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으로 유예됐던 상환 재개

  2년 전보다 상환액 109억달러 늘어

“또다시 ‘잃어버린 10년’ 직면할 위험”

 

올해 저소득 국가들의 외채 상환 부담이 크게 늘어, 새로운 외채 위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스리랑카의 외채 위기가 가장 심각하다.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의 하나로 건설된 스리랑카의 ‘콜롬보 항구 도시’. 콜롬보/AFP 연합뉴스

 

세계 경제가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올해 저소득 국가들의 외채 상환 부담이 크게 늘어 개발도상국발 ‘외채 위기’의 가능성이 커졌다고 세계은행이 경고했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17일 세계은행의 최신 자료를 인용해 올해 74개 저소득 국가가 상환해야 하는 외채가 2년 전에 견줘 109억달러(약 13조원) 늘어난 350억달러(약 41조6천억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외채가 2년 만에 45%나 늘어난 것이다. 개도국들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침체된 경제를 부양하고, 보건 분야에 투자를 늘리기 위해 채권 발행을 확대한 상황이다. 투자 은행들의 모임인 국제금융협회(IIF) 자료를 보면, 저소득 국가의 정부와 민간이 발행한 채권은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30% 많은 연평균 3000억달러 수준이었다.

 

그 때문에 주요 20개국(G20)이 2020년 저소득국의 외채 200억달러 상환을 유예하기로 결정했지만, 실제 유예를 받은 국가는 42개국에 그쳤다. 그나마 지난 연말 유예기간이 끝났다. 게다가 미국 등 주요국들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시작하며, 국제 금리가 가파르게 올라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세계은행은 저소득 국가 가운데 60%가량이 부채 재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새로운 외환 위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외채 부담에 가장 취약한 나라로 꼽히는 곳은 남아시아의 스리랑카, 아프리카의 가나·튀니지, 중남미의 엘살바도르 등이다.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는 현재 상황에 대해 “빚을 갚을 여력이 없는 때에 마침 상환 시기가 돌아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도국들의 부채 구조에도 큰 변화가 관찰된다. 과거에는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를 통한 공공부채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민간 금융계에서 빚을 얻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또 다른 특징은 중국이다. 중국은 지난 10년 동안 개도국이 얻은 전체 부채 가운데 60%가량을 제공했다. 세계은행 자료를 보면, 2020년 말 중국이 제공한 부채는 2011년의 3배 이상인 1700억달러로 파악된다. 외채 부담이 매우 심각한 스리랑카는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하며 부채가 크게 늘어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런 상황에서 브라질·러시아 등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금리를 올리고 미국의 금리 인상이 임박해 개도국들에 큰 부담을 지우고 있다. 아이한 코세 세계은행 개발전망국장은 “낮은 금리의 자금이 많을 때는 시장에 접근할 수 있으면 좋았지만, 상황이 빠듯해지면서 다른 관점들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레베카 그린스판 유엔무역개발회의 사무총장은 “외채 부담과 함께 개도국의 재정 여력도 줄고 있다”며 “개도국들이 또다시 ‘잃어버린 10년’을 맞을 위험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신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