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징계처분 정당’ 1심 판결문 뜯어보니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경선 후보가 14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국민의힘 경기도당에서 열린 '경기도당 주요당직자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이 지난 14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징계처분 취소 소송에서 ‘정직 2개월 징계가 정당한 것을 넘어 오히려 징계 수위가 가볍다’고 판결한 것은 윤 전 총장 행동이 검찰 독립성과 공정성을 해치는 중대한 비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법원은 검찰 독립성을 위해 검찰총장에 대한 대통령 징계권 행사는 자제돼야 한다면서도 검찰 독립성만 지나치게 강조하면 검찰 스스로 공정성을 잃을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다. 윤 전 총장 지시와 행동이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정용석)는 A4용지 137쪽(별지 20쪽 포함)에 달하는 판결문에서 이런 판단을 관련자 진술 등을 들어 자세히 설명했다.

 

재판부가 특히 공을 들인 것은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으로 불거진 <채널에이> 사건 감찰·수사 방해 및 판사 사찰 문건 작성 지시였다.

 

판결문에는 윤 전 총장 측근이었던 한동훈 검사장이 연루된 검-언유착 의혹 보도 당시 윤 전 총장이 보였던 반응과 지시 내용 등이 자세히 나온다. <문화방송>이 관련 보도를 한 직후 ‘음성파일을 임의제출 받지 못한다면 압수하겠다’(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고 보고하자 ‘언론에 보도된 녹음파일 음성이 한동훈은 아니다’(윤석열 검찰총장)라고 단언하는 식이다. 이후 윤 전 총장은 ‘해당 검사장(한동훈)은 보도에 등장하는 인물은 자신이 아니라는 입장’이라며 감찰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윤 전 총장과 한 검사장의 각별한 관계를 자세하게 거론했다. 두 사람이 2003년 대검 중앙수사부 대선자금 수사팀, 2006년 대검 중수부 현대차 수사팀, 2016년 국정농단 특별검사팀, 2017년 서울중앙지검과 3차장검사, 2019년 검찰총장과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함께 근무한 점을 언급한 뒤 “언론에서는 ‘윤석열 사단 검사’, ‘대표적 윤석열 라인’으로 보도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해당 시기에 두 사람이 지속적으로 통화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것까지 문제삼을 수는 없더라도 “직연 등 지속적 친분 관계로 인해 일반인 관점에서 공정한 직무수행이 어렵다고 판단될 수 있는 관계에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윤 전 총장 역시 이러한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수사 및 감찰에 개입하지 않거나 자제하는 등 검찰사무의 공정성을 보장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누가 보더라도 친한 두 사람이었기에 검찰총장으로서 공정한 사무를 위해 노력했어야 하는데 오히려 감찰 및 수사에 적극 개입해 방해했다는 취지다. ‘윤 전 총장의 이런 행위가 한 검사장을 보호하려는 수사방해’라고 판단한 법무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판결문에는 판사 사찰 논란을 부른 윤 전 총장의 재판부 분석 문건 작성 지시 전말도 나온다. 윤 전 총장은 2020년 2월 손준성 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에게 “공판이 정말 중요하다”며 주요 사건 재판부 소송지휘 방식, 과거 판결 등 자료를 모으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주요 사건’ 재판부 판사들의 사법연수원 기수, 출신학교, 과거 판결, 우리법연구회 출신, 검찰 간부와 친족, (법원행정처가 정한) 물의야기 법관 같은 정보 및 세평이 수집됐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공소유지를 위해 불가피한 경우에는 이러한 정보 수집이 인정될 수 있지만, 당시 윤 전 총장이 지시한 정보 수집은 이러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대검에서 공소유지 업무를 지휘하는 ‘모든 사건’이 아닌 ‘특정 사건’만을 ‘주요 사건’으로 분류해 해당 재판부 정보를 수집한 것에 어떤 목적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주요 사건을 어떤 기준으로 분류했는지 전혀 알 수 없으며, 우리법연구회 출신, 대통령과 대학 동문 등 특정 정치적 성향을 가진 것처럼 언급하는 정보, 가족관계 등 특정 판사에게 영향력 행사 악용이 가능한 정보를 수집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이를 종합해 재판부는 “재판부 분석 문건은 해당 판사가 편향된 정치적 성향을 가진 것처럼 오인하게 만드는 용도로 악용될 위험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들이 다수 포함된 주요 사건 담당 판사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한 뒤 임의로 가공했다”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 쪽은 모두 “정당한 조치”였다고 했지만, 재판부는 이런 판단을 종합한 뒤 “검찰의 독립성만을 지나치게 강조하게 되면 검찰 스스로 공정성을 잃게 될 위험성도 배제할 없다. 검찰총장이 그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는 중대한 비위행위를 저질러 검찰사무의 적법성 및 공정성을 훼손하는 정도에 이르렀다면 대통령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권을 행사하더라도 검찰 독립성을 들어 부당하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은 이런 1심 판단에 불복해 15일 항소했다.

