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 본격 개시… ‘과거 : 미래’ 프레임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7일 첫 유세부터 상대 후보를 직접 비난하며 정면충돌했다. 첫 유세부터 상대 후보를 거칠게 몰아붙이는 난타전 양상이다.
박 후보는 문 후보를 ‘스스로를 폐족이라 불렀던 실패한 정권의 최고 핵심실세’라고 공격했다. 문 후보는 박 후보를 ‘5.16 군사쿠데타, 유신독재 세력 잔재의 대표자’라고 비판했다. 박 후보는 문 후보가 노무현 정권의 승계자임을 부각시키려 했고, 문 후보는 박 후보가 박정희 정권의 후계자임을 강조하려 했다. 박 후보는 ‘박정희 대 노무현 구도’를, 문 후보는 ‘과거세력 대 미래세력 구도’를 강조하는 데 방점을 찍는것 같다.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 대통령 선거는 정권을 놓고 겨루는 한판승부인만큼 치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유력 후보들이 첫번째 유세부터 상대 후보의 개인적 약점을 직접 공격하고 나선 것은 매우 특이한 현상이다. 이번 대선이 역대 어느 선거보다 격렬하게 치러질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후보 격돌의 원인은 세 가지로 분석된다.
첫째, 기선제압이다.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 모두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자신은 유리한 고지에 서고 상대방은 불리한 계곡에 가두려 한다. ‘프레임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후보는 문재인 후보를 ‘이념투쟁 세력’으로 몰고, 자신은 민생을 위해 일하는 후보로 자리매김을 시도하고 있다. 반면에 문재인 후보는 자신을 ‘새정치’, ‘서민후보’, ‘국민과 소통하고 동행하는 대통령’으로, 박근혜 후보를 ‘낡은 정치’, ‘귀족후보’, ‘국민 위에 군림하는 대통령’으로 규정하고 있다. 두 후보 모두 자신이 짠 프레임을 국민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해 첫날부터 목청을 높인 것이다.
둘째, 역사성이다. 박근혜 문재인 후보 모두 대한민국 근대사의 역사성이 후보 개인에게 고스란히 체화되어 있는 전형적인 인물들이다. 박근혜 후보는 근대화와 독재를 상징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다. 문재인 후보는 민주화와 진보를 상징하는 노무현 정권의 비서실장이다. 두 사람의 격돌은 필연적으로 근대화와 민주화 세력의 싸움인 동시에 보수와 진보의 이념 대결이라는 성격을 내포하고 있다.
역대 선거와 다른 독특한 선거지형 탓도 있다. 보수와 진보 세력이 거의 분열하지 않고 역량을 한 후보에게 몰아주는 상황에서는 충돌이 좀 더 격렬할 수밖에 없다.
셋째, 후보들의 개성도 짚어볼 볼 필요가 있다. 박근혜 문재인 후보 모두 진정성과 원칙을 중시하는 정치인들이다. 그들의 말과 행동은 직설적이다. 완곡하고 유연한 화법과는 거리가 멀다.
박근혜 후보는 2008년 총선 공천, 세종시 백지화 등 이명박 정권 내내 이명박 대통령과 맞서온 승부사형 정치인이다. 문재인 후보도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직설적이고 공격적인 면모가 있다. 이런 두 사람의 특질이 첫날유세부터 강 대 강 충돌 양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두 사람의 격돌은 12월4일 저녁 8시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되는 첫번째 법정토론회에서 고비를 맞게 될 전망이다. 초반의 기세 싸움에서 이기는 사람이 대선의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성한용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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