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겹악재를 마주했다. 부인 김미경씨가 코로나19에 확진된 데 이어 선거운동원이 숨지면서 유세가 멈췄다. 지지율도 주춤하면서 단일화 입지도 위협받는 형국이다.

 

안 후보는 전날 유세 버스 사고 탓에 운전기사와 지역 선대위원장이 숨지자 16일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안 후보는 고인이 안치된 천안 단국대병원과 순천향대 천안병원 장례식장을 찾았다. 선거 유세 일정은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안 후보가 언제 유세를 재개할지는 미정이다. 그러나 고인의 발인까지 고려하면 이르면 이번 주말쯤이나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2일의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는 분초가 아깝다. 아울러 캠프는 후보의 공약과 메시지 등에 맞춰 정교하게 지역 방문 일정을 짠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타격인 셈이다.

 

안 후보는 후보 등록 당일에도 악재를 만났다. 부인 김미경씨가 코로나19에 확진된 것이다. 안 후보 부부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코로나19 의료 봉사 활동을 해왔다. 이재명·윤석열 두 후보가 ‘배우자 리스크’에 빠진 상황에서 깨끗한 도덕성을 내보이며 ‘가족 유세’에 나서려던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안 후보가 선거운동을 중단하면서 자신이 제안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도 동력을 잃는 분위기다. 안 후보는 윤 후보에게 직접 답하라고 요구하지만, 윤 후보는 명확한 태도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이날 강원도 유세를 마친 윤 후보가 빈소를 방문했지만 이양수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수석대변인은 “오늘은 인간적인 도의에서 조문 가는 것”이라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안 후보의 지지율 하락세도 근심거리다. 안 후보 지지율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완만한 하락세다. 한때 15%를 웃도는 조사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10%대에 미치지 못하는 조사가 다수다. 더구나 안 후보가 비교 우위에 있다고 여기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맞대결 경쟁력에서도 윤 후보에게 뒤진다는 조사까지 나왔다.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한 여론조사(신뢰 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안 후보는 이재명 후보와의 가상 양자대결에서 33.5% 대 40.4%로 이 후보에게 뒤졌다. 반면 윤 후보는 이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 47.4% 대 43.7%를 기록했다. 4자대결에서는 이 후보 41.9%, 윤 후보 42.4%로 박빙 접전이었고 안 후보는 7.2%,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2%였다. 안 후보는 2주 전 같은 조사와 비교해 1%포인트 하락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여론조사 단일화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국민의힘은 거듭 안 후보의 ‘항복’을 압박했다. 이준석 대표는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경쟁적 단일화보다는 (안 후보가 정치를 계속할) 더 나은 명분을 제시할 수 있는 그런 예우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티비에스>(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후보의 제안을 윤 후보가 수용할 가능성이 없다며 “대통령 빼고는 다 주겠다는 자세로 접근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권력을 나누는 ‘통 큰 제안’을 통해 여론조사가 아닌 담판 형식으로 안 후보의 양보를 받아내겠다는 주장이다. 오연서 기자

 

윤석열 떠나자 이재명 '25분 시간차' 조문…안철수와 즉석회동

 

윤석열은 강원,  이재명은 서울 유세 마치고 각각 천안 빈소행

단일화 논의 관측 속 윤 "추측하는 얘기 없었다"…이도 말 아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16일 저녁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유세차량에서 숨진 국민의당 당원 빈소를 잇달아 찾았다.

 

장례식장 방문 시각이 약 25분 엇갈리면서 두 후보가 빈소에서 마주치는 광경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유세일정을 전면 중단하고 빈소를 지킨 안 후보가 양강 주자와 자연스럽게 '회동'한 셈이어서 후보단일화 등과 관련된 논의가 오갔는지 관심이 쏠린다.

 

안철수 만나는 윤석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6일 저녁 천안 단국대병원에 마련된 국민의당 고 손평오 논산·계룡·금산 지역선대위원장의 빈소를 조문한 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를 위로하고 있다.

 

먼저 빈소에 도착한 것은 윤 후보였다.