 

한편 윤 전 총장에 대한 징계의결 전까지 이뤄졌던 직무집행정지 타당성을 다투는 본안소송 선고는 오는 12월10일 나온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한원교) 심리로 15일 열린 변론기일에서 윤 전 총장 쪽은 “면직 이상의 중대한 징계사유가 있을 때 직무집행정지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법무부 쪽은 전날 나온 ‘면직 이상 징계가 가능하다’는 취지의 윤 전 총장의 징계처분 취소소송 1심 판결문을 제출하며 “직무집행정지 타당성을 다툴 법적 이익이 없다”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윤석열 판결, 정치적 고려 했다면 어제 선고 안 했다”

 서울행정법원장, 법사위 국감서 국민의힘 제기에

“원고 쪽도 선거 국면이라 빨리 원한 것으로 안다”

 

김광태 서울고등법원장(사진 왼쪽 끝)이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등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광태 서울고등법원장, 배기열 서울행정법원장, 정종관 수원고등법원장, 성지용 서울중앙지법원장. 연합뉴스

 

배기열 서울행정법원장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 징계는 타당하다’는 지난 14일 행정법원 판결을 두고 ‘정치적 판결’이라는 국민의힘 쪽 주장에 “그렇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일정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정치적 고려를 했다면 (재판부가) 어제 선고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배 법원장은 15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14일 판결이) 특정 정당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정치적 판결인가’라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그렇지 않다. 판결문 글자 그대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정용석)는 윤 전 총장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정직 2개월 징계를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윤 전 총장 패소로 판결했다.

 

이날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해당 판결이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중에 이뤄졌다는 점이 의심스럽다는 취지의 주장을 이어갔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 사건 재판부가 재판을 굉장히 서둘렀다고 한다. 마침 국민의힘 대선 경선과정 한복판에 이런 판결이 내려져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배 법원장은 “원고(윤 전 총장) 쪽에서도 선거 국면이 있어서 빨리 (판결)해주기를 희망했다고 (안다)”라고 반박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지금 국민의힘 경선 중이라 특정 후보의 정치 일정을 고려해 (선고) 일정을 연기하는 것 자체가 다른 후보에게 정치적 결정으로 보일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묻자 배 법원장은 “정치적 고려를 했으면 (재판부가) 어제 선고하지 않았을 것 같다. 그런 의식을 전혀 안 했다는 걸 뒷받침하지 않나 싶다”고 답했다.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한 질의도 이어졌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의 구속영장을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법이 기각한 데 대해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성지용 서울중앙지법원장을 상대로 “(김씨의 구속영장 기각) 보도자료를 보니 구속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되어 있는데 수사가 미흡했다는 것이냐”라고 물었다.

 

이에 성 법원장은 “언론보도를 통해 알았고 구체적인 (기각) 이유는 모른다”고 답했다. 성 법원장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배임 혐의로 구속됐기 때문에 민주당 대선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배임 혐의가 있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지 않은가”라는 같은 당 조수진 의원의 물음에는 “제가 말하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신민정 기자

  

‘윤석열 징계 주도’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 연임 확정

2023년 10월까지 임기…법무부 “검찰개혁 추진 위해”

 

                              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

 

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 연임이 확정됐다. 한 부장은 2019년 취임 뒤,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각을 세워온 인물로 꼽힌다.

 

법무부는 “지속적인 검찰개혁 추진과 조직 안정의 조화를 위해 10월18일자로 한동수 부장을 연임해 임용할 예정”이라고 15일 밝혔다. 감찰부장의 임기는 2년이다. 2019년 10월 임명돼 이달 첫 임기를 마친 그는 연임이 확정되면서 2023년 10월까지 임기가 늘었다. 감찰부장은 검사 직무감찰을 담당하며 검사장급 대우를 받는다.

