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 행보

니혼게이자이, 방위성 인용 보도

200㎞ 지대함 유도탄 성능 개선

2028년까지 지상·함정·전투기에

기시다 ‘국가안전보장’ 손볼 뜻

인도·태평양 군비 경쟁 촉발할 수도

 

일본 육상자위대 12식 지대함 유도탄. 일본 육상자위대 제공

 

일본 정부가 사거리 1000㎞ 이상의 순항미사일을 개발해 2020년대 후반께 실전 배치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과 중국 등 주변국의 미사일 기지 등을 일본이 직접 타격하는 ‘적기지 공격 능력’을 보유하기 위한 실질적인 움직임에 나선 모양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일 “방위성이 현재 개발 중인 순항미사일 사거리를 1000㎞ 이상까지 늘려 지상뿐만 아니라 함정이나 전투기에도 탑재해 2020년대 후반까지 배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방위성이 대상으로 삼는 미사일은 미쓰비시중공업이 생산하고 있는 ‘12식 지대함 유도탄’이다. 이 미사일의 사거리는 약 200㎞ 정도이지만, 사거리를 5배 긴 1000㎞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생각이다. 발사할 수 있는 플랫폼도 다양화해 2025년엔 지상 발사, 2026년엔 함선 발사, 2028년에는 전투기를 통한 발사도 가능하게 만든다는 계획이다. 개발비는 총액 1000억엔(약 1조400억원) 정도로 잡고 있다.

 

일본 정부는 사거리가 1000㎞ 이상에 이르는 미사일을 개발하는 이유에 대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대중·대북 억지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란 점을 부각하고 있다. 중국은 일본과 괌을 사거리에 둔 다양한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증강하고 있고, 북한도 일본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스커드-ER와 노동 등의 중거리 미사일은 물론 괌을 표적으로 하는 화성-12형까지 개발한 상태다. 방위성 간부는 신문에 “인근 국가가 미사일 개발을 추진하는 이상 일본도 억지력을 높일 장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방어를 위해서만 무력을 사용한다는 평화헌법의 ‘전수방위 원칙’ 때문에 탄도미사일은 개발·보유하지 않고 있다. 이번 계획은 그 대신 순항미사일의 사거리를 늘려 일본에 필요한 억지력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일본이 사거리가 1000㎞가 넘는 미사일을 개발해 실전 배치하면, 일본 본토에서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 또 이 미사일을 미-중 갈등의 최전선인 대만 주변의 ‘난세이 제도’에 배치해 중국 제2 도시인 상하이 부근까지 노릴 수 있다. 말 그대로 오랫동안 희망해온 적기지 공격 능력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일본이 이런 판단을 내린 데는 미국과의 관계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지난 4월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는 미-일 정상회담에서 52년 만에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전을 언급하며 “일본은 동맹 및 지역의 안전보장을 한층 강화하기 위해 자신의 방위력을 강화하기로 결의했다”고 선언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일본의 결의’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정의하기 위해 일본 안보전략의 큰 방향성을 정하는 ‘국가안전보장전략’의 개정 방향을 논의할 계획이다. 개정안엔 당연히 적기지 공격 능력을 보유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기시다 총리는 이 능력을 보유하는 것에 대해 “모든 선택사항을 배제하지 않고 검토해 필요한 방위력을 강화한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방위성이 내년 말 개정을 추진 중인 국가안전보장전략에 (적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명기하고, 방위계획대강, 중기방위력정비계획엔 (순항미사일 등) 사용 장비를 기입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연립 여당인 공명당이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구체적인 개정 작업은 내년 7월 참의원 선거를 치르고 나서야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맹렬히 반발하며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이미 시작된 군비 경쟁에 박차를 가하게 될 수도 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델타 못막은 스가처럼 될라…기시다, 오미크론 초강력 대응

‘뒷북’보다 과잉 대응 낫다고 판단한 듯

자국민 귀국 정지, 혼란 커지자 취하하기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도쿄/AFP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도쿄/AFP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새 변이 ‘오미크론’ 유입을 막기 위해 외국인의 신규 입국 금지 등 강력한 선제 대응에 나서고 있다. 델타 변이를 제대로 막지 못해 1년만에 단명으로 끝난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의 실패 사례와 내년 7월 참의원 선거 등이 영향을 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 26일 오미크론에 대해 보고를 받은 뒤 27~28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9개 국가를 대상으로 외국인 신규 입국을 금지했고, 29일엔 모든 국가로 범위를 넓혔다. 지난달 8일 10개월 동안 닫혀 있던 문을 겨우 열어 외국인 입국이 가능해졌는데 20여일 만에 다시 봉쇄 정책으로 돌아간 것이다. 일본 정부 안에서도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닌가”라는 신중한 의견이 나왔지만, 기시다 총리의 뜻을 꺽진 못했다. 기시다 총리는 29일 기자단을 만나 “모든 비판은 내가 짊어지겠다”고 말했다. 봉쇄 정책의 역효과를 우려하는 경제계에도 자신의 책임을 강조하며 이해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짧은 시간 안에 강공책이 쏟아지자 내부 혼선도 벌어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1일엔 아예 일본에 도착하는 모든 국제선의 새로운 항공 예약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에 따르면, 항공편 예약을 하지 않은 일본인도 입국이 어려워 진다. 그로 인한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2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신규 예약 중단 조처는 취소하기로 했다”며 “기시다 총리로부터 일본인의 귀국 수요를 충분히 배려해 대응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말했다. 하루 만에 반 발짝 물러난 것이다.

 

기시다 총리가 일부 부작용을 감수하면서도 오미크론 대처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스가 정권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스가 전 총리는 델타 변이 확산에도 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다가 큰 낭패를 봤다. 코로나가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도쿄올림픽 무관중 개최, 병상 부족 등으로 지지율이 바닥까지 떨어졌다. 그 여파로 1년 만에 자리에서 내려와야 했다. 기시다 총리는 스가 정권의 교훈을 주변에 자주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 총리 입장에선 ‘뒷북’보다는 과잉 대응이 낫다고 판단한 셈이다.

 

내년 7월 예정된 참의원 선거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코로나가 다시 확산될 경우 ‘정권 심판론’이 부상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자민당 한 간부는 <아사히신문>에 정부와 여당의 오미크론 대책 회의에서 “코로나 대응은 참의원 선거에 직결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고 전했다. 일본은 지난 9월초 2만명이 넘었던 코로나 신규 감염자 수가 급감하면서 11월 들어 100~200명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오미크론은 현재까지 외국인 2명이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도쿄/김소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