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노동자 병원으로 이송…신원은 아직 확인 안 돼
14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동 아파트 붕괴 현장 지하 1층에서 하루 전 발견됐던 매몰자 1명의 주검을 구조대원들이 찾아내 병원으로 이송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광주 아파트 붕괴 현장 지하 1층에서 하루 전 발견됐던 매몰자 1명의 주검이 32시간 만에 수습됐다.
광주시 재난안전대책본부는 14일 오후 6시49분께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붕괴 현장 지하 1층 계단 난간에서 매몰돼 있다가 숨진 채로 발견된 노동자 1명을 119구급차로 쌍촌동 한국병원으로 이송했다. 실종자 가족들이 신원 확인을 위해 현장에 진입했으나 사망자의 신원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김용희 기자
‘광주 아이파크’ 안전계획서 입수…“연쇄붕괴 부른 2가지는”
최소 15개 층 외벽 무너진 ‘누진파괴’
전문가 “콘크리트 강도 낮은 상태에서
공정 빠른 RCS 공법 진행 원인 가능성”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시공사가 행정당국에 제출한 1차 안전관리계획서.
건물 붕괴사고로 노동자 6명이 실종된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신축현장에서 최소 15개 층 외벽 등이 한꺼번에 무너진 ‘누진파괴’ 사고가 난 것은, 콘크리트 강도가 낮은 상태에서 설비 무게가 많이 나가는 아르시에스(RCS) 공법으로 공사를 진행한 것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한겨레>가 확보한 현대산업개발의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1차 안전관리계획서를 보면, ‘콘크리트 공사’와 관련해 RCS(Rail Climbing System)의 안전성 계산서를 추가해 보완하라는 내용이 나온다. 안전관리계획서는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라 사업주가 착공 전에 시공과정 위험요소를 찾아 마련한 방지 대책을 담은 문서로, 인허가 기관장이 국토교통부에 제출하게 돼 있다.
화정아이파크 안전관리계획서 보완 내용 중 눈에 띄는 점은 ‘설치 강도 및 존치기간에 대한 검토 등’이라는 대목이다. 이는 시공사가 건물 벽체의 콘크리트를 타설하기 위해 채택한 RCS 공법과 관련이 있다. 통상 RCS 공법은 ‘갱폼’(콘크리트를 타설하는 거푸집)을 유압으로 올리는 ‘시스템 폼’ 방식으로 불린다. 과거엔 층마다 거푸집을 만들고 콘크리트 타설·양생 뒤엔 거푸집을 다시 해체하는 작업을 반복했는데, RCS 공법은 하층 2개 층 벽체에 ‘앙카’(철심)를 박아 갱폼 무게를 지탱하도록 하고 콘크리트를 타설한다. 이어 콘크리트가 굳으면 거푸집을 해체하지 않고 유압으로 그대로 위층으로 이동시켜 공정속도가 빠르다. 다만 3층 규모의 철제구조물인 만큼 설비가 무거운 탓에 대형사고가 우려되는 단점이 있다.
지난 11일 오후 붕괴사고가 발생한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현장. 연합뉴스
이 때문에 RCS 공법을 적용할 때는 건물 콘크리트 강도가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하층 콘크리트가 단단하지 않으면 상층 타설 작업 중 ‘앙카’가 통째로 뽑혀 3층 철제구조물인 RCS폼이 떨어져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콘크리트가 얼 수 있는 혹한기 콘크리트 타설을 가급적 피해야 하고, 타설된 콘크리트가 잘 굳도록 ‘동바리’(받침대)를 최소 28일 정도를 둬야 한다. 또 기온이 낮으면 콘크리트가 잘 굳도록 열풍기를 트는 등 보온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건물 외벽은 보온이 불가능해 콘크리트 양생이 제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
안홍섭 군산대 교수(건축학과)는 “이번 사고 때 RCS 폼이 붙어 있는 외벽이 무너지고 찢겨나간 것도 이러한 (하층 콘크리트가 단단하지 않은 상태에서 RCS 구조물을 올린)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며 “앙카가 뽑히면서 벽체와 거푸집, 슬라브 등을 치고, 충격하중으로 갱폼·거푸집이 무너지면서 그 충격으로 건물이 연쇄 붕괴하는 ‘누진파괴’(Progressive collapse) 양상을 보였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붕괴사고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서는 시공사가 안전관리계획서와 동절기 시공계획서대로 공사를 진행했는지를 규명하는 게 핵심으로 보인다. 한 전문가는 “사고 건물 콘크리트가 제대로 양생됐다면 15개 층 콘크리트가 무너져 내리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감리단이 시공과정에서 이를 제대로 점검했는지를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대산업개발 쪽은 “201동 타설은 12일에서 18일 양생이 이뤄져 (RCS 공법에) 필요한 강도가 확보됐다”고 밝혔다. 광주 서구 주택과 쪽도 “1차 안전관리계획서 콘크리트 관련 보완 요구 사항은 5차 때 모두 보완됐다”고 밝혔다.
앞서, 11일 오후 3시46분께 신축공사 중인 광주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201동 23∼38층 외벽이 무너지며 28∼34층에서 작업을 하던 하청 노동자 6명이 실종됐다. 정대하 기자
산업안전공단, HDC 안전기업 인증했다가 ‘뒤늦게 취소’ 논란
지난해 광주 학동 붕괴사고로 9명 사망
4개월 뒤 공단 안전건설기업 인증 연장해줘
공단 “사망자, 노동자 아니어서 한번 더 기회”
광주 서구 화정동 신축아파트 붕괴사고 나흘째인 14일 소방 관계자들이 붕괴 현장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공단)이 아파트 외벽 붕괴사고를 낸 ‘에이치디시(HDC) 현대산업개발(현산)’을 안전 건설기업으로 인증했다가 뒤늦게 취소한 사실이 드러났다. 공단은 광주 학동 붕괴사고로 현산이 17명의 사상자를 냈음에도 해당 인증을 재승인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14일 현산에 대한 공단의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인증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은 자율적으로 사업장 안전보건관리체제를 구축해 산재 위험을 지속적으로 줄이려는 건설기업에게 공단이 수여하는 인증 자격이다. 기업이 위험 관리 방식에 대해 공단의 컨설팅을 받고 문제점을 보완해 그 결과가 일정 기준을 만족하면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산업재해가 많이 발생하는 건설업이 스스로 위험 관리를 하도록 도입됐다. 해당 인증을 받으면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하는 산재 예방 실적을 쌓은 것으로 간주돼 공공기관 입찰을 할 때 1점 만점에 0.05점 가산을 받을 수 있다.
현산은 지난 2010년 처음으로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인증을 받았고 3년마다 연장 심사를 통과해 지난해 12월에도 네 번째 인증을 받았다.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붕괴 사고가 발생한 뒤였지만 공단은 인증 자격을 그대로 연장했다. 안전공단 관계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당시에도 고민을 많이 했지만 현산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상 재판이 계류 중이었고 사망자도 노동자가 아닌 일반 시민이어서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하는 중대재해(근로자 1명 이상 사망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봐 기회를 한 번 더 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공단은 8명이 다치고 9명이 사망한 사고의 시공사를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갖춘 기업’이라고 인증한 셈이 됐다. 그리고 인증 연장 한 달 만에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로 작업자가 매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공단은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인증이 형식적이었던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자 평가 기준을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안전공단 관계자는 “과거에 ‘적합’과 ‘부적합’ 두 가지로만 평가하던 것을 세분화해 안전 관리 체계의 수준별 등급 평가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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