 

한 부장은 판사출신으로 ‘검찰개혁’의 하나로 법무부가 검찰에 대한 1차 감찰권 강화를 추진하면서 임명된 인사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재직 시절, 한 부장은 그와 꾸준히 대립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4월 불거진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이다. 당시 한 부장은 이 사건에 연루된 윤 전 총장의 측근 한동훈 검사장 감찰에 들어가겠다고 수차례 보고했지만 윤 전 총장은 대검 인권부에 진상조사를 맡겼다.

 

한 부장은 지난해 11월 판사 사찰 의혹을 둘러싼 윤 전 총장 징계 국면에선 윤 전 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 징계 처분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낸 인물로도 꼽힌다. 그는 판사 사찰 의혹 감찰 과정에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지난 14일, 서울행정법원은 윤 전 총장 쪽이 제기한 징계 취소 처분 소송을 기각하며 “법무부 징계가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한 부장은 윤 전 총장 재직 시절 검찰의 고발사주 의혹 사건 진상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이 사건 제보자인 조성은씨가 공익신고를 낸 곳도 바로 대검 감찰부다. 앞서 조씨는 한 부장에게 직접 전화해 공익신고를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감찰부는 이 사건과 관련해 지난해 당시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일한 주요 관계자 조사를 처음으로 벌이기도 했다.

 

법무부는 야당 등을 중심으로 한 부장의 정치적 편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이준호·정병화 전임 대검찰청 감찰부장도 연임된 전례가 있다”고 밝혔다. 전광준 기자

 

윤석열 패소 판결 이유와 전망

“정직 2개월 가볍다” 중과실 판단 ‘정치 중립 위반’ 뺀 3개 사유 인정

수사 중인 고발사주 의혹 맞물려 윤의 검찰 사유화 비판 거세질 듯

 

무속논란 이튿날 여의도순복음교회 예배에 참석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법원이 지난해 12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게 내려진 ‘정직 2개월’의 징계가 정당하다는 것을 넘어 오히려 징계 수위가 가볍고, 면직 이상의 징계까지 가능하다고 판결하면서, 국민의힘 유력 대선 주자인 윤 전 총장은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검찰의 고발사주 의혹에 연루된 상황에서 이번 판결까지 겹치면서 윤 전 총장을 둘러싼 검찰 사유화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징계효력 집행정지 재판에서 패한 법무부는 본안 재판에서 승소함에 따라 윤 전 총장에 대한 징계의 정당성을 확보하게 됐다.

 

윤 전 총장이 14일 1심에서 패소 판결을 받은 결정적 이유는 재판부가 그의 4가지 징계 사유 가운데 3가지 사유를 “검찰 사무의 적법성과 공정성을 해하는 중대한 비위 행위”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 정용석)는 윤 전 총장의 △재판부 사찰 문건 작성·배포 △<채널에이(A)>사건 감찰 방해 △<채널에이>사건 수사 방해 행위를 인정해 징계 사유가 정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재판부 사찰 문건 작성·배포와 관련해 “위법하게 수집된 (판사들의) 개인정보들을 삭제·수정하도록 조처하지 않고 이 문건을 대검 반부패부 및 공공수사부에 전달하도록 지시한 것은 국가공무원 법 등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채널에이> 사건 감찰 방해와 수사 방해를 두고서는 “적법하게 개시된 감찰을 중단시키고, 이 사건 수사지휘권을 대검 부장회의에 위임하고도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지시했다”고 인정했다.

 

다만, 윤 전 총장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때 “(퇴임 뒤) 국민에게 봉사할 길을 찾겠다”며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는 발언을 했다는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에 대해서만 징계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이런 점을 종합해 ‘정직 2개월’의 징계는 가볍다고 지적했다. “검찰공무원의 범죄 및 비위 처리지침,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에서 정한 양정기준에 따르면, 면직 이상의 징계가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가 윤 전 총장의 비위를 공무원 중징계(파면·해임·면직)에 해당하는 중과실로 해석한 셈이다.

 

재판부는 윤 전 총장이 위법하다고 문제 삼은 징계 절차에 대해서도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이는 지난해 윤 전 총장이 제기한 징계효력 집행정지를 받아들인 재판부 판단과는 반대되는 결론이다. 윤 전 총장은 지난해 법무부 징계위원들이 꾸려지는 과정에서 심재철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현 서울남부지검장) 등 4명의 위원을 기피신청했고, 이 신청은 기각됐다.

