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화성-17형’ 시험…4년4개월 만에 ICBM 발사 ‘강수’

 

북한이 동해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장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한 24일 고공정찰기 U-2S가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공군 오산기지로 착륙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반도 평화시계가 2017년 7~9월의 그 뜨겁고 위태롭던 ‘한반도 전쟁 위기’ 때로 빠르게 역회전하고 있다.

 

북한은 24일 오후 평양 순안 일대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고, 청와대는 즉각 “북한이 국제사회에 스스로 약속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유예를 파기한 것”이라고 규정한 ‘정부 성명’을 발표했다.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는 2017년 11월29일 ‘화성-15형’ 시험발사와 함께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뒤로 1577일(4년3개월23일) 만이다.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와 한·미 정부의 “북의 모라토리엄 파기”(24일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 규정으로 2018년 4·27판문점선언과 6·12북미공동성명을 양대축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떠받쳐온 ‘2018년 한반도 잠정 평화체제’가 붕괴 국면에 들어섰다. 앞서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2018년 4월20일 노동당 중앙위 7기3차 전원회의에서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케트시험발사 중지”를 밝혔고, 이어진 남북, 북-미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새로운 조미관계 수립”,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약속했다. 이날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와 ‘모라토리엄 파기’로 이 합의의 핵심 기반이 심각하게 훼손된 것이다.

 

북은 최근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중요 시험”이라고 하지만, 위성 발사용 장거리 로켓도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어떠한 발사”도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874호(2009년 6월12일) 위반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아울러 유엔 안보리가 결의 2087호(2013년 1월22일)에서 북의 핵시험·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땐 자동적으로 회의를 소집해 추가 제재에 나설 수 있는 ‘트리거 조항’을 도입했다. 한·미 북핵수석대표가 24일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전화 협의를 통해 “유엔 안보리 차원의 조치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단합된 대응”을 다짐한 배경이다.

 

 

더구나 4월 중하순엔 한·미 연합군사연습이 예정돼 있다. 한·미 정부 당국과 전문가들은 북이 김일성 주석 탄생 110돌 기념일(태양절)인 4월15일 즈음 ‘정찰위성’ 발사 형식을 빌려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예견해온 터다. 한국의 정권 교체기인 3~5월 북의 전략적 군사행동과 한·미 등의 군사훈련 등이 맞물리며 ‘한반도 위기 지수’가 빠르게 높아질 위험이 높다.

 

통일외교안보 분야의 원로 인사는 “한반도 정세가 2017년 여름으로 되돌아가는 분위기”라며 “어쩌면 그때보다 상황이 더 나빠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2017년 여름 북은 화성-14형(7월4일, 7월28일)과 화성-12형(8월29일, 9월15일)을 잇달아 발사했고, 6차 핵시험(9월3일)까지 치달았다. 유엔 안보리는 북의 석탄·섬유·의류제품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원유·정제유 수출 총량제한제를 도입했다. 그해 8월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회견에서 “세계가 보지 못했던 화염과 분노에 북한이 직면할 것”이라고 하자, 다음날 북의 전략군 대변인이 “괌도 주변 포위사격 검토” 성명을 발표했고, 김정은 총비서는 2018년 1월1일 신년사에서 “핵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고 밝혔다. 이런 사정 탓에 2017년 여름은 한국전쟁 이후 한반도가 전쟁에 가장 가까이 다가선 시기로 불린다.

 

북이 1577일 만에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라는 전략적 군사행동에 다시 나선 데에는 “더는 기다릴 수 없다”는 김정은 총비서의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많다.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 1월19일 노동당 중앙위 정치국 8기6차 회의에서 “미국의 적대시 정책과 군사적 위협이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위험계선에 이르렀다”며 “(대미) 신뢰구축 조처들을 전면 재고하고 잠정 중지했던 모든 활동들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신속히 검토해볼 데 대한 지시를 해당 부문에 포치(공지)”했다. 모라토리엄 파기를 예고한 셈이다. 하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일 의회 국정연설에서 “북한”을 단 한차례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철군과 그 후폭풍,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란 핵협정 복원 등에 외교 자원을 쏟아부으며 북을 향해선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는 외교적 수사를 넘어선 ‘행동’에 나서지 않고 있다. 북한은 ‘우선 관심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전직 정부 고위관계자는 “김정은 위원장은 이미 행동에 돌입했는데, 한·미 양국 정부 모두 자기 문제로 효과적인 외교적 해법을 마련하지 못하는 처지”라며 “한·미가 상황을 안정시킬 외교적 해법을 찾지 못한다면 북이 대륙간탄도미사일 추가 발사는 물론 추가 핵시험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제훈 기자

