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유죄 받고도 계속 개입설 주장

재판부  “나이와 코로나 상황 고려”

 

    5·18민주화운동 때 북한군이 침투했다고 주장하는 지만원씨. 연합뉴스

 

5·18민주화운동 유공자를 북한군으로 지목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지만원(81)씨에게 항소심 재판부가 징역 2년을 선고하면서도 이번에도 그를 법정구속하지 않았다. 지씨가 1심 선고 이후 집회 참석 등을 통해 ‘북한군 개입설’ 등을 꾸준히 주장했다는 점에서 법원이 민주화운동 유공자들에 대한 명예훼손을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8-3부(재판장 장윤선)는 16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지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다만,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나이와 코로나19 상황 등을 감안해 오늘 법정구속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지씨는 5·18민주화운동 현장 사진 속 광주시민을 북한특수군(광수)이라고 주장하고,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정평위)를 두고 ‘신부를 가장한 공산주의자들’이라고 주장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정평위 신부 4명에 대한 지씨의 명예훼손 혐의를 추가로 유죄로 인정했다.

 

지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누리집 등을 통해 5·18민주화운동 참가자들을 북한군이라고 주장하거나 5·18 사진첩을 펴낸 천주교 신부들을 공산주의자로 폄훼하는 주장을 수년째 이어오고 있다. 지씨가 북한군이나 공산주의자로 지목한 5·18민주화운동 참가자들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네 차례에 걸쳐 지씨를 고소했다. 지난해 11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지씨에게 1심과 같이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앞서 1심 재판부였던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김태호 판사는 2020년 2월 지씨에게 징역 2년에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바 있다. 하지만 지씨가 고령이고 성실히 재판에 출석해 증거인멸과 도망갈 염려가 없다는 이유로 그를 법정구속하지 않았다.

 

이에 지씨는 1심 판결 이후에도 보수단체 집회에 참석하거나 책을 통해 ‘5·18 북한군 개입설’을 꾸준히 주장하고 있다. 지씨는 1심 선고 석 달 뒤인 2020년 5월,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보수단체 집회에서 무대에 올라 “5·18은 김대중 졸개들과 북한 간첩이 일으킨 폭동”이란 취지의 발언을 되풀이해 물의를 일으켰다. 그해 6월 펴낸 책에서는 5·18민주화운동 참가자(박철, 박선재, 양홍범)를 두고 또다시 북한군이라고 주장했다. 최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