 

이와 관련해 윤 전 총장 쪽은 ‘재적위원 7명 중 과반수 출석’이란 조건에 미달해 무효라고 주장했다. 징계위원들이 꾸려지는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가 있었으니, 문제가 있는 위원회에서 내린 징계 결정 역시 부당하다는 취지다. 하지만 재판부는 “기피신청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위원이 정족수 산정의 기초가 되는 출석위원에서 제외되지 않는다”며 징계 절차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사실상 윤 전 총장이 ‘완패’한 것이다.

 

지난 3월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난 윤 전 총장은 현직이 아니기 때문에 징계효력이 살아나더라도 업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징계 처분은 윤 전 총장이 앞으로 변호사로 활동하고자 할 때, 변호사법에 따른 변호사 결격사유나 변호사 등록 거부 사유로 작용할 수 있다.

 

이날 1심 판결에 윤 전 총장 징계 과정에 참여한 당시 법무부 간부들은 ‘사필귀정’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번 판결에 대한 의견을 묻는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검찰을 제자리로 돌리기 위한 진심을 (법원이) 인정해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자신의 에스엔에스(SNS)에 “재판부의 판결을 환영한다. 윤 전 총장은 지금이라도 국민께 잘못을 석고대죄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최민영 기자

 

이재명 “‘정직 2개월’ 윤석열, 후보 사퇴·정치활동 중단 선언하라”

 

이재명 페북에 “정치출발의 이유가 허구”…정치적 책임 촉구

“피해자 코스프레”  “친일파 신분위장 독립군 행세” 독설도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경기지사가 14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균형발전 성과와 초광역협력 지원전략 보고'행사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정직 2개월 징계 처분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을 받아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해 “국민께 사죄하고 후보 사퇴는 물론 정치활동 중단을 선언해야 한다”고 직격했다.

 

이 후보는 15일 페이스북에 “(윤 전 총장은) 현직 검찰총장이면서 치밀한 피해자 코스프레로 문재인 정부에 저항하는 이미지를 만들었다. 급기야 이를 대선 출마의 명분으로 축적하고 검찰총장을 사퇴한 후 야당 후보로 변신했다”며 “마치 친일파가 신분을 위장해 독립군 행세를 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로써 윤석열 정치 출발의 근본 이유가 허구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적었다.

 

이 후보는 윤 전 총장에게 ‘정치적 책임’을 촉구했다. 그는 “재판부는 ‘정직 2개월’ 징계가 적법하다 판결했다. 검찰총장직을 사임했더라도 ‘변호사 결격 사유’가 될 수 있음을 적시했다. 정치인으로 치면 정치활동 자격을 상실한 것과 같다. 또한 (재판부는) ‘면직 이상의 징계’가 가능하다고 했다”며 “징계로 면직된 공무원이 공무원의 최고 수장인 대통령이 될 수는 없다. 국민 상식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윤 후보는 즉시 국민께 사죄하고 후보직 사퇴는 물론 마땅히 정치활동 중단을 선언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그나마 검찰의 명예를 지키고 대한민국 공직자의 자존을 지키는 길”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또 판결문에 나타난 윤 전 총장의 판사 불법사찰 및 재판 개입, 감찰 중단 등을 포함해 가족 관련 수사와 고발사주 의혹 등을 일일이 열거한 뒤 “이쯤 되면 윤석열 검찰은 국기문란 헌법파괴 범죄집단 그 자체”라며 “더 강력하고 중단 없는 검찰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채경화 기자

 

 법원 "윤석열 징계 정당, 면직도 가능, 정직 2개월 징계 가벼웠다”

"검찰 사무 적법성·공정성 해하는 중대 비위…정직 2개월 가벼워"

 

     윤석열 전 검찰총장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재직하던 작년 말 법무부로부터 받은 정직 2개월의 징계를 유지하라는 1심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정용석 부장판사)는 14일 윤 전 총장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이에 따라 앞서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으로 일시 중단됐던 징계의 효력이 되살아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법원은 '1심 판결 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징계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법무부가 내세운 윤 전 총장에 대한 징계 사유 4건 가운데 3건인 '재판부 사찰' 문건 작성·배포와 채널A 사건 감찰·수사 방해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 사찰 문건에 대해 재판부는 "원고(윤 전 총장)가 재판부 분석 문건 작성이 완료된 후 보고받았는데도 위법하게 수집된 개인정보를 삭제·수정 조치하지 않고 오히려 문건을 대검 반부패부와 공공수사부에 전달하도록 지시했다"고 지적했다.

