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힘 “무자료 토론, 대장동 검증 봉쇄하려는 것”

민주당 “네거티브 조차 자료 없이 못하는 후보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양자토론이 31일 사실상 무산됐다. 양당은 토론회에 토론 자료를 가져갈지 여부를 두고 마지막까지 논쟁을 벌이다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국민의힘 티브이(TV)토론 협상단장인 성일종 의원은 이날 오후 1시30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현재 시간으로 보면 상당히 물리적으로 (토론을) 세팅하는 데는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토론에 필요한 자료를 지참하자는 주장에 민주당이 반대하며 이날 티브이 토론을 위한 실무 협상에 참석하지 않으면서 토론이 불발됐다는 입장이다. 양당은 토론회에 자료를 들고 들어가느냐 마느냐를 놓고 전날부터 대치했다.

 

국민의힘 쪽 협상단은 입장문에서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설연휴인 오늘도 민주당과 협상을 이어가기 위해 오전까지 기다려 봤다. 그러나 민주당 협상단은 오지 않았고, 박주민 단장은 연락이 없었다”며 “이재명 후보께서는 아직도 ‘자료 없이 하는 토론’을 고집하고 계시는데, 도대체 자료 없이 하는 후보 토론이 전례가 있습니까? 왜 말도 안되는 고집을 부리는 것입니까?”라고 비판했다. 윤 후보도 “4자토론에 (자료) 지참이 가능한 거면 양자토론은 왜 자료 지참이 안되는 것인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안양소방서 방문 뒤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 후보가 지난해 11월부터 토론에 자신이 있다며 계속 토론을 하자고 하더니 막상 우리가 (이 요구를) 받아서 가장 국민들의 시청률이 높은 음력 섣달그믐에 하자고 하니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양자토론이 사실상 무산된 책임은 ‘무자료’ 토론을 거부한 국민의힘 쪽에 있다고 반박했다. 박찬대 민주당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한 브리핑에서 “처음부터 자료 없이 토론하자고 주장한 것은 국민의힘이다. 우리가 무자료 토론이 좋다고 화답하자, 갑자기 메모 정도는 가지고 들어가자고 말을 바꿨고, 또다시 메모가 아니라 자료를 가지고 들어가야 한다고 우긴 것도 국민의힘이었다”며 “윤 후보와 국민의힘의 비상식적인 협상 태도는 이해할 수가 없다. 이해할 수 있는 단 하나의 해답은, 국민의힘이 애초부터 토론할 뜻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그간의 협상 과정에 대해 “(국민의힘은) 4자토론을 회피할 목적으로 양자 토론을 제안하고 양자 토론을 수용하니 주제 없는 토론을 다시 고집했던 것”이라며 “이마저 수용하니 커닝자료를 반입하지 못하게 해서 토론을 못한다며 무산의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윤 후보와 국민의 힘은 처음부터 네거티브조차도 자료 없이는 못 하는 후보라고 고백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이날 토론은 불발됐지만, 국민의힘은 이 후보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검증하기 위해서 반드시 자료는 필요하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국민의힘은 입장문에서 “이재명 후보가 자신의 범죄행위와 관련된 자료를 봉쇄하려는 의도다. 자료는 상대 후보의 공격을 위한 게 아니라 국민의 이해를 돕기 위한 ‘필수품'이다. 선관위 주최 법정토론에서도 허용되는 것을 트집잡는 게 말이 되느냐”며 “‘자료 없는 토론’을 끝까지 고집하는 것은 곧 이 후보가 이번 양자토론에서도 거짓말로 일관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또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후보자 토론회 관리규정' 제9조에도 ‘토론자는 토론회에 에이(A)3 용지 규격 이내의 서류·도표·그림·그밖의 참고자료를 사용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규정상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것을 이재명 후보가 무슨 명분으로 막겠다는 것이냐”고 따져물었다.

 

다만 국민의힘은 오는 3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함께 참여하는 4자토론은 예정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상무 국민의힘 선대본부 언론전략기획단장은 기자회견에서 “4자토론은 지난번 저희가 불참한 가운데 3당과 방송사 간 룰미팅은 이미 다 끝나있다. 제가 어제 가서 룰을 보니까 비교적 공정하다. 전혀 이의제기 하지 않고 100% 수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양자 토론 추진 강행에 반발하며 국회 본관 앞에서 천막 농성에 돌입했던 안철수 후보는 이날 양자 토론 무산 소식에 기자회견을 열어 “이대로는 대한민국 안 되겠다고 생각하시는 많은 국민들께서 막아주셨다”고 환영했다. 안 후보는 “기득권 양당은 담합 토론을 통해 불공정하고 부당한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 했던, 탐욕에 가득 찬 치졸하고 초라한 모습을 스스로 거울에 비추어 보기 바란다”며 “어떻게 해서든지 저 안철수를 설전 민심의 밥상에 올리지만 않으면 된다는 또 다른 담합이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비판했다. 안 후보는 “담합 토론으로 정치적 갈등을 조장한 데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고 요구하면서 “오는 3일 4자 토론에서 무자료로 붙어보자”고 제안했다.