 

김정은의 ICBM, ‘바이든 무관심’을 겨냥하다

 

 북, ‘화성-17형’ 왜 시험했나

‘정찰위성’ 포장 벗기고 4년4개월 만에 ICBM 발사 ‘강수’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의 “직접 지도 밑에 24일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시험발사가 단행됐다”고 노동신문이 25일 1~4면에 16장의 사진과 함께 펼쳐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를 현지지도하고 친필명령서를 하달했다고 25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김 총비서가 미사일 발사에 친필명령서를 내린 것은 2017년 11월29일 ‘화성-15형’ 발사 이후 처음이다.

 

김정은 총비서는 “새로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략 무기 출현은 전세계에 우리 전략무력의 위력을 다시 한번 똑똑히 인식시키게 될 것”이라며 “우리 국가방위력은 어떠한 군사적 위협 공갈에도 끄떡없는 막강한 군사 기술력을 갖추고 미 제국주의와의 장기적 대결을 철저히 준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고 이날 노동신문은 전했다.

 

노동신문이 공개한 ‘친필명령서’를 보면, 김 총비서는 군수공업부가 준비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시험발사준비를 끝낸 정형보고’ 위에 “시험발사 승인한다. 3월24일에 발사한다. 조국과 인민의 위대한 존엄과 명예를 위하여 용감히 쏘라!”고 적었다.

 

김 “미국과의 장기 대결 준비”…‘미 반응 더 못기다려’ 판단

 

김 총비서의 친필명령서를 근거로 “(김정은 총비서의) 직접 지도 밑에 24일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시험발사가 단행됐다”는 노동신문 보도는 곱씹어볼 대목이 많다. 김일성 주석 탄생 기념일인 ‘태양절’ 110돌(4월15일) 즈음에 ‘정찰위성’을 명분으로 장거리 로켓을 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한국·미국 전문가들의 예상을 ‘시기’와 ‘내용’ 모두 넘어선 선택이어서다. 더구나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는 2017년 11월29일 ‘화성-15형’ 시험발사와 함께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뒤로 1577일(4년 3개월 23일) 만이다.

 

예상과 달리, 김 총비서가 태양절까지 기다리지 않고 지금 ‘정찰위성’용 장거리로켓 발사라는 ‘포장’까지 벗기고 1577일 만에 다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라는 전략적 군사행동에 나선 것을 두고, 북한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상응조처’를 “더는 기다릴 수 없다”는 전략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 총비서는 1월19일 노동당 중앙위 정치국 8기6차 회의에서 “미국의 적대시 정책과 군사적 위협이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위험계선에 이르렀다”며 “(대미) 신뢰구축 조처들을 전면 재고하고 잠정 중지했던 모든 활동들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신속히 검토해볼 데 대한 지시를 해당 부문에 포치(공지)”했다. ‘모라토리엄’(핵시험·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유예) 파기를 이미 예고한 셈이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일 의회 국정연설에서 “북한”을 단 한 차례도 입에 올리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철군과 그 후폭풍,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란 핵협정 복원 등에 외교 자원을 쏟아부으며 북을 향해선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는 외교적 수사를 넘어선 ‘행동’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북한은 ‘우선 관심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북한 정부가 바이든 행정부에게 ‘대북 제재 완화’는 커녕 적극적인 북-미 협상조차 당분간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듯하다. 통일외교안보 분야 원로 인사는 25일 “김정은 위원장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결정엔 북·미 쟁점 해소에 외교적 자원을 쏟지 않고 소극적 정세 관리에만 치중해온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무관심이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미-러 ‘우크라 사태’로 대치중…안보리 추가제재 어렵다 예상

 

둘째, 미국-중국 패권·전략 경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 침공을 계기로 한 미-러 정면 대치에 따른 ‘미국 대 중국·러시아’ 대립 구도 탓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우리라는 셈법도 작용한 듯하다. 유엔 안보리가 25일 오후 3시(현지시각) 공개회의를 소집했지만, 거부권을 지닌 미-중·러 사이의 대립·갈등 탓에 신속하고 효과적인 추가 대북제재에 합의하리라는 기대는 낮다. 북한의 핵시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한 유엔 안보리의 공개회의 소집은 북의 ‘화성-15형’ 발사에 대응해 추가 제재를 결정한 2017년 12월22일 결의 2397호 채택 이후 1555일(4년 3개월 3일) 만이다.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중·러 갈등 탓에 유엔 안보리가 사실상 작동 불능 상태에 빠졌다”며 “김 위원장이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다”고 말했다. 수미 테리 우드로윌슨센터 한국연구센터장도 24일(현지시각) <포린 어페어스>에 실린 ‘북한의 핵 기회주의-김정은은 왜 우크라이나 위기를 이용하려고 선택했나’라는 기고문에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응력 부족과 한국의 정권교체 상황을 이용한 북한의 핵무기 확장 시도라고 진단했다. 테리 센터장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의 열쇠를 쥐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미국과의 대치로 북한에 대한 제재를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북·중·러 ‘3각협력’ 복원도 노려