 

윤 후보는 이날 오후 강원 유세를 마치고 곧장 이동, 저녁 8시 30분께 충남 천안 단국대병원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약 30분가량 조문한 뒤 자리를 떴다.

 

윤 후보는 빈소에 있던 안 후보와도 만났다. 안 후보가 지난 13일 윤 후보에게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를 공개 제안한 이후 사흘 만이었다.

 

윤 후보는 빈소에서 나와 기자들에게 "함께 경쟁하고 있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님께 안타깝고 불행한 일에 대해 인간적인 면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제가 힘은 못 되더라도 마음의 위로라도 드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혹시 여러분(취재진)이 추측하는 것은, 오늘 장소가 장소인 만큼, 다른 이야기는 나누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후보 단일화 관련 대화는 없었다는 취지였다.

 

윤 후보와 동행한 대변인단은 두 후보가 배석자 없이 25분가량 대화했다고 전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두 후보가 앉아 따로 이야기했다"고 확인하면서도 "(별도의) 방에 들어가서 이야기한 게 아니라 열린 공간에서 이야기했다"며 확대 해석에 선을 그었다.

 

이날 두 사람이 대화한 주변에는 국민의힘 측에서 성일종 김은혜 이용 전주혜 의원·오신환 전 의원이, 국민의당 측에서는 최진석 상임선대위원장 등이 자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 위로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6일 저녁 천안 단국대병원에 마련된 국민의당 고 손평오 논산·계룡·금산 지역선대위원장의 빈소를 조문한 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를 위로하고 있다.

 

이 후보는 밤 9시 27분께 장례식장을 찾았다. 윤 후보가 빈소를 떠난 지 약 25분 만이었다.

 

당초 이 후보는 이날 서울 강남역에서 잠실로 이어진 '집중 유세'가 늦게 끝나 조문은 하지 않을 예정이었으나, 일정을 모두 마친 뒤 곧장 장례식장을 찾았다. 예정에 없던 '깜짝 조문'이었다.

 

20분가량 조문한 이 후보 역시 배석자 없이 안 후보와 독대했다. 다만 윤 후보와 마찬가지로 밀폐된 별도의 공간이 아닌 탁 트인 식탁에서였다.

 

이 후보는 조문을 마친 뒤 '몇 분 정도 안 후보와 독대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미안합니다. 제가 시간을 안 재봐서"라고 답했다.

 

'혹시 안에서 정치 현안이나 단일화와 관련해서 대화했느냐'는 질문에도 "미안합니다"라고만 했다. 이외 다른 질문에는 일체 대답하지 않고 빈소를 떠났다.

 

안 후보는 밤 10시께 빈소에서 나왔다. 윤 후보가 떠난 직후 장례식장을 찾은 이 후보까지 배웅하고 난 뒤였다.

 

안 후보는 빈소를 떠나며 "(두 후보가) 상가에서 위로의 말씀들을 주셨다"며 "그리고 그렇게 바쁘신 분들이 선거운동 중에도 와주셔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취재진이 정치현안 관련 대화 내용을 물었지만, 안 후보는 "여기까지만 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그러면서 "국민의당은 사태 수습에 정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유세버스 사망 사고’에…여야 스피커 끈 ‘추모 모드’ 선거운동

 

여야 4당, 로고송 송출·율동 중단 ‘자제’

이재명 예고 없이 20여분간 조문

윤석열, 조문 뒤 안철수 만나 25분 대화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15일 오후 유세용 버스에서 발생한 사망사고 관련 사망자가 안치된 천안 단국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침통한 표정으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 유세버스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당원 ㄱ씨의 빈소가 16일 천안 단국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가운데 대선 후보들과 각 정당 등에서 보낸 근조기와 조화가 빈소 앞에 놓여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 유세버스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당원 ㄱ씨의 빈소가 16일 천안 단국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가운데 대선 후보들과 각 정당 등에서 보낸 근조기와 조화가 빈소 앞에 놓여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유세차 ‘사망 사고’ 여파로 여야는 16일 일제히 스피커를 끄는 등 추모 모드의 선거 운동에 들어갔다. 여야 대선 후보들도 일제히 조의를 표하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국민의당은 이날 유세 버스 사고로 목숨을 잃은 고 손평오 논산·계룡·금산 지역선대위원장의 장례를 ‘국민의당 장’으로 치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최진석 선거대책위원회 상임선대위원장을 장례위원장으로 하는 장례위원회를 구성했다.

