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운영계획 발표 … 집무실 광화문청사로 이전

“국정 컨트롤타워 대통령실, 민·관 인재 함께 일할 것”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정치 분야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7일 기존의 청와대 조직을 해체하고 분야별 민간 전문가를 참여시키는 민관합동위원회를 중심으로 국정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참모 조직의 힘을 빼는 방식으로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윤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민관합동위원회 구성과 대통령 집무실 이관을 뼈대로 하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 계획’을 발표했다. 우선 윤 후보는 국정 최고 컨트롤타워인 대통령실을 비서실장, ‘정예 참모’와 분야별 민관합동위원회가 함께 하는 방식으로 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민관합동위에는 학자, 전문가, 언론계 인사 등이 ‘사외이사’처럼 민간인 신분을 유지하고, 주요 현안이나 미래전략 별로 운영되는 티에프(TF)방식으로 참여하게 된다. ‘제왕적 대통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분야 최고 인재들과 긴밀히 소통하는 ‘열린 정부’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수석비서관을 중심으로 사실상의 ‘청와대 내각’이 형성돼 국정을 주도하는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윤 후보는 “국민과 대통령을 갈라놓고 주변을 둘러싼 소수의 측근들이 내각의 업무를 일일이 지시하고 전횡을 휘두르는 기존 방식으로는 더 이상 국가를 이끌어 갈 수 없다”고 했다.

 

윤 후보 국정계획의 핵심은 민관합동위원회다. 그는 “코로나19 재앙이 사회 각 분야에 걸쳐 ‘불가역적 변화’를 유발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정부는 출범하게 된다. 공무원들끼리만 모여서는 문제 해결과 대안을 만들어가는 데 한계가 있다”며 “국정의 최고 컨트롤타워인 대통령실은 대한민국 최고의 공무원들과 민간의 인재들이 하나로 뒤섞여 일하는 곳으로 확 바뀔 것”이라고 했다. 윤 후보는 새로운 국정운영 방식으로 ‘코로나19 대응’을 예로 들었다. 그는 “과거에도 청와대는 대통령과 함께 일하는 참모들에 의해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게 대부분이었다”며 “감염병 문제를 예로 들면, 청와대 참모들이 복지부와 얘기해서 의사결정 하는 게 아니어서 전문가들에 의해 많이 비판을 받는데 그걸 미리 수용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또 “참모들이 합동위원회를 지원하고 연결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했다. 민관합동위원회에 힘을 싣고 대통령의 참모는 이들을 지원하는 역할에 집중할 것이라는 얘기다. 윤 후보는 “국가적 어젠다를 추출해 어떻게 추진해나갈지 관리하고 이행·점검해서 민관이 합동으로 국정을 운영해나가고 대통령은 그 중심에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기밀 사안은 정부조직 안으로 이관해 관리하겠다는 게 윤 후보의 계획이다.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핵심 관계자는 <한겨레>에 “윤 후보가 공약 회의 때 여러 차례 민관합동위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여러 차례 드러낸 바 있다”며 “일부 비선들이 주요 중장기과제 등을 좌지우지 못 하도록 투명화시키고, 각 분야의 아이디어를 넓게 청취해 반영한다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 참모는 그동안 직급에 관계없이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이유로 막강한 권한을 행사했다. 국정운영 효율을 위해 대통령을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참모조직에 힘이 실릴 가능성도 여전해 보인다. 선대본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 권한을 제한하는) 선언적인 의미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일부 조직의 힘은 커질 수밖에 없어 풍선효과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여태껏 민관협동 구조에서 민이 관에게 많이 밀려온 게 현실”이라며 “(실현)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다만 그동안 없던 모델이라 시너지 효과가 얼마나 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이런 구상에 맞춰서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로 옮기고, 청와대 공간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했다. 윤 후보는 “국민은 늘 대통령을 만날 수 있을 것이고, 대통령도 늘 국민과 소통하며 일할 것”이라며 “당장 인수위 때 준비해서 임기 첫날부터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국정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관저는 경호 문제 등을 고려해 삼청동 총리공관 등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청와대 부지는 우선 개방한 뒤 국민의 뜻을 수렴해 용도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윤 후보는 “청와대 전체를 국민께 돌려드리겠다”며 “기존 청와대 부지 주변에 설정된 각종 군사규제, 건축규제 등은 이에 따라 대폭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지현 기자