 

셋째, ‘미·중·러 3각 전략게임’(미-중 패권·전략 경쟁, 미-러 대치, 중·러 협력)을 북·중·러 북방 3각 협력체제의 복원 및 김 총비서의 대외 운신의 폭을 넓힐 기회로 삼으려는 전략적 포석일 수도 있다. 자주와 주권을 절대가치로 신성시해온 북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유엔 안보리의 두차례 결의(3월1일, 3월24일)에 모두 반대표를 던진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북의 ‘반대’는 두차례 모두 ‘기권’ 표결한 중국의 선택보다 훨씬 더 친러시아적이다. 북·중·러 3각 협력체제는 냉전기 북한 경제·안보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유럽을 순방하며 대러시아 제재·포위망을 강화하려는 시점에 맞춰 이뤄진 김 총비서의 화성-17형 시험발사와 모라토리엄 파기는 바이든 대통령의 대북 대응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러시아 ‘이중 대치’ 전선에 쏟아부을 외교 자원의 일부라도 ‘북한’에 돌리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중·러를 돕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요컨대 김 총비서는 미·중·러 갈등이 가열되는 지금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시험발사”를 하는 게 북에 무관심해 보이는 바이든 행정부를 자극하고, 중·러를 측면 지원하면서도, 유엔 안보리의 고강도 추가 제재를 무산시키거나 뒤로 늦출 수 있다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상당하다.

 

‘레드라인’ 넘은 북, 더 큰 도발 나서나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레드라인을 넘어선 만큼, 향후 더 파괴력이 큰 도발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특히 한국의 정권 교체기를 틈탄 혼란 속 김일성 주석 탄생 기념일인 ‘태양절’과 한미연합 훈련이 예정된 4월 안팎에 추가적 도발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넘어가지 않은 점을 들어서, 북한 역시 아직은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제위기그룹의 한반도문제 선임연구원인 크리스토퍼 그린은 <월스트리트 저널>에 이번 발사가 기존보다 더 높이, 더 멀리 날아갔으나, 일본 상공을 넘어가지는 않았다는 것을 언급하며 “게임체인저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도 확실히 (이를) 의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군 관계자는 25일 기자들과 만나 “오늘 아침 북한이 공개보도를 통해 신형 화성-17형이라고 보도한 것에 대해 한미 정보당국이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밀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럼 화성-17형이 아니라는 얘기냐’는 질문엔 더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군과 정보 당국 등은 북한이 전날 실제로는 기존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15형’을 쏴놓고도, 이전에 공개하지 않은 화성-17형 성능 시험 발사 때 찍어놓은 사진을 공개 발표했을 수도 있다고 보고 추가 분석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훈 정의길 기자

 

김정은, 신형 ICBM 발사 현장 지도…“미제와 장기 대결 철저 준비”

 

<노동신문>, “신형 ICBM 화성포-17형 발사”

“강력한 핵 전쟁 억제력 강화 결심 확고 부동”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의 “직접 지도 밑에 24일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시험발사가 단행됐다”고 노동신문이 25일 1~4면에 16장의 사진과 함께 펼쳐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의 “직접 지도 밑에 24일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시험발사가 단행됐다”고 <노동신문>이 25일 1~4면에 걸쳐 16장의 사진과 함께 펼쳐 보도했다.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는 2017년 11월29일 ‘화성-15형’ 시험발사와 함께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뒤로 1577일(4년 3개월 23일) 만이다.

 

김정은 총비서는 “새로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략 무기 출현은 전세계에 우리 전략무력의 위력을 다시 한번 똑똑히 인식시키게 될 것”이라며 “우리 국가방위력은 어떠한 군사적 위협 공갈에도 끄떡없는 막강한 군사 기술력을 갖추고 미 제국주의와의 장기적 대결을 철저히 준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고 노동신문은 전했다.

