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파란 점퍼 벗고 “국민통합” 외쳤다

● COREA 2022. 2. 16. 05:30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중도 · 보수 향해 지지 호소

“정치인 이념이 뭐가 중요한가

 국민 뜻 존중하는 게 민주국가”

 

 충청서 윤석열 ‘사드 발언’ 겨냥

“흉악한 거 말고 보일러 놔드릴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제20대 대통령 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5일 대전시 으능정이 거리에서 연설을 마친 뒤 청년들과 함께 손을 들어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좋은 정책이라면 홍준표의 정책이라도 박정희의 정책이라도 다 갖다 쓰겠다. 이게 바로 실용 정치 아니겠나.”

 

공식선거운동 일정이 시작된 1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부산에서 서울까지 ‘경부 상행선’ 420㎞를 달리며 강조한 것은 ‘통합’이었다.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 점퍼 대신 양복을 입은 이 후보는 중도층과 보수층을 향해 거듭 지지를 호소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부산 부전역 앞에서 이뤄진 첫 유세에서 “내 편이면 어떻고 네 편이면 어떠냐. 전라도 출신이면 어떻고 경상도 출신이면 어떠냐. 박정희면 어떻고 김대중이면 어떠냐”며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면 어떤 것이든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후보는 “정치인의 이념과 사상이 뭐가 중요하냐. 자신의 이념과 사상을 관철하고 싶으면 학자나 사회사업가, 사회운동가를 해야 한다”며 “국민 요구와 내 신념과 가치가 어긋나면 과감하게 포기하고 국민 뜻 존중하는 게 민주국가 아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1000여명(경찰 추산)이 모인 지지자들 사이에서 “이재명 잘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날 부산-대구-대전-서울로 이어진 ‘경부 상행선 유세’에서 이 후보의 메시지를 관통하는 세 가지 키워드는 △위기 극복 총사령관 △경제대통령 △국민통합이었다. 이날 자정 부산항 통합관저센터에서 수출 운항 선박 근무자들을 만난 이 후보는 부산서 공식 선거운동 첫발을 뗀 데 대해 “부산은 제가 존경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부산을 다녀온 뒤 페이스북에 “어떤 기억은 갈수록 생생해지고 또렷해진다”며 “억울하고 서러워서 가슴 때리며 우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며 노 전 대통령을 또 다시 언급하며 내부 결집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는 윤 후보의 ‘문재인 정권에 대한 적폐수사’ 발언을 겨냥한 것이기도 했다.

 

대구에선 고향(경북 안동)을 부각하며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이 후보는 대구 동성로 유세에서 “고향 까마귀도 보면 반갑다는데 여러분과 같이 물을 마시고 여러분과 같이 땅을 딛고 자라났던 저 이재명 보니까 반갑지 않으냐”며 경북 안동 출신임을 강조했다. 그러자 일부 지지자들은 “반갑습니더”라며 호응하기도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겨냥해 “코로나 초기 대구시민들이 엄청난 고통을 받고 사랑하는 가족들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떠나갈 때 얼마나 슬프고 애달팠겠냐”며 “신천지가 코로나 퍼트리고 방역 비협조 할 때 신속하게 압수수색해서 명단 구하고 조치 제대로 했다면 단 한명이라도 희생자 줄일 수 있었던 거 아니냐”고 윤 후보의 신천지 ‘봐주기 수사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위기에 강한, 유능한 경제 대통령’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이 후보는 대전 으능정이거리 유세에서 “여기에 OO 노래방, OO 헤어가 있다. 코로나19로 얼마나 많은 희생 치렀겠냐”며 “대통령이 되면 50조원 추경 즉시 마련하고 안 되면 긴급재정명령권 발동해서 2년간 손실 완전히 보상해주겠다”고 말하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곳은 불과 2시간40분 전 윤 후보가 유세를 벌였던 장소기도 하다. 이 후보는 이를 의식한 듯 “제 아내 고향 충청도에 사드같이 흉악한 거 말고 저는 보일러 놔드리겠다”며 “이 자리에서 존경하는 윤 후보가 유세했다고 들었다”고 운을 띄웠다. 그러자 지지자들은 “몰라요”라고 외쳤고, 이 후보는 “여러분 관심 없어도 꼭 지켜보시고, 물건 살 때도 비교하고 꼼꼼하게 체크하는데 이 나라를 제대로 바꿀 유능한 후보가 누군지 꼭 지켜보고 비교하라”고 말했다.

대전에서 스타트업 회사를 운영하는 박석연(35)씨는 “두 후보 모두 거부감이 컸다. 그래서 현장에서 직접 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윤 후보와 이 후보 유세를 모두 봤는데 윤 후보는 미리 준비한 종이만 보고 읽는 반면, 이 후보는 원고없이 연설하는 걸 보면서 준비가 많이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서울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에서 광주·전남과 전북에서 각각 유세활동을 벌이던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과 정세균 전 총리 등과 ‘원팀 유세’를 벌였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경선에 함께 뛰었던 이 위원장과 정 전 총리,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박용진 의원에게 직접 파란 목도리를 둘러줬고, 이 위원장은 이 후보에게 목도리를 둘러준 뒤 양쪽 어깨를 꽉 잡으며 북돋아줬다.

