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타나베 스미코, 한국저항시인 시집 서평에서

 

            와타나베 스미코 일본 다이토분카대학 명예교수. 일본 무로사이세이기념관 누리집 갈무리

 

일본 원로 문학연구자가 한국 저항시인의 시집을 소개하며 자국의 우경화를 비판했다.

 

15일 김정훈 전남과학대 교수 말을 종합하면 올해 9월 문병란 기념사업회 준비위원회(위원회)가 일본에서 펴낸 시집 <한 개의 별을 노래하자-조선시인 독립과 저항의 노래>에 대해 와타나베 스미코(91·사진) 다이토분카대학 명예교수가 일본 서평 전문지 <슈칸도쿠쇼진>(주간독서인) 3415호(11월 12일 발행)에 서평을 게재했다.

 

이 책은 고 문병란 시인(1934-2015)이 생전 따랐던 윤동주·이육사·한용운·심훈·이상화·조명희 등 각 저항시인의 주요 작품 10편과 생애를 간략하게 정리했다. 편역은 김 교수가 맡았다.

 

와타나베 교수는 ‘민족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일본의 30년대를 살며 투쟁한 저항시인들'이라는 제목의 서평에서 “기시다 정권에 지식인들이 경종을 울리고 있지만, 지금 일본은 문화탄압이 있던 1930년대 모습과 같다. 위기 상황인 현재, 이 책의 간행은 시의적절하다”고 언급했다.

                      와타나베 교수의 글이 실린 신문

 

와타나베 교수는 “책에 나온 시인 6명 중 3명(윤동주·이육사·조명희)이 옥사하거나 형을 받아 목숨을 잃었다. 그들은 식민지민으로서 굴욕, 울분을 품고 민족 존엄을 지키기 위해 죽음을 각오하고 저항했다”며 “총독부 탄압과 감시 아래 은유적 표현에서 식민지 조선 민중의 고뇌가 느껴진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면의 한계로 시 전체를 인용하지 못하지만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초구, 결구인 ‘지금은 남의 땅-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와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만큼은 인용하고 싶다”고 밝혔다.

 

와타나베 교수는 식민지 시절 조선에서 행해진 권력 남용과 조선의 문화통제 상황을 고발한 저서 <식민지 조선에서의 잡지 ‘국민문학'>과 양심적 작가로 알려진 마쓰다 도키코 평론집 <기골의 작가 마쓰다 도키코 백년의 궤적> 등을 출간한 진보적 문학평론가다. 김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