 

김 총비서는 “나라의 안전과 미래의 온갖 위기에 대비하여 강력한 핵전쟁 억제력을 질량적으로, 지속적으로 강화해나가려는 우리 당과 정부의 전략적 선택과 결심은 확고부동하다”며 “누구든 우리 국가의 안전을 침해하려 든다면 반드시 처절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것을 똑똑히 알게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노동신문은 “급변하는 국제정치정세와 날로 가증되는 조선반도지역의 군사적 긴장의 근원, 핵전쟁위협을 동반하는 미제국주의와의 장기적인 대결의 불가피성”을 거론했다.

 

김 총비서가 2018년 4월20일 노동당 중앙위 7기3차 전원회의에서 처음 밝히고 2018년 6월12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약속한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케트시험발사 중지”(모라토리엄)에 더는 얽매이지 않는다는 ‘행동’을 통한 공개 선언이다. 김 총비서가 2019년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3년여에 걸친 ‘교착 국면’을 뒤로 하고, 핵·미사일을 앞세운 전략적 군사행동으로 대미 압박 외교에 나섰다는 뜻이기도 하다. 앞서 김 총비서는 1월19일 노동당 중앙위 정치국 8기6차 회의에서 “미국의 적대시 정책과 군사적 위협이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위험계선에 이르렀다”며 “(대미) 신뢰구축 조처들을 전면 재고하고 잠정 중지했던 모든 활동들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신속히 검토해볼 데 대한 지시를 해당 부문에 포치(공지)”해, 사실상 모라토리엄 해제를 예고했다.

 

24일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김정은 총비서가 현장지도하고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시험발사”라 명시한 대목은, 북이 최근의 잇단 탄도미사일 발사를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중요 시험”이라고 밝혀온 사실과 결을 달리 한다. 이는 적어도 두 갈래로 해석이 가능하다. 첫째, 김일성 주석 탄생 기념일(태양절) 110돌 즈음에 김정은 총비서가 “군사정찰위성 발사” 형식을 빌려 장거리로켓 발사(군사기술적으론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와 동일) 시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한·미 정부와 전문가들의 기존 전망은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 둘째, 김정은 총비서가 “정찰위성을 궤도에 올리려는 장거리 로켓 발사”라는 포장도 벗겨버리고 바로 핵·대륙간탄도미사일 전략 카드를 흔들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긴장과 대립의 강도가 격해질 위험이 높다.

 

25일 노동신문이 공개한 ‘친필명령서’를 보면,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군수공업부가 준비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시험발사준비를 끝낸 정형보고’에 “시험발사 승인한다. 3월24일에 발사한다. 조국과 인민의 위대한 존엄과 명예를 위하여 용감히 쏘라!”고 적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 총비서는 “23일 새로 개발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전략무력의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단행할 데 대한 친필명령서를 하달하시고 24일 시험발사현장을 찾으시어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시험발사 전 과정을 직접 지도하셨다”고 노동신문은 전했다. 노동신문이 공개한 ‘친필명령서’를 보면, 김 총비서는 군수공업부가 준비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 시험발사준비를 끝낸 정형보고’에 “시험발사 승인한다. 3월24일에 발사한다. 조국과 인민의 위대한 존엄과 명예를 위하여 용감히 쏘라!”고 적었다.

 

김 총비서는 ‘화성포-17’형 시험발사를 “기적적인 또 한번의 승리”라고 규정하고는, “우리 당의 자위적 국방건설노선과 핵무력건설노선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해주고 받들어준 위대한 조선인민이 쟁취한 값높은 승리”라고 밝혔다.

 

25일 노동신문은 “(24일)평양국제비행장에서 발사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은 최대 정점고도 6248.5km까지 상승하며 거리 1090km를 4052s(67분53초)간 비행하여 조선동해 공해상의 예정수역에 정확히 탄착되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노동신문은 “평양국제비행장에서 발사된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7’형은 최대 정점고도 6248.5km까지 상승하며 거리 1090km를 4052s(67분53초)간 비행하여 조선동해 공해상의 예정수역에 정확히 탄착되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는 주변국가들의 안전을 고려하여 고각발사방식으로 진행됐다”고 덧붙였다.

 

노동신문은 “‘화성포-17’형 무기체계”를 “주체적 힘의 응결체”이자 “자력갱생의 창조물”이자 “공화국 전략무력의 핵심타격수단”이자 “믿음직한 핵전쟁억제수단”이라고 규정했다. 아울러 화성포-17형 시험발사를 “주체조선의 절대적 힘, 군사적 강세(를) 힘있게 과시”한 “역사적 사변”이라고 자찬했다.