지지자들은 ‘청와대를 굿당으로 만들 수 없습니다’ ‘신천지 아웃’ 등의 손팻말과 파란색 형광봉을 흔들면서 응원에 나섰다. 이 후보를 보러 일부러 이자리에 왔다는 권승회(45)씨는 “이 후보가 강조하는 게 능력있는 대통령이고 전문성 있는 사람들에게 자리를 준다고 하지 않았나. 그래서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이 날 이 후보가 경부선 앞 광장에서 즉석연설을 하는 동안 2층 경부선 복도에서도 사람들이 빼곡히 모여 연설을 지켜보면서 “원팀”을 함께 외치기도 했다.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은 경부선과 호남선이 만나는 곳으로 국민통합이 담긴 상징적 의미라고 선대위는 설명했다.  부산·대구·대전/서영지 기자

당 규모 따라 대선 곳간도 ‘양극화’

민주·국힘, 펀드 방식 순식간에 모금

정의·국민의당, 후원금으로 긴축재정

 

2022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5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각 후보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20대 대선 선거운동이 본격화하면서 거대 양당과 군소정당 간에 선거비용 ‘양극화’도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선거비용 상한액인 513억 900만원을 수월하게 모금하며 곳간을 채웠지만, 정의당·국민의당 등 소수정당은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선거전에 나섰다.

 

거대 양당은 ‘대선후보 펀드’를 통해 ‘실탄’을 쉽게 장전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지난 9일 ‘이재명 펀드’를 내놓은 지 1시간49분 만에 선거비용 상한액을 훌쩍 뛰어넘는 768억원을 모금했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국민펀드’로 53분 만에 500억원을 모았다. 대선후보 펀드는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선거자금을 받고, 선거 뒤 사전에 약정한 이자율을 더해 원리금을 되돌려주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대선 득표율 15%를 넘겨 선거비용 전액을 확실하게 보장받을 수 있는 거대정당 후보만이 가능한 모금한 방식이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 이틀째인 16일에 국고보조금이 지급되면 정당별 재력 차이는 더욱 확연해진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20년 총선 선거권자 총수에 올해 보조금 계상단가를 곱해 산정한 ‘선거보조금’을 각 당에 배분할 예정이다. 원내교섭단체인 거대 양당에는 총액의 50%가 동일하게 배분되고, 의석수 5석 이상 20석 미만의 비교섭단체(정의당)에는 총액의 5%가 간다. 현역의원 3명인 국민의당에는 2%가 배분된다. 의석수가 많을수록 선거보조금도 많이 받는 구조라 군소정당들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 현재 의석수가 각각 172석, 106석에 달하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100억원이 넘는 선거보조금을 수령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의당·국민의당은 ‘긴축재정’으로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다. 정의당은 선거보조금과 후원금을 포함한 50억원의 선거비용을 편성했다. 법정 선거비용 상한액의 10분의 1 수준이다. 정의당 관계자는 15일 “국고보조금 등이 대선을 치르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다. 저희가 기댈 곳은 시민들의 후원금밖에 없다”며 “당원들이 자발적으로 선거운동에 참여하는 ‘돈이 들지 않는 선거운동’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국민의당은 선거 예산을 상한액의 5분의 1 수준인 100억원으로 책정했다. 국고보조금을 제외한 나머지 비용은 안철수 후보 후원금과 사재 등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대선후보는 법정 선거운동 비용의 5%인 25억 6000만원까지 후원금으로 모금할 수 있다.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티브이(TV) 광고를 생략하고 인터넷 광고도 최소화할 생각”이라며 “유세 트럭도 2대 정도로 줄여 후보 사진을 부착한 유세 버스로 대신했고 정당사무소도 꼭 필요한 곳에 배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의석수가 없어 선거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김동연 새로운물결당 후보는 후원금만으로 ‘최소 비용’의 선거를 치른다는 방침이다. 김 후보는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에 출연해 “후원금을 나름대로 많이 모았지만 거대정당이 쓰는 돈에 비하면 아마 100분의 1도 안 될 것이다. 선거자금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심우삼 김해정 기자

 

20대 대통령 선거에 14명 후보 등록

 

기호는 이재명 · 윤석열 · 심상정 · 안철수 순

국회 의석 없으면 정당 명칭 가나다 순 부여

 

 

3월9일 치러지는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모두 14명이 후보자 등록을 마쳤다.

 

1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누리집을 보면, 이번 대선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등 모두 14명이 출마했다. 국회 의석을 가진 정당은 다수의석 순으로 기호가 결정되기 때문에, 이 후보가 1번, 윤 후보 2번, 심 후보 3번, 안 후보 4번 순이 될 것으로 보인다.

