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 위성정당 창당 거듭 사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5일 경기도 하남시 신장시장을 방문,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5일 여권 자성론을 전면에 내세우며 수도권 표심 공략에 나섰다. 당내 쇄신 움직임과 맞물려 여권에 덧씌워진 부정적 이미지를 과감하게 털어내 지지율 답보 상태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경기도 매타버스(매주타는 민생버스) 3일째인 이날 포천·가평·남양주·하남·구리·의정부 등 6개 시군을 훑었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하남 신장 공설시장에서 진행한 현장 연설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나쁜 승리보다는 당당한 패배를 선택하자. 그래야 이길 수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우리가 그 길을 잠깐 잃어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더 나쁜 짓을 많이 했는데, 윤석열 검찰이 문제가 있었는데 우리의 문제가 더 큰 문제는 아니지 않나’라고 생각한다는 느낌을 국민들에게 갖게 했다”며 “이런 걸 고치겠다”고 했다. 그간 당의 약한 고리로 꼽혀온 ‘내로남불’ 태도를 비판한 것이다.

 

그는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을 꼼수로 창당한 것을 최대 실책으로 꼽기도 했다. 이 후보는 “정도를 갔어야 하는데 어쩔 수 없다고 따라 하는 바람에 제도의 본질이 사라졌다”고 했다. 이 후보는 뒤이은 의정부 시민광장 연설에서도 “집권 여당이 우리 국민들에게 환호받지 못하는 것 같다. 인재 등용, 공정성 측면에서 국민 의심 받을 만한 일 있었다는 것을 인정한다”며 거듭 자세를 낮췄다. 이날 진행한 현장 연설의 상당 부분을 민주당의 과오를 열거하며 사과하는데 할애한 셈이다. 이날 의정부 일정에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동행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엔 경기 포천시 농업기술센터에서 ‘5대 농업 공약’을 발표했다. 이 후보는 농어촌에 거주하는 모든 주민을 대상으로, 지자체별 여건에 따라 60만원에서 100만원 이내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다. 도농 간 소득 격차를 줄여 지역균형발전을 이룬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식량 안보 문제 대응을 위해 국가의 식량 자급 목표를 60%로 정하고 ‘식량안보직불제’를 도입해 밀·콩과 같은 주요 식량곡물 자급을 확대하겠다고도 했다. 농지 투기 방지를 위한 농지실태 전수조사, 음식물의 유전자 변형원료 포함 여부를 고지하는 유전자변형식품(GMO) 표시제도 도입도 공약으로 제시됐다. 심우삼 기자

 

이재명 “무능, 무지, 퇴행, 이중플레이”…윤석열 비판 수위 높여

갈라치기 · 추경 · 선제타격 등 비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3일 경기도 안성시 안성 명동거리에서 열린 '매타버스 안성 민심 속으로'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3일 “무능과 무지“, “갈등을 부추기는 퇴행“, “이중 플레이” 등의 표현을 써가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강하게 비판했다. 30%대 중반 지지율 정체와 ‘박빙 열세’ 상황이 이어지자 한동안 자제하던 직접 공격의 수위를 다시 높이는 모습이다.

 

이 후보는 이날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경기도에서 닷새간 이어질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일정을 시작했다. 매타버스 선거운동의 핵심이라고 할 ‘거리 연설’은 윤 후보 비판 발언으로 채워졌다.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등이 부추긴 성별 갈등, 소상공인 손실보상 추경 확대를 위한 회동 제안 거절, 북한 선제타격 발언 등이 소재였다.

 

이 후보는 경기 수원 매산로 테마거리 연설에서 “무능하고 무지해서, 그리고 이기적이어서 국민이 맡긴 권한으로 자신들의 이익만 챙긴다면 그것은 정치가 아니라 도둑질하는 것”이라며 “유능하고 잘 알고 선의를 가지고 있고 실력이 검증되어서 국민의 삶을 지금보다 더 낫게 만들 사람은 누구인가”라고 말했다. 윤 후보의 약한 고리 중의 하나인 ‘무능함’을 강조한 것이다.

 

이 후보는 이어 “부모가 충분한 먹을거리를 마련하지 못해 아이들이 아들팀 딸팀으로 나뉘어 싸움이 났는데 부모가 힘 약한 쪽을 탄압하도록 편들어야겠나”라며 “갈등의 정치를 배격한다. 퇴행적 정치를 배격한다. 아이들이 싸우면 싸우는 원인 제거해서 서로 손잡고 살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윤 후보가 과도한 경쟁과 부족한 기회 때문에 청년 세대 안에서 격화된 젠더 갈등을 악용해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안성 명동거리 연설에서는 “남자 청년, 여자 청년 편갈라 싸우면 싸우지 않도록 원인을 없애야 하는데 힘센 쪽 편들어서 내 표 받겠다고 하는 정치집단 후보는 어떻게 해야겠느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도 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힘이 지난 21일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소상공인 손실보상 추경 규모를 키우자고 한 것은 “말과 행동이 다른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장난입니까. 전 세계가 국채 발행해 지원하는데 우리는 국가 빚이 제일 적다는 것이 자랑할 일인가”라며 “밖에 손님이 왔는데 ‘문 열고 들어오세요’ 하고는 문을 쾅 닫는 이중플레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평택역 광장에서 기자들을 만나서도 “윤 후보가 진짜로 35조원 규모 지원을 바란다면 지출 예산 조정해서 (증액된 예산안을) 만들어오라는 말을 빼겠다고 해달라”며 “그게 진짜로 소상공인을 위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35조원 추경 증액을 위해 제안한 자신의 대선후보 긴급회동을 “구체적인 금액 용처를 갖고 오라”며 거부한 윤 후보를 거듭 비판한 것이다.

