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물가 상방, 하방 압력 동시에

상방 압력 더 클 것이라는 전망 많아져

파월 연준 의장 빠른 긴축 언급 나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발생으로 세계 경제도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가 발생하자 애초엔 방역 강화로 물가 상승 압력은 다소 완화되고, 경기 개선세는 둔화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물가가 훨씬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결국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지난달 30일 ‘일시적(transitory) 인플레이션’ 입장을 철회하고, 시중에 푸는 돈을 빠르게 줄일 수 있다는 발언을 내놨다.

 

전 세계 물가는 오미크론으로 상승과 하락 압력이 동시에 발생한다. 오미크론은 풀릴 기미를 보이던 세계적 공급망 차질을 다시 악화시킬 수 있다. 또 감염 우려로 사람들의 노동시장 복귀가 늦어지면서 인력난 부족은 더 심해진다. 물가 상승세가 가팔라질 수 있는 요인이다. 반면 방역 강화로 경제 주체들의 이동이 제약되고, 상품을 찾는 수요가 줄어드는 것은 물가를 낮추는 요소다. 최근 물가 급등세의 주된 원인인 국제유가도 수요 감소가 예상되면서 지난달 30일 배럴당 66.18달러(WTI·서부텍사스유 기준)까지 내려갔다.

 

두 가지 요인이 혼재하고 있지만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선 오미크론의 물가 상방 압력이 더 클 수 있다는 전망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닐 시어링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기존 공급난을 악화시키고 상품 물가에 상승 압력을 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노무라증권의 조단 로체스터 외환전략가는 “오미크론이 물가 상승세 둔화에 끼칠 영향은 확실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오미크론 발생으로 인한 경제 충격은 코로나19 초기와 델타 바이러스 확산 당시에 비해서는 약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난달 30일 “경제학자들은 백신 출시와 코로나19에 적응하는 능력이 증가한 점 등을 들어 세계 경제가 오미크론을 비교적 쉽게 극복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물가는 더 높아지고, 경기 개선세는 유지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자 미국은 급격히 통화정책 방향을 틀고 나섰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 30일 의회 청문회에서 “경제가 매우 강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다”며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의 더 빠른 마무리를 고려하는 것이 적절한 것 같다”고 밝혔다.

 

특히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내년에 상당히 완화될 것으로 여전히 기대한다”면서도 “물가 압력을 ‘일시적’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더 이상 적절하지 않으며, 이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우리가 의미하는 바를 명확하게 설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라고 언급했다. 기존보다 물가 상승 위험에 대한 발언 수위를 높인 것이다.

 

연준은 11월부터 테이퍼링을 시작했는데, 이 조처가 이어지면 내년 6월 양적완화가 종료된다. 테이퍼링 속도가 빨라지면 종료 시점도 달라지며, 그 다음 단계인 금리 인상 시기도 앞당겨진다.

 

연준이 긴축으로 빠르게 방향을 돌리면서 금융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간밤 뉴욕 증시는 3대 지수가 모두 2% 가까이 하락했으며, 통화정책 조정에 가장 민감한 국채 2년물 금리는 상승했다.

우리나라 코스피지수는 1일 전날보다 2.14%(60.71) 급등한 2899.72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던 코스피가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일단 급반등했지만, 상승세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미 연준의 긴축 움직임 속에 오미크론 확산 우려 등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한국 증시의 내년 코스피지수 목표치를 3700에서 3350으로 하향 조정했다. 전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