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들꽃의 자리에서 하나님을 보다

● 교회소식 2021. 10. 9. 13:50 Posted by 시사 한겨레 ⓘ한마당 시사한매니져

[기쁨과 소망]  들꽃의 자리에서 하나님을 보다  

 

다운스뷰장로교회 / 주교돈 담임목사

 

도시를 조금 벗어나서 운전을 하고 달리다보면 광활한 땅, 다양한 자연의 모습이 어울려 장관을 연출해 냅니다. 빠르게 달려서 그럴까요, 순식간에 지나쳐버리는 크고 굵직굵직한 배경에 자연스레 눈이 갑니다. 우리의 인생 여행 마찬가지로, 그럴싸 해보이고, 화려해 보이고, 조금만 시선을 움직여도 보이는 그런 배경을 마음에 담으며 살아갑니다. 그런데 갑자기 달리던 자동차에 문제가 생기고 맙니다. 갑작스럽게 속도가 줄더니 이내 차가 멈추어 서고, 갓길에 세워놓은 차를 이리저리 살펴보다 결국 어딘가에 있을 서비스 차량을 부릅니다. 그리곤 언제나 올까 발을 동동 굴리다가 이내 길가에 털썩 주저앉고 맙니다.

 

그런데 그 때  생각지도 않았던 무언가로 시선이 갑니다. 언제부터 그곳에 있었는지 알 수 없는 작은 들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생각보다 예쁘고, 귀엽기도 합니다. ‘넌 아무도 관심 가져주지 않고, 돌봐주지도 않는데, 어쩜 이렇게 예쁘게 피었니? 이렇게 차가 멈추지 않았다면 나조차도 너를 봐주지 않았을 텐데… 그럼 아마 세상 누구도 너를 봐주지 않았을지도 모를 텐데… 그래도 넌 여기에 변함없이 피어있겠지?’ 빨리 달리던 차에선 시선조차 갈 수 없었던 길가의 들꽃, 하지만 시련이 오고, 여정이 멈추어 섰을 때, 비로소 그 들꽃이 눈에 들어왔고, 몰랐던 들꽃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됩니다. 어느새 그 자리에서 발을 동동거리며 차를 고쳐줄 사람을 기다리던 조급함은 어디에 갔는지… 알 수 없는 평온함이 내 마음에 자리하게 됩니다.

 

인생의 여행 속에서 하나님을 마치 차 안에서 바라보는 광활한 대지와 푸르른 하늘, 그럴싸하게 농장을 달리고 있는 말들처럼, 크고 화려하고, 눈에 잘 띄는 무언가를 통해 본다고 여겨왔습니다. 하지만 실상 분주하게 살아가며 내가 바라보고 있는 것이 무엇이었는가를 정직하게 돌아보면, 뜻밖에도 그 광활한 자연과 화려한 배경의 모습은 하나님이었기보다, 내가 얻으려 애썼던 것들, 분주히 시간과 물질을 투자하며 더 크게 얻으려 했던 내 인생의 욕심, 필요에 대한 절실함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소위 만족할만한 인생의 결과를 두고, 그 속에서 어쩌면 하나님을 찾으려 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던 가운데 멈추어선 자리… 그리고 돌아보게 된 들꽃… 거기에서 우리는 그동안 놓치며 살아왔던 하나님을 만나게 됩니다. 돌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은 채 지내온 시간들이었습니다. 길 바닥 옆에 조용히 자리하고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던 들꽃의 존재, 하지만 내가 몰랐고, 내가 찾지 않았을 뿐,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자리하고 있던 들꽃입니다.

 

이제서야 그 들꽃을 바라보며, 분주하고 안절부절 못하던 내 마음을 가라앉히시고, 들꽃의 아기자기함을 통해 이전에 누리지 못하던 평안과 기다림의 여유를 가져다 줍니다. 그리곤 무릎을 탁 칩니다. ‘그래, 바로 이것이었어. 나는 저 광활하고 화려한 무언가로 부터만, 그리고 조금만 시선을 돌리면 볼 수 있는 무언가로 부터만 하나님을 볼 수 있다고, 그곳에서만 하나님이 일하신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그게 전부가 아니었어. 바로 여기, 아무도 관심갖지 않던 이 자리, 조용히 분주함과 내 욕심을 내려놓고, 내 삶의 힘을 빼고, 이렇게 아래를 바라보면… 여기에도 하나님은 계셨어.’ 하나님을 놓치고 살아가기 쉬운 분주하고, 인간의 열심이 가득한 이 세상, 그런 세상에 살다보니 우리가 놓치고 있던 하나님의 자리가 있었습니다. 바로 들꽃의 자리였던 거죠. 오늘도 분주한 세상, 우리의 시선을 빼앗는 화려함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그 시선을 돌려 낮은 곳, 구석진 곳, 힘겹고 외로운 곳, 그곳에 피어 있는 들꽃을 봅니다. 그곳에 변함없이 피어 있는 들꽃을 통해 나를 향한 주님의 마음으로 다시 힘을 내어 여행을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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