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국가 안보 위해 가하고 시민 재산권 침해 졸속과 날림

정의당 “민생·코로나 아닌 첫 행보 실망”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비대위 운영과 당 쇄신 방안 등을 발표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20일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을 공식 선언하자,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국민과의 소통을 무시한 일방적인 졸속 추진”이라며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국회 국방위원회와 운영위원회를 개최해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을 저지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윤 당선인은 국가 안보에 위해를 가하고 시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졸속과 날림의 집무실 이전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며 “이를 거부한다면 민주당은 결사의 자세로 안보와 시민의 재산권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윤 위원장은 이와 관련 “민주당은 즉시 국방위와 운영위를 소집해 용산 집무실 이전의 문제점에 적극 대응하겠다”고도 말했다.

 

민주당이 제기하는 문제는 △결정 과정에서의 졸속·불통 △국가안보 위해 우려 △서울시민 재산권 피해 등이다. 고용진 민주당 비대위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용산 국방부 청사가 과연 국민소통을 위해 적합한 장소인지 대단히 의문스럽다”며 “이처럼 국가적으로 중차대한 사안을 아무런 국민적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맞느냐”고 비판했다. 또 “국정 최고 컨트롤타워인 청와대와 안보 컨트롤타워인 국방부가 50일 내에 이전하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매우 의문스럽다”며 “시간에 쫓겨 졸속으로 추진될 수밖에 없는 이전 과정에서 국정 혼란이나 안보 공백이 대단히 우려스럽다”고도 했다.

 

윤 당선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용산 지역은 이미 군사시설 보호 구역이기 때문에 청와대 이전으로 추가 규제는 이뤄지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민주당은 청와대 이전으로 추가 규제가 불가피해 주민들의 재산권 침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 출신인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용산에) 국방부, 합참이 있을 때와 대통령이 있을 때는 규정이 다르다”며 “고도 제한과 비행금지구역을 별도로 해야 한다. 추가로 안 하면 안보 공백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윤호중 위원장도 “용산으로 집무실을 이전하면 용산과 남산 일대는 고도 제한에 묶여 인근 지역 재개발, 재건축이 불가능해진다”며 “집무실 반경 8㎞는 비행금지구역으로 제한된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드론 택시, 드론 택배는 강남까지 발도 못 붙이게 될 것이다. 대통령 새집 꾸미자고 시민들 재산권을 제물로 삼는 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의당도 “안보 공백과 예산 문제 우려에 대한 충분한 협의와 대책 없는 졸속 발표”라고 비판했다. 이동영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안보 공백, 시민 불편, 예산 문제 등 관련 전문가를 비롯해 야당은 물론 국민의힘과 인수위 내부 인사들마저도 여러 우려와 반대 의견을 제출한 바 있다”며 “국민 소통이 목적인지, 이전 자체가 목적인지 사실상 그 취지가 무색해진 상황에서 윤 당선자는 다양한 우려와 문제점에 대해 그 대책을 먼저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이어 “윤석열 당선자의 첫번째 국정 행보가 민생이나 코로나 대책이 아닌 대통령 집무실이 광화문이냐, 용산이냐를 놓고 논쟁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대단히 실망스럽다”며 “지금 오미크론 급증세로 약국에는 감기약, 해열제 재고가 바닥났다. 지금 대통령 당선자가 가야 할 곳은 집무실 이전 부지가 아니라 감기약 재고가 바닥난 코로나 약국 현장”이라고 꼬집었다. 송채경화 기자

 

‘172석 슈퍼야당’ 이끌 원내사령탑 누가 될까

20일까지 안규백 · 김경협 · 박광온 · 박홍근 · 이원욱 출사표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20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비대위 운영과 당 쇄신 방안 등을 발표한 후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선거(3월24일)가 나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172석의 ‘슈퍼야당’을 이끌 원내사령탑이 누가 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5월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와의 관계를 설정하는 동시에 대선 패배로 어수선한 당내 분위기를 잘 추슬러, 6월 지방선거까지 내다봐야 해 새 원내대표의 무게감이 어느 때보다 커질 전망이다.

 

