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입시 · 사모펀드 비리’ 정경심, 징역 4년형 확정

    대법, 동양대PC 증거능력 인정

    조국 전 장관 수사 2년5개월 만

    조 전 장관 “참으로 고통스럽다”

 

"판사 성향 따라 극과 극 달리는 판결 사법개혁의 원동력"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의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020년 12월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관련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징역 4년형을 확정받았다. 2019년 8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뒤 약 2년5개월만의 일이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27일 업무방해·허위작성공문서행사 등 혐의로 기소된 정 전 교수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쟁점이 된 동양대 강사휴게실 피시(PC)의 증거능력을 1, 2심과 마찬가지로 인정한 것이다. 검찰은 수사 당시 강사휴게실 압수수색 과정에서 동양대 조교에게 강사휴게실 피시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제공받고, 포렌식 과정에서 정 전 교수 등을 참여시키지 않았는데, 정 전 교수 쪽은 이런 일련의 과정이 위법하다고 주장해왔다. 법조계 일각에서도 지난해 1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피의자가 소유하거나 관리한 휴대전화 등을 탐색하거나 복제 및 출력할 때에는 피의자에게 참여권을 보장하고 압수한 전자정보 목록을 교부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을 들어 대법원이 강사휴게실 피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정 전 교수 쪽 주장과 달리 강사휴게실 피시와 그 안에 담긴 자료가 정 전 교수 소유 및 관리에 속한 경우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강사휴게실 피시는 동양대가 보관하면서 현실적으로 지배·관리했기 때문에 정 전 교수가 피압수자가 아니라는 취지다. 재판부는 “임의제출자가 아닌 피의자에게도 참여권이 보장돼야 하는 ‘피의자의 소유·관리에 속하는 정보저장매체’는 피의자가 압수수색 또는 근접 시기까지 정보저장매체를 현실적으로 지배 또는 관리하면서 관리처분권을 보유·행사한 경우”라고 밝혔다. 지난해 전원합의체 판결 주심과 이번 사건 주심 모두 천대엽 대법관이다.

 

정 전 교수는 딸 조아무개씨의 동양대 표창장 등을 위조하고 자녀 입시 과정에 부정한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업무방해)와 남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2차 전지 업체 더블유에프엠(WFM) 관련 호재성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해 주식 거래를 함으로써 재산상 이익을 얻은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등 15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1심은 정 전 교수에게 징역 4년, 벌금 5억원과 추징금 1억4천여만원을 선고했다. 2심도 정 전 교수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며 자녀 입시비리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 남편인 조 전 장관과의 공모도 인정했다. 다만, 사모펀드 투자 관련 혐의 가운데 1심이 유죄로 본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혐의 등을 일부 무죄로 판단해 벌금 5천만원, 추징금 1천여만원을 선고했다.

 

이날 대법원 판단은 자녀입시 비리 혐의로 정 전 교수와 함께 별도의 재판을 받고 있는 조 전 장관의 1심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 전 교수의 법률대리인인 김칠준 변호사는 대법원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 피고인을 변론해 오면서 느낀 마음은 ‘참 불쌍하다’였다. (대법원 판단에) 안타깝다는 말씀밖에 못 드리겠다”라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이날 자신의 에스엔에스(SNS)에 글을 올려 “고통스럽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오늘 저녁은 가족이 모여 따뜻한 밥을 같이 먹을 줄 알았으나, 헛된 희망이 되고 말았다. 참으로 고통스럽다. 그동안 음양으로 위로와 격려를 보내주신 시민들께 감사드린다. 이제 나라의 명운을 좌우할 대선에 집중해주면 감사하겠다”라고 썼다. 전광준 기자

 

조국 "가족의 시련은 저희가 감당…대선에 집중해달라"

김용민 "재판운 · 판사운이라는 말 사라지는 세상 만들겠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7일 부인 정경심(60) 전 동양대 교수가 자녀 입시비리·사모펀드 관련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것과 관련해 "참으로 고통스럽다"며 심경을 밝혔다.

 

조 전 장관은 이날 오후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오늘 저녁은 가족이 모여 밥을 같이 먹을 줄 알았으나 헛된 희망이 되고 말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대법원 재판부가 정 전 교수에 대해 유죄 확정판결을 내린 지 약 4시간만에 나온 입장이었다.

