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휴가를 마치고 지난주에 돌아 왔다. 오랜 만에 하나님이 만든 자연 속에서 나의 지난 날들을 되돌아보고 또 여러 사람들을 만나 삶의 얘기를 나누고, 또 여러 교회들을 둘러보면서 나름대로 미래의 꿈과 비전을 다시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부끄러우면서 귀한 사건이 있어서 함께 나누려고 한다.
딸이 지금 연수받고 있는 오타와에 가서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서드버리로 가는 길이었다. 가는 도중에 한 작은 마을에 있는 팀호튼에서 휴식을 취하고 다시 차를 몰고 가던 길을 떠났다. 그런데 얼마 안 가서 공사 중인 지역을 만난 것이다. 앞 차가 서서 기다리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갈 생각을 안한다. 긴 차량의 행렬이 앞에 있었기 때문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도 없고 마냥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 시간이 꽤 길어보였다. 10분 이상 길에 서서 기다린다고 생각하면 참을 수 없는 사람은 원망과 불평, 짜증이 나오기 마련이다. 나도 불평을 하기 시작하였다. 무슨 공사를 이렇게 오랫동안 차를 세워놓고 하느냐? 너무 여행객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공사라고 하면서 짜증까지 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옆에 앉아있던 아내가 아, 내 가방! 이라고 하면서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무슨 가방? 내가 반문을 했는데 아내는 자기 핸드백을 아까 쉬던 팀호튼에 두고 왔다는 것이다. 그 순간 아내가 의자 위에 걸어놓던 그 가방이 생각이 났다. 내가 큰 마음을 먹고 여행 다닐 때 어깨에 메고 다니라고 사주었던 그 가방이 눈에 아른거리는 데 갑자기 화가 났다. 아니 그런 가방을 그냥 두고 오면 어떻게? 정신을 차려요! 고함을 질러댔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돌아가는 길이다. 그리고 아까 그 팀호튼에 가서 그 가방이 아직도 있는지 아니면 누가 가져가 버렸는지를 빨리 확인하는 길밖에 없는 것이다. 온갖 생각이 교차한다. 가방을 잃어버리면 그 안에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해서 분실신고를 해야하고... 휴가는 이제 끝장났네... 등을 생각하니 머리가 깨어지는 것 같았다. 차를 돌려서 왔던 그 곳에 가 보았다. 주차하기도 전에 정신없이 팀혼튼으로 달려가는 아내를 보면서 제발 그 자리에 있어 주기를 간절히 기도하였다. 주차할 수가 없어서 지체하다가 겨우 주차하자마자 아내가 밝은 얼굴로 돌아왔다. 내 마음으로 아, 찾았구나, 감사합니다 라는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어떤 분이 그 가방을 가게에 맡기고 갔다는 것이다.
캐나다의 시민 정신이 참으로 훌륭하고 고맙다는 마음과 함께 가는 길이 막힐 때 우리는 원망하고 불평하던 나의 마음을 회개하였다. 만일 막히지 않고 달려갔으면 한참이나 가다가 돌아왔을 것이다. 그러면 시간, 기름 값, 그리고 되찾을 수 있는 기회도 그만큼 줄어들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가는 길이 막힌 것이 오히려 은혜였던 것이다. 우리 인생에 가는 길이 막히고 힘들 때가 있다. 그 때 원망하고 불평할 것이 아니라 내게 잃어버린 것들이 없을까 생각해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 될 수가 있다는 것을 배운 사건이었다. 귀한 것들을 놓치고 잃어버리면서 무작정 달려가기만 하는 인생들에게 주는 귀한 교훈이라고 생각하며 작은 경험을 나누어 본다.
< 강성철 목사 - 우리 장로교회 담임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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