 

또 채널A 사건 감찰·수사 방해에 대해서도 윤 전 총장이 채널A 사건 감찰을 중단시키고 대검 인권부가 조사하게 한 점, 수사지휘권을 대검 부장회의에 위임하고도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지시한 점이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인정된 징계 사유들은 검찰 사무의 적법성과 공정성을 해하는 중대한 비위"라며 "이를 이유로 면직 이상의 징계가 가능한 만큼 정직 2개월은 양정 기준에서 정한 범위의 하한보다 가볍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윤 전 총장이 재직 중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는 발언을 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원고가 정치활동을 할 것임을 명백하게 밝혔다고 볼 수 없다"며 징계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윤 전 총장의 소송대리인 손경식 변호사는 판결 직후 "절차에도 문제가 있고 법무부가 내세운 사유도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충분히 소명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판결문을 검토하고 다퉈야 할 것"이라며 항소할 뜻을 내비쳤다.

 

앞서 윤 전 총장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재직하던 작년 12월 검찰총장 신분으로 법무부로부터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법무부는 총 6건의 징계 사유를 내세웠으며 이 가운데 검사징계위원회는 ▲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의 주요 사건 재판부 사찰 의혹 문건 작성·배포 ▲ 채널A 사건 감찰 방해 ▲ 채널A 사건 수사 방해 ▲ 검사로서의 정치적 중립 훼손 4건을 인정했다.

 

이에 윤 전 총장은 "징계 사유가 사실과 다르고 징계 절차도 위법·부당하다"며 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하고 본안 소송을 제기했다.

 

추미애, '윤석열 징계 정당' 판결에 "석고대죄하고 정계 은퇴해야"

 

추미애 전 장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14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 징계가 정당하다고 판단한 법원 판결에 "윤 전 총장은 지금이라도 국민께 잘못을 석고대죄하고 후보직 사퇴와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수사에 성실히 응하는 것이 마땅한 태도"라고 밝혔다.

 

추 전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만시지탄"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추 전 장관은 "무리한 징계라는 과도한 비판에도 진실의 힘을 믿고 기다려 주신 분들에게 늦게나마 진실의 단편을 알리게 돼 기쁘다"며 "통제받지 않는 권력기관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격렬한 저항에 부딪혔지만 결국 국민 눈높이와 상식에 부합하는 결론에 이르러 다행스럽다"고 했다.

 

이어 "오늘의 판결로 다시는 정치검찰이 검찰 권력을 사유화하거나 정치적 야심을 위해 공권력을 남용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징계사유의 원인이 된 한동훈-채널A 사건과 청부고발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로 다시는 정치검찰에 의한 국기문란 사태의 비극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전 총장을 향해서는 "검찰총장으로서는 헌정사상 처음 징계를 받은 자가 됐다"며 "변호사 자격을 거부당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대통령을 하겠다고 나선 모양새가 과연 합당한지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직격했다.

 

추 전 장관은 "정치검찰을 입당시킨 것도 모자라 대선주자로 만든 국민의힘에도 공당으로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징계처분이 확정된 전직 검찰총장 출신 후보에게 어떤 처분을 내리는지 국민과 함께 지켜보겠다"고 했다.

 

윤석열, '정직 2개월 유지'에 "황당한 판결"  황당 반응

캠프 법률팀 "구경하기 어려운 판결로 납득 못해"주장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14일 법무부의 정직 2개월 징계가 정당했다는 법원 판결과 관련, "황당한 판결"이라고 ‘황당한’ 반응을 보이며 반발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판결문을 읽어보고 더 자세한 입장을 밝히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징계 사건 가처분은 좀처럼 인용되지 않는데, 2건이나 인용됐다"며 "그런데도 본안 재판에서 징계 취소 청구를 기각한 것은 황당하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12월 윤 전 총장이 제기한 징계 처분 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해 직무 복귀의 길을 터줬으나, 이날 본안 판결을 통해 정직 2개월이 정당했다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이롸 관련, 윤 전 총장 대선 캠프 법률팀은 이날 판결에 대해 "구경하기 어려운 판결로서 납득할 수 없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법률팀은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권순일 전 대법관의 재판 거래 의혹으로 무너져 내리고 있는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가 더 나빠질 것이 우려된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먼저 법관 사찰 의혹과 관련, "온라인에 공개된 정보를 단순 취합한 것이 개인정보 수집이라는 황당한 판단이 이뤄진 것은 심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채널A 사건 감찰·수사 방해 의혹에 대해선 "이른바 '추미애 라인'이라 불리는 일부 편향된 검찰 관계자들의 일방적 진술을 그대로 받아들였다"며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고 했다.