 

조 전 장관은 지지자들을 향해 "음양으로 위로와 격려를 보내주신 시민들께 감사드린다. 이제 나라의 명운을 좌우할 대선에 집중해 주시면 감사하겠다"며 "선진국 대한민국이 대선 결과 난폭 후진하게 될까 걱정이 크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제 가족의 시련은 저희가 감당하겠다. 송구하고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후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 [페이스북 캡처]

 

이날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정 전 교수의 업무방해, 자본시장법·금융실명법 위반, 사기, 보조금관리법 위반, 증거인멸·증거은닉 교사 등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판결 직후 페이스북에 "재판운, 판사운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 사라지는 세상을 만들겠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렇게 만들겠다"며 "진실과 무관하게 오로지 판사 성향에 따라 극과 극을 달리는 판결은 사법개혁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썼다.

 

조 전 장관은 자신을 비롯한 일가 재판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5월 펴낸 회고록 '조국의 시간'에서 "법학자로서, 전직 법무부 장관으로서 기소된 혐의에 대해 최종 판결이 나면 승복할 것"이라고 쓴 바 있다.

 

허탈한 정경심 전 교수 지지자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배우자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가 1·2심에 이어 상고심에서도 유죄로 인정돼 징역 4년의 실형이 확정된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정 전 교수 지지자들이 허탈한 표정으로 서 있다

 

‘뇌물 혐의’ 김학의 무죄…사업가 증언 신빙성 불인정

   파기환송심서 뇌물 혐의 무죄 선고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가운데)이 27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3부는 김 전 차관의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수천만원대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김 전 차관에게 뇌물을 건넨 의혹이 이는 사업가 최아무개씨의 진술을 재판부가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최씨 진술의 증거능력과 신빙성은 이 사건 핵심 쟁점이었다.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박연욱)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위반(뇌물)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 전 차관에게 27일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증인에 대한 회유, 압박 등이 없었다는 사정을 명확히 해명했다고 보기 어려워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김 전 차관은 사업가 최씨로부터 2003~2011년 4900여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06~2008년 건설업자 윤중천씨로부터 1억3천여만원의 뇌물을 받고 강원도 원주 별장과 오피스텔 등에서 13차례 성 접대를 받았다는 혐의도 있다. 당초 검찰은 ‘별장 성폭행’’ 의혹이 불거진 2013년 김 전 차관을 무혐의 처분했으나,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의 재조사 권고에 따라 2019년 6월에서야 그를 기소했다. 이후 1·2심은 김 전 차관의 성폭행 혐의 등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지나 죄를 물을 수 없다며 유·무죄를 판단하지 않는 ‘면소’ 판결을 했다. 김 전 차관이 최씨로부터 4300만원을 받은 혐의는 2심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6개월에 벌금 500만원, 추징금 4300만원을 선고했다. 김 전 차관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최씨가 1심에서 했던 진술을 뒤집고, 2심에선 김 전 차관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게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해 6월 ‘최씨의 법정증언의 신빙성이 의심된다’며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다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최씨가 검사와 ‘사전면담’하는 과정에서 증언이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사전면담이란 증인이 법정에 나와 증언하기 전, 검사가 검찰 쪽 증인을 만나 질문할 내용을 미리 설명해주거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절차다.

 

대법원은 “검사가 재판에서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할 사람을 특별한 사정없이 소환해 면담하고 증인이 법정에서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경우, 검사가 증인을 회유나 압박, 답변 유도나 암시 등으로 법정진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이 담보돼야 그의 법정진술을 믿을 수 있다”며 “검사가 증인신문 전 면담에서 최씨의 법정진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하지 못하는 한 최씨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지난해 말 최씨를 증인으로 불러 검사의 회유가 있었는지 등을 비공개 신문했고, 이날 “최씨가 김 전 차관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도록 유도됐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최씨와 검사의 사전면담 과정에서 검사가 재판장 허가 없이 최씨에게 진술조서를 보여준 것을 두고 “증인 입장에서는 법정에서도 진술조서 내용에 따라 진술해야 할 것 같은 압박을 느낄 수 있다. 증인신문 녹취서 원본은 법원에 있으니 그 내용을 확인하려면 법원에서 열람하면 되는데도 검사가 증인 사전면담 과정에서 이를 제시하는 것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비록 최씨는 파기환송심에서 증인으로 나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사전면담을 했다”고 증언했지만, 재판부는 △최씨가 사전면담 당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뚜렷하게 진술하지 못해 검사의 회유·압박이 있었는지가 해명되지 않았고 △검사가 증인 사전면담 과정에 대한 기록을 남겨두지 않아 회유가 없었다는 검찰의 주장이 명확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재판부는 “최씨의 진술에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만한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김 전 차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신민정 기자