 

양자토론에 반대하며 전날부터 국회 의원회관 앞에서 밤샘 농성을 벌이던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도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이 이겼다”며 양자토론 무산을 환영했다. 심 후보는 “편법, 특권, 반칙이 패배하고 법과 공정, 상식이 승리한 것”이라며 “이재명, 윤석열 두 후보는 원칙도 명분도 없는 담합으로 또 한 번 비호감 대선을 만든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더는 양자토론 꼼수는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 후보는 “2월3일 방송사 주관 티브이토론을 통해 양당후보들이 지워버렸던 대한민국의 미래와 국민의 삶의 비전에 대해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오연서 송채경화 기자

 

송영길 “윤석열 쪽지 읽기 시합 말고 철학 논쟁해야"

"최근 김종인 만나 도움 요청…이재명 긍정적으로 봐"

"윤석열이 대통령 되면 '선거용 이준석'은 팽 시킬 것"

 

송영길 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31일 "최근 김종인 전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을 한 번 만나 뵈었다"며 "나라를 위해 도와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이날 오후 오마이뉴스 TV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꼭 이재명 대선 후보 개인을 도와달라는 의미가 아니더라도, 이 후보가 국정을 잘 이끌도록 조언을 해달라는 의미"라며 이같이 말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 국민의힘 소속이었던 김 전 위원장에게 민주당 대표가 '러브콜'을 보낸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어서 주목된다.

 

앞서 민주당 의원들도 최근 김 전 위원장을 향해 조언자 역할을 기대하며 손짓을 보냈고, 김 전 위원장 역시 지난 26일 "(이재명 후보가) 나를 만나보겠다고 하면 만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송 대표는 김 전 위원장을 만난 시기에 대해서는 "(지난 26일) 오마이뉴스 TV 인터뷰 바로 직전"이라며 "(이번에) 김 전 위원장을 만나 책에 사인도 받았다"고 했다.

 

이어 "(김 전 위원장은) 혜안이 있고 경제를 바라보는 데 상당히 식견이 있다"며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이, 그가 제안한 '경제민주화' 개념을 선거때만 써먹고 지워버렸다. 김 전 위원장도 '팽'해버렸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내가 박 전 대통령 때 당해봤으면서 또 팽을 당하려고 하느냐고 말했다"며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어떻게 김 전 위원장의 철학과 정책을 수용할 마인드가 있겠냐고 했는데, 결국 내 분석이 맞았다". 결국 '윤핵관' 이런 사람들 사이에 본인이 들어갈 틈이 없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송 대표는 "이 후보에 대해서는 김 전 위원장도 긍정적으로 보고 계신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양강 대선후보 간 '31일 일대일 토론'이 불발된 상황에 대해서는 "이 후보는 계속 양보했는데, (국민의힘이) 자료 없이 토론하자고 했더니 못하겠다고 했다"며 "우리도 미국 대선처럼 자료 없이 토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윤 후보를 겨냥해 "보좌진들이 써놓은 쪽지를 보고 읽기 시합하지 말고, 커닝하지 말고, 평소 철학을 가지고 논쟁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압박했다.

 

송 대표는 또 윤 후보가 '공정'을 내세우는 것도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송 대표는 "사실 저는 윤석열 후보가 검찰총장에 임명될 때부터 반대했다"며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사시 18기인데, 23기인 그가 5기수를 뛰어넘어 벼락출세를 했다. 윤 후보가 공정을 가치로 내세웠는데, 가장 불공정하게 검찰총장이 된 사람"이라고 쏘아붙였다.

 

또 윤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의 단일화 가능성을 부정하며 "윤 후보는 사실 써준 원고를 읽는 것이지, 과학 기술 등에 대해서 무엇을 알겠나"라고 평가절하했다.

 

윤 후보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의 화학적 결합 여부에 대해서는 "나는 이 대표에 대한 애정이 있는데, 윤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이 대표를 팽 시킬 것 같다"며 "윤핵관 등의 세력이 지금 억지 춘향으로 이 대표를 선거용으로 데리고 있지만 절대 용납 안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송 대표는 또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로 나왔던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직격, "인간적으로 배은망덕하다"며 "검찰총장에 감사원장의 권력을 다 누렸는데 이렇게 (여당과 청와대를 공격하는 것은) 인간적인 자세가 안 돼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새로운물결 김동연 대선 후보에 대해서는 "최소한 인간의 도리는 지키는 분"이라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송 대표는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 김 후보 등을 포괄하는 범여권 연대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책임총리제'를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고 답하며 "현재 총리는 사실상 장식용이다. 대정부질문에서 총리가 답을 할 때마다 돈을 받고 대신 매 맞아주는 사람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건 아마 심 후보도 요청했고, 김 후보와 안 후보도 동의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송 대표는 "연립정부 개념이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42%의 득표로 당선됐는데 60%의 지지는 받지 못한 셈"이라며 "연립정부 구상이 더 진지하게 논의됐어야 하지 않나. 연립정부가 안되니 정통성이 취약한 정부가 들어서면 국정 수행 동력에 한계가 생긴다"라고 했다.

 

송 대표는 이런 맥락에서 "대선에서의 결선투표 도입 문제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한편 송 대표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윤 후보를 언급한 녹취록이 공개된 데 대해서는 과거 국민의힘이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조사 과정에서 '정영학 녹취록' 속 등장한 '그분'을 이 후보로 특정해 맹공한 것을 꺼내 들며 "'그분'은 이 후보라고 특정되지도 않았는데 난리를 쳤는데, 이번에는 윤 후보로 특정해서 녹취록이 나온 것 아니냐"며 "심각하게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