 

특히 윤 전 총장이 오히려 더 강력한 수사를 지시했다며, "수사·감찰을 방해했다고 판단한 대목은 너무나 터무니없다"고 지적했다.

 

법률팀은 "무리한 정치적 편파 수사에 맞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지키려고 한 검찰총장의 조치를 징계 대상으로 본 이번 재판부 판단은 '정치권력의 검찰 장악에 날개를 달아준 격'으로 볼 수 있어 우려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어 "법과 상식에 반하는 이번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해 반드시 바로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신머리” “버르장머리” “뵈는게 없나”…윤석열발 진흙탕 싸움

 윤석열 ‘당 해체’까지 들먹이자 당내 경쟁 주자들 일제히 반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3일 오후 제주시 연삼로 국민의힘 제주도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자신을 향한 경쟁 주자들의 검증 공세에 “이런 정신머리부터 바꾸지 않으면 우리 당은 없어지는 게 맞다”고 비판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윤 전 총장의 발언은 지난 13일 국민의힘 제주도당에서 개최한 캠프 제주선거대책위원회 임명식에서 자신을 향한 경쟁 후보의 공세에 불쾌감을 표출하면서 나왔다.

 

그는 “정치하기 전에는 ‘제대로 법을 집행하려다가 핍박받는 훌륭한 검사’라고 하던 우리 당 선배들이 제가 정치에 발을 들이니 갑자기 핍박이 의혹으로 바뀐다. 민주당과 손잡고 거기 프레임에 (맞춰) 저를 공격하지 않나”라며 “우리 당이 정신 똑바로 안 차리면 저 혼자 갖고도 안 된다. 정말 우리 당이 정신 차려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공세에 함께 맞서야 할 국민의힘 대선 예비주자들이 자신을 향한 민주당의 네거티브 전술에 편승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경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높아진 검증 강도에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윤 전 총장의 모습이 ‘초보 정치인’ 이미지를 부각하고, 자질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상대 후보) 공격에 반응하는 것이었다면, 그 화살을 당 해체로 돌리는 것은 개연성이 좀 떨어진다”며 “후보 간 설전이 지지자가 우려할 정도까지 격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경쟁자들은 윤 전 총장의 발언을 정면 반박했다. 홍준표 의원은 페이스북에 “(당에) 들어온 지 석달밖에 안 된 사람이 뭐 정신머리 안 바꾸면 당 해체 해야 한다? 참 오만방자하다. 뻔뻔하고 건방지기 짝이 없다”며 윤 전 총장을 질타했다. 홍 의원은 “내 여태 검찰 후배라고 조심스레 다루었지만 다음 토론 때는 혹독한 검증을 해야 하겠다. 그 못된 버르장머리 고치지 않고는 앞으로 정치 계속하기 어렵겠다”고 반격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문재인 정권의 충견 노릇을 한 덕분에 벼락출세하더니 눈에 뵈는 게 없나? 본인과 부인, 장모 사건들부터 챙기시고, 1일 1망언 끊고, 정책 공부 좀 하십시오”라고 일침했다. 그러면서 “지지도 좀 나온다고 정치가 그리 우습게 보이고 당이 발밑에 있는 것 같나”라고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이 최근 경선 토론에서 극찬했던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분명한 실언이다. 당원을 모욕하는 것이기도 하다”며 “국민의힘 소속 경선 후보로서 당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기를 당부드린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윤 전 총장은 수사 및 재판이 진행 중인 장모 요양급여 부정수급 사건, 부인 주가조작 사건이나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 얘기가 나올 때마다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대통령은 극도로 공적인 직무를 수행하는 자리인데, 감정적 대응이 반복되면 국민의 입장에서는 ‘권력을 사유화할 수도 있다’는 인식이 높아지게 된다”며 “본인 시각에서 ‘문제없다’고 판단해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됐다고 할 때까지 몸을 낮춰 설명을 하는 것이 대통령 후보로서 기본적인 태도”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윤 전 총장은 이날 경기도당 주요 당직자와의 간담회에서 “당의 문을 닫자는 게 아니고 정말 우리가 더 정신 차리고 우리의 투쟁성을 더 강화해서, 독재로 병든 저 민주당이 국민을 상대로 더 이상 무도한 짓을 하지 못하게 막아야 된다(는 뜻이다)”라고 해명했다. 오연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