 

안 후보는 전날 사고 직후 유세 일정을 모두 중단한 채 사태 수습에 주력하는 한편, 이날 오후부터는 빈소에 머물며 조문객을 맞았다. 안 후보는 이날 새벽 순천향대 천안병원 조문 뒤 취재진과 만나 “저희를 도와주시던 분들이 이렇게 불의의 사고를 당해서 정말 황망함을 금할 수 없다”며 “사고 수습에 저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겠다. 일단 선거운동을 오늘 전면 중단하고, 원인 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각 당 대선 후보들은 직접 조문을 하거나 유세 도중 희생자를 향한 조의를 표했고, 이날 하루는 전국 각지 유세 현장에서 일제히 음악(로고송) 송출, 율동 등을 중단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공보단은 이날 오전 출입기자단에 “애도를 표하는 뜻으로 유세본부장 지침을 통해 전국 유세단에 오늘 하루 율동과 로고송 방송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저녁 예고 없이 빈소를 찾아 20분간 머물다 자리를 떴다. 빈소에 머물고 있는 안 후보와 대화도 나눴다. 이 후보는 이날 낮 서울 강남역 유세에선 “안 후보의 선거운동원들이 안타까운 일을 당했다”며 유가족과 고인을 위로하는 뜻을 담아서 10초간 묵념을 하기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6일 서울 강남구 강남역 인근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 앞서 국민의당 유세차 사고 사망자에 대한 애도의 묵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양수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수석대변인도 입장문을 내어 “국민의힘 선대본부도 함께 애도하기 위해 오늘 유세 활동은 로고송을 틀지 않고 율동을 하지 않는 등 최대한 자제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후보는 이날 저녁 사망자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안 후보와 배석자 없이 25분간 대화했다. 윤 후보는 안 후보에게 야권 후보 단일화를 제안 받은 상황이다. 윤 후보는 안 후보를 만난 뒤 기자들에게 “이런 안타깝고 불행한 일에 대해서 후보님과 얘기를 나누고 마음의 위로를 드렸다”며 “오늘 이 장소가 장소이니 만큼 다른 얘기는 나누질 않았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이날 사고가 발생한 천안지역 유세를 중단하는 한편 “전국 유세단과 선거운동원들에게 오늘 하루 선거운동은 율동과 로고송을 중지하고 차분하게 유세 및 선거운동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이동영 선거대책본부 수석대변인이 밝혔다. 심상정 후보는 이날 전남 목포시 유세에서 “운명을 달리하신 안철수 후보님의 선거운동원분들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선거운동 첫날 벌어진 비극적인 사고로, 각 당 선거대책위원회의 안전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민주당은 전날 부산에서 이 후보 유세차가 전도되는 사고를 겪었던 터라, 한층 안전을 강화하기로 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어제 사고로 터널이나 다리 등을 지날 때 높이를 다시 확인하도록 하는 등 또 한번 강화된 매뉴얼을 내려보냈다”고 말했다. 전국 각지에 299대의 유세차량을 운영하는 국민의힘도 국민 누구나 유세차에 올라 자유롭게 발언하는 ‘유세의 힘’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안전에 더욱 유의하겠다고 밝혔다. 또 국민의힘 선대본부는 이날 당 차원의 ‘10대 안전수칙’을 발표하고 △과속 운행 금지·서행 운전 △전열기 사용시 합선 화재 주의·환기 필수 △도로 결빙 미끄러짐 주의 △군중 밀집으로 인한 압사·질식사고 예방을 위한 거리두기 실시 등을 지켜나가겠다고 밝혔다. 김미나 서영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