20일까지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은 4선의 안규백 의원과 3선의 김경협·박광온·박홍근·이원욱 의원 등 5명이다. 이광재 의원도 출마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른바 교황 선출 방식으로 불리는 ‘콘클라베’ 방식으로 치러지는 경선 특성상 별도의 입후보 절차 없이 투표가 이뤄지지만, 1차 투표에서 3분의 2이상 지지를 받은 의원이 없을 경우 10% 이상 득표한 의원들을 대상으로 정견발표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출사표를 던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대진표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는 박광온·박홍근 ‘양박’이 선두 구도를 형성하고, 나머지 후보들이 추격하는 형국이라는 게 당내 중론이다. 박광온 의원은 대선 경선 당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를, 박홍근 의원은 이재명 상임고문을 도운 바 있어, 원내대표 선거가 계파 대리전 양상으로 흐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은 후보들 간 노선 차이가 크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관심이 집중되는 대정부 기조의 경우 ‘견제와 균형’을 원칙으로 삼는다는 것이 후보들의 대체적인 입장이다. 의석수를 기반으로 한 ‘힘의 정치’는 지양하겠다는 얘기다. 안규백 의원은 “상대를 ‘녹다운’ 시키는 협상은 없을 거다.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다간 18대 총선처럼 우리가 81석으로 줄 수도 있다”고 했고, 박광온 의원은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국정에는 당연히 협조하되, 반민주·반민생적인 국정에는 단호히 반대하고 개선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홍근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정략적 반대는 일삼지 않겠다”고 했고, 이원욱 의원은 “발목잡기보다 견제할 것은 견제하고 협력할 것은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후보들은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상임고문 등 당의 ‘인적 자산’을 겨냥한 정치보복에는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 고문에 여권의 공세가 집중될 가능성이 높은 ‘대장동 특검’의 경우 당론대로 상설특검법을 준용해야 한다는 데 후보들의 목소리가 일치했다.

 

안규백·박광온·이원욱 의원 등 다수의 후보들은 최우선 과제로 당내 통합을 꼽았다. 검찰개혁과 언론개혁 등 개혁 입법과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동력이 ‘단일대오’로부터 마련될 수 있다는 인식에서다. 다만 개혁 입법의 우선순위와 추진 시기 등 각론에서는 의원별로 입장이 조금씩 엇갈렸다. 박광온·박홍근 의원 등이 정치·검찰·언론 개혁 등에 필요한 입법을 관철해야 한다는 쪽인 반면, 안규백 의원은 지방선거에 집중하는 것이 먼저라며 ‘속도 조절론’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이원욱 의원은 “지방선거 전이라도 필요하다면 개혁 입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검찰의 수사권-기소권 완전 분리를 위한 개혁 입법을 새 정부 출범 전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윤 비대위원장은 “검찰총장 출신이 대통 령에 당선된 상황에서 검찰개혁의 추가 완성이 어려울 수 있다. 당선인 쪽에서 검찰에 대한 문민 통제를 차단하고 검찰에 예산권을 주겠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어 정권이 바뀌기 전에 검찰개혁을 마무리 져야 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윤 비대위원장은 △헌법개정을 위한 정치개혁 특별위원회 설치 △부동산 세제 부담 완화 △ 평등법 제정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을 골자로 한 언론개혁 등도 중점 추진 과제로 제시했다. 심우삼 기자

 

윤호중 “새 정부 출범 전에 검찰 · 언론개혁법 매듭지을 것”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비대위 운영과 당 쇄신 방안 등을 발표한 뒤 인사하고 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검찰·언론개혁을 새 정부 출범 전에 매듭짓겠다고 밝혔다. 또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이 대선 과정에서 약속한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 정치개혁 관련 법과 함께 평등법 제정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윤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최초 검찰 출신 대통령 당선인이 등장함으로써 검찰 개혁이 좌초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높다”며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엄격히 분리해 검찰의 권력 독점으로 인한 폐해를 똑바로 바로잡고 검경(검찰·경제계)유착, 검정(검찰·정치권)유착의 고리를 확실히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공영방송을 국민께 돌려드리기 위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포털 중심의 뉴스 운영 체계 개혁, 인권 보호를 위한 언론중재법 처리 등 관련 개혁 과제를 최대한 신속히 처리하겠다”고도 했다. 민주당 일각에서 ‘대선 패배 책임론’ 등을 들어 비대위원장 사퇴를 압박하자 ‘개혁과제 완수’를 내세우며 리더십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윤 위원장은 다당제 실현 등 정치개혁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기득권 정치 구조 타파, 다당제 실현, 국민의 대표성 확대 등은 지체할 수 없는 시급한 개혁 과제”라며 “당장 6월 지방선거부터 새로운 정치 문화가 뿌리내리도록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 위성 정당 창당 방지, 국회 개혁과 더불어 여야 협치와 협력을 제도화할 수 있는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권지웅 민주당 비대위원이 필요성을 강조한 평등법 제정 논의도 본격화한다. 윤 위원장은 “차별의 벽을 넘어서 더불어 살아가는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 입법 공론화를 위한 공청회와 당내 토론회를 개최하겠다”며 “국민과 당내 의견을 수렴하여 민주적 절차와 사회적 합의를 거쳐 국민 모두의 평등법을 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다주택자 중과세 한시적 유예, 주택 취득세 인하, 1가구 1주택 실수요자 보유세 부담 경감 등을 힘 있게 추진하겠다”며 대선 과정에서 약속했던 부동산 세제 부담 완화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 1주택자 종부세 폐지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 데 대해선 “아직 당내에서 검토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송채경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