 

윤석열 또 7글자 ‘주식양도세 폐지’…“큰손만 이익 볼 수도”

 

대주주 양도소득세 폐지 ‘부자 감세’ 논란

‘7자 공약’ 자세한 내용 없어 파악 어렵지만

‘소득 있는 곳에 세금’ 과세 원칙 어긋나 비판

지난달 발표한 ‘증권거래세 폐지’ 공약은 철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7일 주식 양도소득세(양도세)를 전면 폐지하는 공약을 발표했다. 내년부터 국내 상장주식 투자로 5000만원 이상 이익을 거둔 개인투자자에 대해 주식양도세를 부과하기로 했는데 이를 백지화하겠다는 것이다. 개인투자자의 표심을 노린 공약으로 보이지만, 실익은 큰손 투자자에게 돌아가며 ‘부자 감세’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윤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주식양도세 폐지”라는 일곱자 공약을 올렸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정책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주식거래가 큰 손이나 작은 손·일반투자자를 가릴 것 없이 주식 투자 자체에 자금이 몰리고 활성화가 돼야 일반투자자도 수익 올릴 수 있는 것”이라며 “지금은 주식 시장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이번 공약의 취지를 설명했다. 앞서 윤 후보는 지난달 27일 증권거래세가 있는 상황에서 주식양도세까지 도입하면 이중과세가 된다는 이유로 ‘증권거래세 폐지’를 공약한 바 있다. 윤 후보는 “증권거래세 폐지는 양도세를 전제로 발표한 공약”이라며 “(이날 공약은) 증권거래세는 현행 그대로 유지하고 양도세는 폐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희룡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은 이날 서울 국회에서 열린 선대본부-원내지도부 연석회의에서 “개미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대주주 지분율이라든지 보유 금액 관계없이 양도세를 전면 폐지한다는 게 윤 후보의 입장”이라고 추가 설명했다. 국내 주식을 종목당 10억원을 초과해 보유하는 경우에만 대주주 요건에 따라 세금을 내야 하는데, 이 역시도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2020년 세법을 고쳐 대주주(종목당 10억원 이상)만을 상대로 한 주식 양도소득세 적용 기준을 확대해 2023년부터 개인투자자에게도 연 5000만원 이상의 양도차익에 최대 25%의 양도세를 부과한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소액 개미투자자들이 반발했지만 정부는 내년부터 주식양도세가 신설되는 대신 증권거래세율이 현행 0.25%에서 0.15%로 낮아지고 주식양도차익은 5000만원까지 공제되기 때문에 개미투자자의 세 부담은 감소한다고 설명해왔다.

 

윤 후보의 주식양도세 폐지 공약은 이런 현 정부 방침을 뒤집는 것은 물론 현행 대주주 양도소득세마저 전면 폐지를 약속한 것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기획재정부는 “대선 후보들 공약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입을 닫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내년부터 시행할 ‘금융투자소득 과세’는 물론 대주주에 대한 과세마저 폐기하는 것이어서 불만이 나온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일곱자만 발표해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다”면서도 “조세 형평성 제고 차원에서 도입할 계획이고 5000만원 이상의 소득에 대해서만 과세하는데, 이를 폐기하는 것은 형평성은 물론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1년에 주식 양도차익으로 5천만원 이상을 얻는 투자자가 극소수에 불과한 데다, 대주주마저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소득에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과세원칙과도 어긋난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주식 양도세는 일반 개미투자자와는 상관이 없어 없앨 경우 ‘큰 손’들만 이익을 볼 수 있고, 세수 감소 등을 고려하면 폐지는 쉽지 않다”며 “자세한 내용이 없어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납세기준을 바꿀 가능성이 큰데도 폐지라고 하는 것은 선거를 앞두고 너무 자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 정책본부장은 이런 지적에 대해 “배당소득 등은 금융투자 소득에 의해서 종합 과세가 되게 된다”며 “오히려 양도세 과세로 투자자들이 외국시장으로 빠져나가면 그 피해로 한국 증시 자체의 추락이 더욱 가속화되고 개미투자자들이 막판 덤터기를 쓰게 된다. 이게 꼭 부자들을 위한 것이라는 프레임은 개미투자자들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후보도 “우리나라 증시가 상당 부분 올라갈 때까지는 증권 거래세만 남겨 놓고, 모든 기업가치가 정당하게 평가받고 우리 증시가 국제적 경쟁력이 있는 상황이 오게 되면 통상 종합과세 방식으로 설계하면 되지 않겠나”고 말했다. 김해정 이정훈 기자