 

이 후보는 또 “안보 가지고 장난치는 사람이 있다. 상대방을 자극해서 이기는 전쟁하겠다는 사람들이 있다”며 윤 후보의 북한 선제타격 주장을 겨냥했다. 이 후보는 “(정치인들이) 전쟁을 부추기면 누가 손해겠나. 국민이 손해”라며 “가장 하책이 싸워서 이기는 거다. 더 나은 전술이 싸우지 않고 이기는 거다. 싸울 필요가 없게 만드는 게 진정한 외교이고 평화정책이고 실력”이라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이재명 "아무데나 돌던져 주사위로 국가 운명 결정하면 되겠나"

 김건희 무속 논란 겨냥… "북 밉긴 한데 때리면 더 크게 달려들 것"

"퇴임후 '경제 살린 대통령' 평가받고 싶어…조선말 정조와 같은 혁신"

 

평택 시민들에게 연설하는 이재명 후보=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3일 경기도 평택시 평택역 광장에서 열린 '매타버스 평택 민심 속으로'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23일 새해 들어 북한이 잇따라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해 "좀 밉긴하다. 밉긴 한데 때리면 어떻게 되겠어요. 더 크게 달려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경기도 안성 명동거리에서 진행한 즉석연설에서 이같이 말하고 "그러면 우리가 더 크게 맞는 수가 있다. 때려서 기분이 좋을 수는 있는데 더 큰 피해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그게 바로 외교다. 우리가 화가 난다고 화난 대로 하면 얼마나 쉽겠냐.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우리도 다 부서지고 죽고, 상대방은 더 많이 부서지고 많이 죽을 텐데 우리가 이긴들 그게 뭐가 좋습니까"라고 했다.

 

이 후보는 앞서 수원 테마거리에서 진행한 연설에서는 대북 '선제 타격' 발언을 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겨냥, "안보를 갖고 장난치는 사람들이 있다. 상대방을 자극해서 이기는 전쟁을 하겠다는 사람들"이라며 비난하기도 했다.

 

평택역 광장 연설에서는 국민의힘을 향해 "미국과 중국 가운데 선택을 강요하거나 북한을 자극해서 불안감을 조성해 정치적 이익을 획득하겠다는 집단이 있다"고 비판하면서 "우리는 중미 관계에서 국익을 중심으로 실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수원과 오산, 평택, 안성 등에서 잇따라 진행한 즉석연설에서 추경(추가경정예산) 증액 논의를 위한 자신의 대선후보 긴급회동 제안을 거부한 국민의힘을 비판하는 데 집중했다.

 

그는 "(국민의힘은) 말로는 35조원 지원하자 해놓고 뒤에 조건을 붙였다. 다른 거 쓸 거 아껴서 35조원이라고 한다. 이게 장난입니까. 말이 안 되지 않느냐"며 "이런 걸 이중플레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앞장 서서 35조원을 언급해 놓고 추경 증액 재원은 올해 본예산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이 후보는 평택 연설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서도 "실망스럽게도 (윤 후보 측은) 뭐 그런 걸 가지고 만나냐, 더 할 얘기가 없다고 한다"며 "국민들이 더 고통받아야 표가 된다는 정치인이라면 퇴출해야 한다"라고도 했다.

 

수원 방문해 연설하는 이재명 후보=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3일 경기도 수원시 매산로테마거리에서 열린 '매타버스 수원 민심 속으로'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 후보는 또 윤 후보를 겨냥한 듯 "정치 보복은 우리가 할 일이 아니다. 5년이란 짧은 시간 동안 해야 할 일이 태산 같이 많은데 남의 뒤를 캐고 평소에 미웠던 사람 수사해서 없는 죄 만들어 뒤집어 씌우고 하는 과거로 돌아가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치보복 그런 것 하지 않겠다. 사람이 유능하면 내편네편을 가리지 않겠다"며 "좋은 정책이면 박정희면 어떻고 김대중이면 어떠냐. 편을 가르지 않는 통합의 정치가 이재명 정부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후보는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겨냥, "주가조작해서 개미 투자자들 거지 만들면 혼내야 한다"고 했고, 무속 논란과 관련해서는 "아무데나 돌 던져 주사위로 운명을 결정하면 되겠나. 국가의 운명은 과학적 토대 위에서 합리적으로 전문가 의견을 들어 가장 좋은 길을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

 

이 후보는 "대통령 퇴임 이후 가장 듣고 싶은 평가가 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면서 "제가 낸 결론은 '경제가 다시 살아나게 한 대통령'"이라고 했다.

 

그는 "전두환이 말한 가짜 정의사회 말고 진짜 정의로운,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게 국가의 역할"이라며 "조선 말 정조 때와 같은 새로운 혁신의 나라, 완전히 개조된 희망 있는 나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선조는 어떻게 했나. 편을 갈라서 강대국 사이에서 눈치보다가 결국 침략 당해 수백만의 백성이 죽었다"며 "똑같은 상황에서도 정조라는 뛰어난 지도자는 조선을 다시 한번 융성하게 했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민주 정권이 대선에서 이길 때는 많아야 3% (포인트), (다자 대결로) 갈라졌을 때를 제외하면 30만~50만표로 결판이 나는데 이번에 제가 보기에는 3만~5만표로 결판이 날 것 같다"며 경기도민의 전폭적인 지원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