화의 독백 대사를 읊조리듯 샤트너는 자신의 눈에 비친 푸른색 지구와 암흑 우주의 경이로움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어둠 속을 들여다봤다. 아래를 봤다. 아래쪽은 푸른색이었고, 그 위는 검은색이었다. 어머니같은 지구와 안락함, 그리고 죽음이 있는 걸까?"

 

감정이입이 된 그의 목소리는 젖어 있었다. “이것은 삶이요, 저것은 죽음이다. 와우, 죽음도 찰나에 오는구나. 그게 내가 본 것이었다.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믿을 수 없는 경험이다.”

 

    샤트너 일행이 무중력 체험을 하고 있다.

 

그는 몸으로 느낀 물리적 우주비행도 낯설고 흥미로왔지만 시각적, 감정적 경험은 그보다 훨씬 더했다고 말했다.

 

“위장이 솟구쳐 올라왔다. 너무 이상했다. 하지만 파란색만큼 이상하지는 않았다. 이건 내가 경험해 본 적이 없는 것이다. 그것은 아름다운 색상이었지만 너무 얇았고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샤트너는 베이조스에게 “이는 ‘리틀 그린맨’(외계인을 가리킴)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덧없는 삶과 죽음과 깊게 관련돼 있다.”고 덧붙였다.

 

샤트너는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의 대기층을 이렇게 표현했다.

 

“우리의 생명을 지켜주는 이 공기는 피부보다 얇다. 그것은 가느다란 편린이다. 우주적 관점에서 생각하면 이루말할 수 없을 만큼 작은 것이다.”

 

     착륙 후 캡슐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준궤도 우주여행팀.

_______

가치관을 변화시키는 우주여행의 ‘조망 효과’

 

수다쟁이처럼 쏟아낸 샤트너의 장황한 말들은 우주비행사들이 느끼는 이른바 ‘조망 효과’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조망 효과’란 암흑 우주에서 푸르고 아름다운 지구를 내려다보면서 가치관의 변화를 느끼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조망효과를 통해 지구의 소중함에 눈을 뜬 우주비행사들은 지구로 돌아온 뒤 지구 환경 문제에 더 큰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샤트너는 베이조스와 간간이 농담섞인 웃음을 나누면서도 여전히 우주여행의 여운에 압도된 듯 감탄사를 쏟아냈다.

 

“오 마이 갓, 대단한 경험이었다.”

 

이날의 강렬한 경험은 노배우의 여생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곽노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