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고 동결·생필품 가격 상승…스웨덴 개발장관 "붕괴 진행중"

유엔아프간지원단에 도움 요청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한 뒤 재집권한 탈레반 정부가 안정적으로 정권을 유지하기 어려울거라는 경고음이 국제사회에서 나오고 있다.

 

    20일 아프간 수도 카불 빵집 앞 부르카 쓴 여성들 [AFP=연합뉴스]

 

24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탈레반이 지난 8월 15일 정권을 잡은 뒤 두 달이 지났으나 통치 인력·자금·경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극단주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이 잇따라 아프간 곳곳에서 대형 테러를 저지르며 민심을 동요시키고 있다.

 

페리 올슨 프리드 스웨덴 개발장관은 "아프간은 붕괴 직전에 있고, 붕괴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전날 말했다.

 

그는 아프간의 경제 상황 악화가 테러 집단이 번성할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스웨덴이 탈레반 정부를 통해 자금을 지원할 수는 없고 아프간 시민단체를 통해 인도적 지원을 늘리려 한다고 덧붙였다.

 

국제사회에서 탈레반을 옹호하고 나선 파키스탄은 아프간이 붕괴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려면 국제적 고립이 아니라 국제적 포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파와드 차우드리 파키스탄 정보·방송부 장관은 "아프간의 인도주의적 재앙을 막으려면 탈레반 정부와 협력하고 동결한 아프간 정부 자산을 풀어주는 게 유일한 방법"이라고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촉구했다.

 

    "카불 주민들, 생필품 사려고 가재도구 내다 팔아" [AFP=연합뉴스]

 

탈레반 재집권 후 미국 등에 예치된 90억 달러(10조4천억원) 상당의 아프간 중앙은행 외환보유고가 동결됐고, 달러 송금도 막혔다.

 

그 결과 아프간 화폐 가치가 떨어지면서 생필품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국제기구들의 원조도 줄줄이 중단되면서, 수도 카불 주민 등은 생필품 구매를 위해 가재도구를 내다 파는 상황이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아프간의 빈곤율이 2022년 중반까지 97%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동결한 아프간 정부 자금을 풀어주지 않으면 탈레반이 통치자금 마련을 위해 다른 나라에 마약과 무기를 내다 팔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탈레반 정부 인정을 두고 딜레마에 빠진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일단 인도주의적 지원은 이어가기로 입장을 정했다.

 

지난달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주재로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아프간의 인도주의적 상황에 대한 고위급 회의'에서 미국과 독일 등 국제사회는 10억 달러(약 1조1천750억원)를 아프간에 지원하기로 했다.

 

탈레반이 임명한 아미르 칸 무타키 외교장관은 전날 데보라 라이온스 유엔아프간지원단(UNAMA) 대표와 회담했다.

 

탈레반 측은 라이온스 대표가 아프간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에 나서는 동시에 동결 자산을 풀어 아프간의 은행시스템을 회복할 수 있도록 미국을 방문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발표했다.

 

탈레반 임명 외교장관, 유엔아프간지원단(UNAMA) 대표와 회담 [아프간 외교부 대변인 트위터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