 

“뭉개고 봐주고”…김학의 수사 9년 ‘별장 성폭행’ 단죄 없었다

2013년 경찰의 기소의견 송치 뒤 검찰 두 차례 무혐의 결론

경찰 내부 “수사방해 · 봐주기” 비판…27일 고법 파기환송심

 

840

 

수천만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항소심에서 징역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대법원 판결로 2심 재판을 다시 받게 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파기환송심 판단이 27일 나온다. 2013년 법무부 차관에 임명됐다가 ‘별장 성폭행’ 의혹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지 9년 만에 형사 처벌 절차가 마무리되는 셈이다. 검찰의 노골적인 뭉개기·봐주기 수사로 그를 둘러싼 의혹의 진상 규명과 단죄는 사실상 실패로 일단락될 전망이다.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박연욱)는 27일 오후 2시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차관의 파기환송심 선고를 할 예정이다. 김 전 차관의 혐의는 크게 3가지다. △2006∼2008년 건설업자 윤중천씨에게 1억3천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 △2006∼2007년에는 강원도 원주 별장과 오피스텔 등에서 13차례 성접대를 받은 혐의 △2003∼2011년 사업가 최아무개씨에게 4900여만원을 받은 혐의 등이다.

 

사건은 2013년 3월 김 전 차관의 ‘원주 별장 성접대 의혹’이 제기되면서 불거졌다. 김 전 차관은 의혹이 제기된 다음 날 법무부 차관으로 취임했다. 그러나 같은 달 20일 경찰 수사팀이 이 사건을 내사에서 정식 수사로 전환하자, 다음 날인 21일 김 전 차관은 전격 사퇴했다. 별장 동영상을 확보한 경찰은 그해 7월 김 전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씨를 특수강간 혐의 등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그해 11월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윤재필)는 김 전 차관을 무혐의 처분했다. “피해자가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진술을 번복해 진술의 일관성이 없어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진술 외에 다른 증거가 없었다”는 것이 검찰이 든 이유였다. 당시 경찰 내부에서는 “사실상 수사 방해에 이은 봐주기 수사”라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앞서 검찰은 경찰이 수사과정에서 신청한 김 전 차관에 대한 통신사실조회 4차례, 압수수색영장 신청 2차례, 출국금지 요청 2차례를 모두 반려했기 때문이다.

 

이후 원주 별장 등에서 성폭행 피해를 당하였다고 주장한 이아무개씨가 2014년 김 전 차관 등을 다시 고소했으나,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해 12월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강해운)는 김 전 차관에 대해 또다시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수사과정에서 검찰은 김 전 차관을 소환조사 한 번 하지 않았다. 당시 수사팀은 “동영상에 등장하는 여성이 이씨인지 확인되지 않았다.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아 피고소인 조사는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건의 진상을 규명할 기회는 2018년 4월 이후 다시 찾아왔다. 당시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가 김 전 차관 사건을 재조사하도록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에 권고하면서다. 김 전 차관은 이듬해 3월 자신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자 타이로 출국을 시도했으나, 법무부의 긴급 출국금지 조처에 막혀 실패했다. 이후 검찰 과거사위 권고에 따라 수사를 벌인 검찰은 김 전 차관과 윤중천씨를 2019년 6월4일 구속기소했다.

 