  

윤석열 “김종인 ‘연기’ 발언 기분 안 나빠…연기도 쉬운 게 아냐”

 

‘김건희 7시간 통화’에 “이런 상대와 통화 적절치 않아”

MBC 보도엔 “공영방송 윤리 측면에서 부적절”

 

<에스비에스>(SBS) 유튜브 갈무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의 ‘연기만 해달라’는 발언에 대해 “기분 나쁘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앙선거대책위원회를 개편하며 김 전 위원장과 ‘결별’한 것이 해당 발언 때문이었다는 해석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윤 후보는 27일 <에스비에스>(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김 전 위원장의 ‘연기만 좀 잘해달라’는 게 (윤 후보를) 자극했다는 기사가 많았다. 그 발언이 솔직히 기분이 안 좋았나”라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그는 “선거운동조직이 정말 잘 해줘서 (후보가) 연기만 할 수 있으면 굉장히 편하고 좋다. 연기도 쉬운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어떤 기획사나 영화사가 있다고 할 때, 정말 뛰어난 배우 하나로 그 영화사나 관련 산업이 먹고 사는 것”이라며 “연기를 제대로 한다는 건 매우 중요하고 그야말로 대체불가능한 하나의 기량이다”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또 “대통령도 그렇지 않겠나. 정말 참모조직이나 이런 데서 수정을 안해도 될 만큼 잘 해서 오면 (대통령이) 필요한 다른 일을 더 하면 되는 것”이라며 “그런 얘기에 기분 나빠하거나 해서 일을 하겠나”라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3일 윤 후보에게 선대위 개편을 주문하며 “우리가 해주는 대로만 연기만 좀 해달라”고 말한 바 있다. 이후 윤 후보 측근들 사이에선 ‘쿠데타’ ‘상왕’ 등 김 전 위원장을 비판하는 발언이 터져나왔다. 김 전 위원장은 이틀 뒤인 5일 “대통령 당선을 위해 선대위 개편을 하자는 것인데, 쿠데타니 상왕이니 이런 소리를 하고, 뜻이 안 맞으면 헤어지는 것”이라며 스스로 선대위원장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를 두고, 김 전 위원장의 ‘연기’ 발언이 윤 후보를 기분 나쁘게 하면서 두 사람 간 갈등이 격화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왔다.

 

윤 후보는 이날 인터뷰에서 ‘무속신앙 논란’에 대해 “다른 분들이 그런 얘길 하신다면 불필요한 오해를 갖게 된 것에 대해 좀 저도 송구한 마음을 갖겠는데, 민주당은 뭐 선거 때마다 무속위원회도 구성하고, 위원장도 발령을 내는 입장에서 그런 말을 하는 건 앞뒤가 안 맞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이걸(무속) 뭐 공적인 의사결정하고 연결짓는다는 것 자체는 좀 지나친 주장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 “검사의 배틀필드는 법정이라고 얘기를 하고 살아왔다. 거기에서 다른 어떤 불합리한 요소가 게재될 수 있는 여지 자체가 없다”고도 했다.

 

배우자 김건희씨와 인터넷매체 <서울의소리> 기자와의 7시간 통화 녹취록에 대해선 “(김씨가) 왜 이런 상대하고 통화를 이렇게 장시간 했는지, 좀 적절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사적인 통화를 녹음해 공개하는 등) 도덕적으로 맞지 않는 걸 공영방송이 저렇게 보도하는 것 자체가 방송의 윤리·책임이라는 측면에서 부적절하다고 본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오연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