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완벽주의 의 노예 아닌가

● 건강 Life 2012. 11. 25. 15:31 Posted by SisaHan

발전의 원동력 넘어선 병적 완벽주의
방치땐 건강과 인간관계를 망칠 수도
채찍질도 정도껏… 자신에 관대해지길

사례=1)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직장맘 장윤희(가명.45)씨의 집은 항상 깔끔하게 정리돼 있다. 장씨는 주말에 다른 사람보다 두세배의 노력을 들여 청소를 하고 장을 본다. 그것이 좋은 아내, 좋은 엄마가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화장품 회사의 영업 부서에 일하는 그는 실적이 좋아 항상 상사로부터 칭찬을 듣는다. 장씨는 최근 큰아들이 학교에서 아이들을 때리고 다닌다는 얘기를 담임 선생님께 들었다. 그는 분노가 치밀어 아들을 크게 혼냈다. 장씨는 “아이가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 나 때문인 것 같아 혼내고도 계속 미안한 마음이었다”며 “그런 날은 나도 모르게 진수성찬으로 아이 밥상을 차리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계속 자기가 일을 그만둬야 하나 고민중이다. 그는 아이들이 잘못 크지는 않을까 항상 불안하다. 그러던 그는 어느 순간부터 자신이 계단을 오를 때마다 숫자를 세고, 부엌에서 칼질을 할 때나 무언가에 집중할 때도 숫자를 센다는 걸 알게 됐다. 숫자에 대한 강박적 행동이 나타난 것이다. 

사례=2) 아들 하나를 둔 전업맘 이윤서(가명.42)씨는 매사에 철두철미하다. 그는 날마다 만날 사람을 정하고 일정을 빼곡하게 짜 바쁘게 생활한다. 그는 동년배의 다른 여자들보다 훨씬 젊어 보인다. 늙어 보이는 것을 극도로 싫어해 보톡스 시술을 받고, 좀더 예뻐 보이려고 코 성형 시술을 했다. 그는 계모임에 갈 때면 아들의 성적과 남편의 승진 자랑을 한다. 명품가방을 메고, 브랜드 옷을 입는 것은 기본이다. 그는 아들의 성적이 조금만 떨어져도 성적을 올려준다는 학원을 알아보고, 명절마다 남편의 상사에게 선물을 보낸다. 이씨는 늘 피곤하고, 폭식증에 시달리고 있다. 폭식증으로 인해 늘어난 체중을 빼기 위해 지금도 비만클리닉에 다닌다.

장씨와 이씨는 둘 다 ‘병적인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사람이다. 완벽주의를 추구하면서 강박증에 시달리고, 낮은 자존감으로 우울증과 폭식증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은 결국 가족은 물론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문제가 생기게 되고 자신의 정신 건강은 물론 신체적 건강까지 망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우리는 누구나 ‘완벽한 나’를 바란다. 그러나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도 안다. 완벽주의가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다. 성숙한 수준의 즐거움과 자신의 만족을 위한 완벽주의라면 오히려 그 사람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문제는 ‘병적인 완벽주의’다. 최근 <우리가 매일 끌어안고 사는 강박>(팬덤북스)을 펴낸 김현철 정신건강의학 전문의는 ‘병적인 완벽주의’도 다 같은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각종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고민 상담해주는 의사’로 뜨고 있는 그는 한국인들의 강박과 불안, 완벽주의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그에 따르면 사례 1은 고전적 의미의 완벽주의다. 이런 사람들은 한마디로 자기 자신에 대한 기준이 너무 높은 사람들이다. 세상에는 완벽한 사람이 없는데, 엄격한 가치관으로 이들의 자존감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김 원장은 “사람의 마음은 원초적 본능인 이드, 금지를 설정하는 초자아, 그리고 이들 사이에서 판단을 내리는 자아가 각자 경계를 분명히 하며 서로 기싸움을 한다”며 “고전적 완벽주의는 너무나 가혹하고 냉정한 초자아에 대한 반응”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유형들은 자신이 세운 기준이 너무 이상적인 것은 아닌지 점검하고, 좀더 자신에게 관대해질 필요가 있다. 아이한테 무조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높은 기준을 가진 엄마에게는 “엄마도 사람이다. 너무 피곤하면 차라리 아이를 보지 않는 것이 더 낫다. 솔직하게 아이에게 엄마가 너무 피곤하니 다음에 놀아주겠다고 하고 쉬라”고 조언해주는 것이다.
 
사례 2는 자기애가 강한 ‘21세기형 완벽주의’에 해당한다. 사례 1의 엄마보다는 훨씬 더 ‘문제적’이다. 이들은 자기가 살아 있다는 느낌,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위해 완벽함을 추구한다. 미숙한 나르시즘적 요소가 더 많다. 더 예뻐야 남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다 생각하고, 남편이나 아들은 자신의 완벽성을 드러내기 위한 액세서리일 뿐이다. 김 원장은 “이런 사람들의 마음은 쉽게 붕괴될 위험성이 많다”며 “어렸을 때 부모와의 관계에서 적절한 공감적 반응을 경험하지 못해 결핍감을 느낀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에게는 가족과 나의 경계를 명확히 구분하고 내면의 허전함을 ‘가족의 업적’으로 메우려 하는 것은 아닌지 깨닫도록 해야 한다. 건전한 사회활동 속에서 내가 가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느끼는 감정 경험의 기회를 늘리는 것도 해법이다. 
항상 바쁘고 끊임없이 더 나은 삶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당신의 완벽주의는 ‘건강한 완벽주의’인지 ‘병적인 완벽주의’인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어떨까.
< 양선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