 

앞서 김 총비서는 2020년 신년사를 대신한 노동당 중앙위 7기5차 전원회의 사업총화 보고(연설)을 통해 “이제 세상은 곧 멀지 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보유하게 될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군 관계자는 25일 기자들과 만나 "오늘 아침 북한이 공개보도를 통해 신형 화성-17형이라고 보도한 것에 대해 한미 정보당국이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밀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럼 화성-7형이 아니라는 얘기냐’는 질문엔 더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군과 정보 당국 등은 북한이 전날 실제로는 기존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15형'을 쏴놓고도, 이전에 공개하지 않은 '화성-17형' 성능 시험 발사 때 찍어놓은 사진을 공개 발표했을 수도 있다고 보고 추가 분석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훈 기자

 

공군, F-35A 전투기 대거 동원 '지상활주'…대북억지력 시위

 

서욱 국방부 장관, ‘엘리펀트 워크’ 훈련 현장 지휘

문재인 정부 들어 첫 전투기 동원 무력 시위

 

F-35A 스텔스 전투기 수십 여 대가 25일 오후 우리 군 공군기지에서 엘리펀트 워크(Elephant Walk) 훈련을 하고 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25일 공군기지를 방문해 F-35A 스텔스 전투기의 ‘엘리펀트 워크(Elephant Walk·코끼리 걸음)’ 훈련을 현장지휘하고 24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관련 우리 군의 군사 대비태세를 점검했다”고 국방부가 밝혔다.

 

엘리펀트 워크 훈련은 다수의 전투기가 최대 무장을 갖추고 활주로에서 밀집 대형으로 이륙 직전 단계까지 지상 활주를 하는 훈련을 뜻한다. 전면전이나 유사시를 대비해 최대 무장을 갖춘 전투·폭격기들이 신속하게 출격하는 연습으로, 이번 조처는 전날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와 모라토리엄(핵시험·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유예) 파기에 대응한 대북 억지력 시위의 성격을 띤다. 군이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인 F-35A를 대거 동원한 엘리펀트 워크 훈련을 통해 무력시위에 나선 건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이다. 이날 훈련에는 F-35A 28대가 동원됐다고 알려졌다.

 

F-35A 스텔스 전투기 수십 여 대가 25일 오후 우리 군 공군기지에서 엘리펀트 워크(Elephant Walk) 훈련을 하고 있다.

 

서욱 장관은 엘리펀트 워크 훈련을 현장 지휘하며 “전천후 은밀침투·정밀타결 능력을 갖춘 ‘보이지 않는 힘’ F-35A 스텔스 전투기를 활용해 압도적인 전략적 승리를 달성하고 북한의 추가 행동을 억제할 수 있는 만반의 군사 대비태세를 유지할 것”을 강조했다. 서 장관은 “우리 군은 점증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해 우리 군의 ‘핵·대량파괴무기(WMD) 대응 체계’ 등 독자적인 가용 능력과 미국의 확장억제전력 등 한미동맹의 능력을 통합하여 효과적으로 억제 및 대응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를 더욱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고 국방부가 전했다.

 

앞서 군은 24일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동해상으로 육해공군이 합동 지·해·공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이런 ‘맞불 미사일 발사’는 2017년 9월 이후 처음이다. 이제훈 기자

 

청와대, 윤 당선자에게 ‘북한 ICBM 동향’ 브리핑

 

서훈 국가안보실장 인수위 찾아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을 방문하고 있다.

 

청와대는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25일 오후 윤석열 당선자에게 북한의 2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관련 브리핑을 했다고 밝혔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서훈 실장이 문재인 대통령 지시에 따라 윤 당선자를 찾아, 발사 관련 동향과 정부 대응조처, 향후 전망과 대책을 브리핑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직후 참모회의를 소집해 “당선인에게 오늘의 상황과 대응 계획을 브리핑하고, 향후에도 긴밀히 소통하라”고 서훈 실장에게 지시한 바 있다. 인사권 등을 두고 청와대와 윤 당선자 쪽 사이 정면충돌이 빚어졌지만, 안보 문제 만큼은 적극적인 협의를 해달라고 문 대통령은 주문한 바 있다.

 

이날 국가안보실은 당선자 쪽과 정부 교체기에 외교안보 현안에 빈틈없이 대응하기 위한 협력을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서훈 실장은 대선이 끝난 뒤인 지난 12일 윤 당선자를 찾아 미사일 시험발사 등 북한 관련 동향과 우크라이나 사태를 비롯한 외교안보 주요 현안을 브리핑한 바 있다. 이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