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과 소망] 고향 냄새

● 교회소식 2012. 6. 18. 11:52 Posted by SisaHan
호수는 하늘만 올려다보고
하늘은 호수만 내려다보는,
어디에도 길은 없고 길이 모두 막혀버리고
물어볼 만한 사람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는,
그래서 아무도 접근할 수 없는, 단지 비 오는 날
한낮에 소방울의 무딘 소리를 따라,
소 가는 길을 따라, 소 가는 길을 밟아
호수까지 가는 방법밖에 없는
외로운 호수, 정든 호수,
나의 고향 같은 것.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섹덴 호수」 중에서)

문득 어디에서 나는 비누 냄샌가 하며 주위를 둘러 보았지만 결코 비누 냄새가
날 만한 곳은 없었다. 그런데 어디에서 나는 냄샌가… 생각하며 가던 길을 계속 걷다가 
세상의 냄새에 길들여져 있는 나의 모습이 보였다. 그 냄새는 비누 냄새가 아니라 꽃 향기였다.
어느 집 정원인지 모르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향을 내는 꽃나무나 꽃들이 있다면 굉장히 많아야 할텐데…
오지랍 넓게 남의 집 정원까지 걱정하며 그렇게 길을 걸으며, 세상에 빼앗긴 냄새의 근원을 찾느라 나의 뇌세포는 벌써 부지런히 과거의 거리를 더듬어 걷고 있었다.
그건 학교 정문에서 현관으로 들어가는 길 한 쪽에, 아마 오른쪽이었을 것이다, 있었던 라일락이었다.
그랬다. 그땐 그 냄새가 그렇게 상큼한지 몰랐는데 인간의 기억은 참으로 놀랍다.
그 냄새를 기억해 내다니… 그리고 아쉽게도 어릴 적 우리집 뒤에 있는 정원처럼 드나들며 놀았던 남산에서 흐드러지게 뭉게뭉게 피어 오른 진달래 꽃도 보인다.
그 녀석들은 그 모습만으로도 온 산을 싱그러운 냄새로 감싸고 있던 모습이라
나의 뇌세포는 지금도 가까이 있는 것처럼 기억을 해낸다. 지금은 볼 수 없지만…
그 냄새들은 솔제니친이 노래한 것처럼 내 마음의 고향으로 남아 있음에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하나님의 나라, 교회, 수많은 시간들 속에서 울리는 예배의 어울림들, 그건 이 땅을 살아가면서
누리는 또 다른 영혼의 고향이다. 결국은 그 안에서 모든 것의 완성이 이루어질 시작과 마침의 장소이며 시간들이다. 그래서 주님께 드리는 소리들은 아름답다. 멀고 먼, 그 모든 우주 공간에 울려 퍼지는 그 소리들은 세상 그 어떤 향기보다 귀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우리들의 고향의 냄새다.

< 석대호 목사 - 옥빌 한인교회 담임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