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놀이와 어울림 회복

● 교회소식 2021. 10. 10. 02:57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목회칼럼- 기쁨과 소망]  놀이와 어울림 회복

 

캡스톤장로교회 / 최정근 담임목사

 

인간의 탐욕을 소재로 만든 드라마가 인기다. 저마다 인생의 쓰라린 고통을 당하지만, 자신들 또한 456억원에 눈이 멀어 누군가에게 고통을 주고 게임에서 이겨야만 살아남는다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 이야기다. 왜 이 드라마가 한국을 넘어 80개국이 넘는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고 동시에 드라마 부분 시청 1위가 됐을까? 단순히 황금 만능 시대의 부패와 잔인함 그리고 인간의 얕은 속셈을 적나라하게 또 재미있게 표현 해서일까? 사람마다 관심도 다르고 보는 관점도 다 다르니 그 해답도 한 두가지는 아닐 것 같다.

 

내 관심은 드라마에 등장하는 게임들이다. 줄다리기, 구슬치기, 달고나 뽑기, 오징어 게임 등은 내 어린 시절에도 매일 즐기던 ‘일상 놀이’였다. 요즘 아이들이 컴퓨터 앞에서 키보드와 마우스를 누르며 게임의 세계에 점점 빠지듯이, 나는 매일같이 흙을 밟고, 제치고, 친구들과 뒤엉켜서 세모와 네모 그리고 동그라미 속에서 열심히도 뛰어 놀았다. 이렇게 놀이를 하다보면 승자도 있고 패자도 생긴다. 하지만, 놀이가 끝나면 승부는 지워지고 함께 어울렸던 짜릿함과 따뜻한 여운만 남는다.

 

놀이는 혼자 할 수 없다. 전혀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재미가 없다. 함께 할 상대가 있을 때, 놀이의 진면모를 누리고 즐길 수 있다. 옛 놀이들도 하나같이 함께 어울려 했던 놀이다. 그런데 사는게 힘들고 바쁘다 보니 함께 어울려 놀던 일들은 점점 잊혀지고 멀어져 추억의 한 켠에만 남아있다. 정작 외로운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것이 이 어울림 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다 큰 어른에게 무슨 놀이이고 어울림일까? 싶다가도 놀이의 모양만 다를 뿐 어울림은 어른이나 아이들이 일상에서 누리고 또 결핍되면 아쉬움의 그늘이 드리워지게 마련이다. 어린 자녀가 학교에 가서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것만큼 속상한 일도 없듯이, 사람은 누군가와 함께 어울릴 때, 비로소 자기 자신을 찾게 되기 때문이다. 아담이 하와를 만나 그렇게 커다란 행복감을 느꼈듯이 말이다.

 

그러나 코로나가 막아온 지난 2년의 시간은 어울림 대신 격리와 비대면, 혼자 지내는 시간이 더 좋다! 는 편한 것 같지만 불안하고 불행한 삶을 안겨주었다. 가족도 애인도 심지어 부모 자식도 함께 어울리지 못했다. 물론 바이러스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보이지 않는 부작용은 앞으로 확진자 숫자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피해를 입힐 것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불행의 시작은 끝없는 욕심에서 비롯된 악과 더불어 잃어버린 어울림으로 이어진다. 인간의 생각과 감정으로 전해지는 외로움도 있지만, 오히려 인간의 가장 깊은 내면, 즉 영혼의 외로움이 이 놀이와 어울림을 가로막는다. 그리고 이 어울림의 부재는 점점 인간을 고립되게 하고 결국 세상의 쓰레기 매립장에 아무렇게나 버려지고 태워져도 점점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할 것이다.

 

이제 다시 어울림을 회복해야 할 때이다. 영혼의 외로움을 채울 어울림을 되찾아야 한다. 그리고 이 어울림을 가장 쉽게 시작하는 방법이 놀이다. 그 드라마에 등장하는 죽이고 빼앗기 위한 놀이 말고, 친구들과 손잡고 웃고 환호하며 어울렸던 그 놀이 말이다. 놀 때는 몰랐지만 아이들은 그 놀이를 할 때마다 운동하지 않아도 운동이 되었고, 공부하지 않아도 계산하게 되었다. 동물적 판단과 지혜를 놀이를 통해 저절로 배우고 몸으로 익힌 것이다. 내 영혼의 외로움도 마찬가지 아닐까? 채우려고, 살려고 하는 놀이가 아니라, 놀이를 하다 보니 저절로 영혼에 활기가 들고 하나님과 또 사람들과 함께 잘 어울리는 일상이 되지 않을까?

 

시대의 목마름과 코로나로 잃어버린 삶의 빈자리를 채울 어울림과 놀이가 필요하다.  목사들의 목사라고 부르는 유진 피터슨은 ‘현실, 하나님의 세계’에서 놀이와 어울림을 신자들이 하나님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꼭 필요한 영성으로 꼽는다. 프랑스 화가 앙리 마티스 (프랑스, 20세기)가 그린 ‘춤’을 떠올려보면 함께 어울려 손을 잡고 놀이할 때 영혼에 채워지는 풍성한 기쁨이 그 안에 있음을 본다.

올 가을은 코로나로 찌그러진 이마를 조금이나마 펼 수 있는 어울림과 놀이로 가득한 최상의 놀이터가 되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