하지만 이어진 재판에서 1심은 공소시효 만료 등을 이유로 김 전 차관에게 면소 또는 무죄를 선고했다. ‘별장 성폭행’ 의혹은 공소시효 만료로 유·무죄 판단조차 하지 않았다.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수사’로 진상 규명과 단죄의 시기를 놓친 것이다. 2심 역시 김 전 차관이 2006~2008년 윤씨에게 3천여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고 별장 등에서 13차례에 걸쳐 성접대를 받은 혐의 등은 1심과 마찬가지로 공소시효가 지나 죄를 물을 수 없다며 면소 판결했다. 다만, 사업가 최씨에게 받은 4900만원 가운데 4300만원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6개월에 벌금500만원, 추징금 43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6월 윤씨와 관련한 성접대 의혹과 뇌물수수 혐의는 원심 판단에 따라 무죄와 면소를 확정했다. 그런데 2심에서 유죄로 인정한 최씨 관련 뇌물 혐의는 다시 심리하라고 사건을 파기했다. 최씨가 재판 전에 검사를 만난 뒤 법정에서 진술을 변경한 점을 문제 삼아, 검사가 최씨를 회유·압박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따라 파기환송심에서는 검찰이 최씨를 회유하거나 압박했는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대법원 판결 직후 “증인을 상대로 한 회유나 압박은 전혀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지난달 최씨를 증인으로 불러 비공개로 검찰의 회유 등이 있었는지를 확인했다. 최씨가 법정에서 한 증언의 신빙성을 법원이 인정하는지에 따라 김 전 차관의 유·무죄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김 전 차관 사건을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환기시킨 사례 가운데 하나로 꼽는다. 검찰이 제때, 제대로만 수사했다면 진상 규명과 그에 대한 단죄가 이뤄졌을 수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검찰이 이 사건 수사과정에서 보인 행태도 문제로 지적된다. 검찰 내에서는 김 전 차관을 두 차례나 무혐의 처분한 일을 두고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 것이 없다. 이 사건과 관련해 책임을 진 이도 없다.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이 2020년 10월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마땅히 있어야 할 자성의 목소리는 없다. 우리 검찰로서는 할 말이 없는 사건”이라며 반성을 촉구하는 뜻을 밝힌 글을 올린 것이 사실상 전부다.

 

다만, 김 전 차관의 기습 출국을 막은 조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높았다. 정유미 광주고검 검사가 지난해 1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문서를 조작해서 출국금지를 해놓고 관행 운운하며 물타기 하고 있다. 내가 몸담은 20년간 검찰에는 그런 관행 같은 건 있지도 않고, 그런 짓을 했다가 적발되면 검사 생명 끝장난다”고 적은 글이 대표적이다.

 

김 전 차관에 대해 불법 긴급 출국금지를 한 의혹이 제기된 이들의 재판은 진행 중이다. 수원지검 수사팀(부장 이정섭)은 지난해 4월 이규원 당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검사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을 허위공문서 작성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했다. 이 검사는 2019년 3월 당시 긴급 출금 대상이 아닌 김 전 차관에 대한 긴급 출금을 강행하며, 신청서를 위조한 혐의를 받는다. 차 전 본부장은 이 검사가 보낸 요청서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고도 이를 승인한 혐의와 법무부 출입국본부 직원들에게 김 전 차관의 개인 정보를 177차례 무단으로 조회하게 하고 이를 보고받은 혐의를 받는다. 수사팀은 지난해 5월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성윤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현 서울고검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기도 했다. 손현수 강재구 기자

 

‘사법농단 첫 유죄’ 이민걸·이규진, 항소심서도 일부 유죄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왼쪽)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 상임위원. 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법관 14명 가운데 유죄 판결을 받은 전직 법관 2명이 항소심에서도 유죄를 선고받았다.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됐던 혐의 가운데 일부가 무죄로 뒤집히며 형량은 낮아졌다.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최수환)는 27일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에게 벌금 1500만원을, 함께 재판에 넘겨진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앞서 1심에서 각각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 전 실장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들의 모임을 와해시키려 한 혐의와 특정 사건의 결론에 대해 재판부의 심증을 파악한 혐의로, 이 전 상임위원은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해산된 옛 통합진보당 지방의회 의원들의 지위 확인 소송 재판에 개입한 혐의와 파견 법관들을 동원해 헌재 내부 정보를 수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전 실장이 전문분야 연구회에 중복 가입한 법관들을 상대로 한 중복가입 해소조치의 실질적인 목적은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인권보장을 위한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에 대한 제재였다고 본 1심의 유죄 부분을 파기한다”고 밝혔다. 당시 중복가입금지조항이 있었다는 점 등이 항소심 재판부가 든 이유다. 이 전 상임위원에 대해서는 “법관의 재판에 실질적으로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치는 행위는 대법원장이나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에 속한다고 볼 수 없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1심의 유죄 판단을 파기했다.

 

앞서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32부(재판장 윤종섭)는 사법행정권자에게는 재판부의 잘못을 지적할 수 있는 ‘지적사무’를 수행할 권한이 있어서 직권남용이 성립한다는 근거를 들어 이들에게 유죄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한편, 이들과 함께 재판을 받은 심상철 전 서울고법원장과 방창현 부장판사는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심 전 법원장은 통진당 의원들의 행정소송 항소심을 특정 재판부에 배당하도록 부당하게 지시한 혐의, 방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의 요구를 받고 자신이 담당한 옛 통진당 의원들 사건의 선고 결과와 판결 이유를 누설한 혐의로 각각 기소됐지만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최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