 

4명의 후보를 포함해 오준호(기본소득당), 허경영(국가혁명당), 김동연(새로운물결), 조원진(우리공화당), 김재연(진보당), 이경희(통일한국당), 김민찬(한류연합당) 대선 후보가 등록 첫날인 지난 13일 후보자 등록을 마쳤다. 후보자 등록 이틀째인 이날은 이백윤(노동당), 옥은호(새누리당), 김경재(신자유민주연합) 후보 3명이 등록 서류를 제출했다. 국회 의석을 가진 4명의 후보를 제외한 정당의 소속 후보는 정당 명칭의 가나다순으로 기호가 정해진다. 송채경화 기자

유영 70.34점, 김예림 67.78점

유영 트리플악셀 회전수 부족 판정

17일 프리스케이팅 펼쳐

 

유영이 15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해 루도비코 에이나우디 ‘윌링 윈즈’에 맞춰 연기를 펼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한국 피겨의 두 미래가 베이징 빙판 위에서 반짝반짝 빛났다. 하지만 회전수 부족 판정 등을 받으며 아쉬움도 삼켰다.

 

피겨 국가대표 유영(18·수리고)은 15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루도비코 에이나우디 ‘윌링 윈즈’에 맞춰 큰 실수 없이 올림픽 데뷔 무대를 마쳤다. 유영은 이날 70.34점을 받아 6위에 올랐다. 개인 최고 점수(78.22점)에 크게 못 미쳤다.

 

이날 유영의 연기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은 건 트리플 악셀 점프 성공 여부였다. 공중에서 세바퀴 반을 도는 트리플 악셀 점프는 굉장한 고난도 기술로, 피겨 전설인 김연아(32)조차 구사하지 못했던 기술이다. 실제 트리플 악셀의 기본 점수는 8.0점으로 트리플 러츠(5.9점), 트리플 플립(5.3점) 등 다른 점프보다 훨씬 크다.

 

유영이 15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해 루도비코 에이나우디 ‘윌링 윈즈’에 맞춰 연기를 펼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유영은 베이징에 입국한 뒤에도 공식훈련에서 매번 트리플 악셀을 10차례 가량 시도하며 기술 성공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유영은 이날 트리플 악셀 시도 뒤 넘어지지 않았지만, 심판진은 회전수 부족 등의 이유로 2.31점밖에 주지 않았다. 더블 악셀 기본점수(3.50)보다 더 낮았다. 유영은 프리스케이팅에서도 트리플 악셀을 시도한다.

 

유영의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연기 점수. ISU 갈무리 

 

세계 랭킹 3위인 유영은 트리플 악셀을 무기 삼아 이번 대회에서 ‘톱5’ 진입을 노리고 있다. 이미 6위로 목표권에 상당히 근접한 데다, 이날 1위를 기록한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올림픽위원회)가 도핑 의혹으로 향후 성적을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실현 가능한 목표다.

 

유영은 대표적인 ‘김연아 키즈’다. 6살 때인 2020 벤쿠버겨울올림픽 때 김연아가 금메달을 따는 모습을 보고 피겨스케이팅을 시작했고, 2012년 싱가포르에서 한국으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선수의 길을 걸었다. 특히 유영은 만 11살8개월이던 2016년 종합선수권대회에서 김연아가 세운 최연소 기록(만 12살6개월)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평창 대회 때는 나이 제한에 걸려 경기에 나서지 못했지만, 이번 대회에선 주인공이 돼 빙판을 누빈다.

 

김예림이 15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체육관에서 열린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해 프란츠 리스트 ‘사랑의 꿈’에 맞춰 연기를 펼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김예림(19·수리고)도 올림픽에서 성공적인 첫선을 보였다. 세계랭킹 12위인 김예림은 4조 첫 번째 선수(전체 19번째)로 등장해 긴장한 기색 없이 깔끔하게 무대를 마쳤다. 김예림은 이날 준비했던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 더블 악셀, 트리플 트립을 큰 실수 없이 마무리했다.

 

김예림의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 연기 점수. ISU 갈무리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67.78점을 받아 9위에 오른 김예림은 경기 뒤 기자들과 만나 “마지막 점프에서 회전수 부족 판정인 것 같다. 그게 많이 아쉽다. 그래도 큰 실수 없이 마무리해서 어느정도 만족한다”라며 “올림픽이다 보니 조금 더 경험하고 즐기는 마음으로 하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많이 긴장했다. 다만 너무 힘들거나 적응 못할 정도로 어렵진 않아서 다행이었다”고 돌아봤다.

 

김예림도 2010년 벤쿠버 대회 때 김연아를 보고 피겨를 시작한 대표적인 ‘김연아 키즈’다. 이날 연기도 김연아가 직접 추천한 프란츠 리스트의 ‘사랑의 꿈’에 맞춰 펼쳤다. 김예림은 “(김연아가) 어제 ‘코로나로 힘들었을텐데 끝까지 힘내라’는 응원 문자를 보내주셔서 힘이 된 것 같다”라며 “프리(스케이팅)에선 좀더 만족할 수 있는 경기를 하고 싶다. 홀가분하고 기쁘게 끝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유영과 김예림은 오는 17일 저녁 7시 열리는 프리스케이팅에서 베이징 마지막 무대에 선다. 베이징/이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