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집무실 공약은 “재앙”으로

이전비용 496억원은 ‘대략적 견적’

경호· 보안 공사 “안 한다”→“검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 앞에 설치된 프레스다방을 찾아 취재진과 즉석 차담회를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이 여론의 반발에 부딪치자 윤 당선자와 측근들이 ‘여론전’에 주력하는 가운데 졸속 추진 사례가 드러나고 윤 당선자 쪽의 ‘말 바꾸기’가 이어지고 있다.

 

윤 당선자가 ‘탈 청와대’를 공언하며 집무실을 광화문 청사에 두겠다던 계획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변경하는 과정부터 대표적인 ‘말 바꾸기’ 사례다. 윤 당선자가 지난 1월27일 공약을 발표하며 “충분히 검토했다”고 했던 ‘광화문 집무실’ 계획은 53일 만에 “재앙”으로 변했다. 윤 당선자는 지난 20일 집무실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당선인 신분으로 보고를 받아보니 광화문 이전은 시민들 입장에선 ‘재앙’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윤 당선자는 집무실 이전 비용이 496억원이라고 밝혔지만, 이 비용도 꾸준히 늘고 있다. 윤 당선자가 ‘용산 시대’를 선언한 이튿날인 지난 21일 김은혜 당선자 대변인은 집무실 이전에 따라 합참이 남태령 수도방위사령부로 옮겨가는 비용은 1200억원이라고 밝혔다. 윤 당선자가 전날 언급하지 않은 돈이었다. 이에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 22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현재 합참 청사를 2010년 신축할 당시 1750억원가량이 소요됐다”고 밝혔다. 윤 당선자 쪽이 추산한 합참 이전 비용 1200억원은 12년 전 청사 신축비용에도 미치지 못하는 액수인 셈이다.

 

윤 당선자가 기자회견에서 밝혀 집무실 이전 최소비용으로 보도된 496억원도 정확한 수치가 아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우원식 의원이 기재부에서 받은 회신을 23일 보면, 496억원 산출의 상세 내역을 질의하자 기재부는 “이전 비용의 세부 내역은 국가재정법 제51조에 따라 각 부처에서 기재부에 예비비 신청을 하지 않았으므로 관련 자료가 없다”고 답했다. 496억원은 기재부가 공식적으로 산출한 비용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액수는 인수위가 행정안전부와 국방부에 이전 비용을 요청하자 행안부와 국방부의 의뢰를 받은 기재부 담당부서가 집기 규모와 직급별 필요 면적 등을 감안해 뽑아준 대략적인 견적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에 절대 머물지 않겠다’는 윤 당선자 뜻에 따라 그가 취임 뒤에도 사용하겠다는 서울 금융감독원 연수원(통의동) 집무실 보안 구상도 바뀌고 있다. 인수위 관계자는 전날 ”당선자가 ‘나를 위해서 돈을 들이라’는 스타일이 아니다. 혈세 쓸 필요가 없다”며 방탄유리 설치 등 경호·보안 공사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윤 당선자가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아 발생할 수 있는 비용을 아끼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경호·보안 논란이 지속되자 김은혜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방탄유리를 설치하는) 그 정도는 한번 검토해볼 대상 아닐까 싶다”며 태도를 바꿨다. 서영지 기자

 

“총리까진 과도한 욕심”…안철수는 안중에도 없는 윤핵관

 

권성동 “인수위원장한 뒤 총리?

요직 다 차지하려고 하면 문제”

‘안철수 불가론’ 도발발언 꺼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월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 들어서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첫 국무총리 자리를 놓고 안철수 인수위원장과 윤석열 당선자 측근 사이의 신경전이 시작됐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측근) 중 하나로 꼽히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진작에 거론된 ‘안철수 총리설’에 “과도한 욕심”이라며 견제구를 날린 것이다.

 

권 의원은 23일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무총리는 안 위원장이 가장 유력한 거냐’라는 질문에 “인수위원장 하면서 국무총리 하기에는…역대 그런 경우가 있었나”라며 “그런 경우가 없었던 것으로 저는 기억하는데 인수위원장을 하면서 또 국무총리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 의원은 이어 “요직을 연속해서 맡는 것 자체가 너무 과도한 욕심을 부린 것으로 비치지 않겠느냐, 국민에게”라며 “단순히 그런 차원에서 분석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3년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는 김용준 당시 인수위원장을 첫 총리로 지명했지만 자녀 병역면제 의혹 등으로 낙마한 사례가 있다.

 

권 의원의 이날 발언은 대선 후보 단일화로 윤석열 정부의 공동운영 파트너로 인정받으며 예비여권 내부에서 세력을 키워나가고 있는 안 위원장을 견제한 것이다. 안 위원장은 인수위를 맡게 된 뒤에도 인수위원 인선은 물론 향후 조각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안 위원장 주변에선 총리 임명에 기대감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크지만, 안 위원장은 지난 14일 인수위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지금 현재 제가 맡은 일에 집중하자는 생각밖에 머릿속에 들어있지 않다. 국정 과제 전반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고 중요한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이라 한눈을 팔고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안 위원장 쪽 관계자는 <한겨레>에 “국민들이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지가 가장 중요할 것”이라며 “저희로서는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지 섣불리 자리에 대해서는 어떤 마음도 갖고 있지 않다. 위원장도 현재 역할에 충실하실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윤 당선자의 핵심 측근인 권 의원도 대통령 비서실장 등 윤석열 정부 주요 보직의 후보자로 올라있다. 안 위원장을 견제하는 그의 발언이 ‘단순한 사견’으로 읽히지 않는 이유다. 후보 단일화 당시 합의됐던 국민의힘-국민의당 합당을 위해 안철수 위원장은 국민의당 대표 자격으로 오는 24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만난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여당이 될 국민의힘 내부에서 윤핵관-안철수-이준석 세력 간의 치열한 각축이 예상된다. 김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