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그를 따르는 무리는 원래 도덕이나 염치와는 담을 쌓고 살아온 사람들이다. 지난 5년간 그들이 저지른 온갖 추잡한 짓들로 나라는 병들고 사회정의는 무너져 내렸다. 그런데 그 악행의 구린내가 채 가시기도 전에 이 대통령이 ‘파렴치함의 종결자’로 나섰다. 온 국민의 반대를 무릅쓰고 기어이 최시중·천신일씨 등 측근들에 대한 특별사면을 강행한 것이다. 그것도 모자라 강만수씨 등 측근 129명한테 무더기로 훈장까지 수여했다. 대통령에게 부여된 권력은 국민을 위해 사용하라는 것이지 개인의 이익을 위해 쓰라는 것이 결코 아니다. 그런데도 이 대통령은 국민이 준 공적 권한을 끝까지 사적인 용도로 활용했다. 사면권은 파렴치한 권력형 범죄로 구속된 측근들을 위한 설 선물용으로, 훈포장 수여권은 자기네들끼리 흥청망청 즐기는 잔칫상 음식이 돼버렸다. 온 국민이 손가락질해도 개의치 않겠다는 뻔뻔함에다 ‘너희가 나를 어찌할 건데’ 하는 오기와 배짱마저 느껴진다. 이 대통령은 국민에 대한 의무 대신 측근과 부하들에 대한 뒷골목 의리를 선택했다.
이 대통령의 처사가 더욱 괘씸한 것은 특별사면을 발표하면서 어처구니없게도 ‘법과 원칙’을 운운한 점이다. 그는 사면권 남용으로 사법부를 능멸하고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었다.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이유만으로 유유히 감옥에서 빠져나오는 특권층을 보면서 이 땅의 서민들은 무력감과 법적 허무주의에 빠져버렸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에도 법과 원칙을 들먹이며 자신한테 반대하는 숱한 사람들을 괴롭혔다. 그가 최소한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결코 법과 원칙 따위의 말을 입에 올리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번에도 역시 천박한 장사꾼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측근인 서청원씨를 사면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단적인 예다. ‘당신의 측근도 사면할 테니 내 측근 사면도 눈감아 달라’는 거래와 흥정의 냄새가 물씬 풍겨난다. 야당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야당 출신 정치인도 몇몇 사면 대상에 넣었다. 그러면서도 용산참사 구속자는 6명을 다 풀어주지 않고 한 명은 제외했다. 최시중씨 같은 파렴치한 권력형 범죄자는 척척 풀어주면서도 막상 사회통합을 위한 진정한 사면에는 인색했다.
이 대통령의 특별사면 강행을 보면서 박근혜 당선인의 책임 문제도 함께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통령이 아무리 간이 크다고 해도 당선인이 강하게 반대하면 사면권을 함부로 휘두를 수 없는 것이 권력의 생리다. 박 당선인 쪽이 사면에 대한 반대의 뜻을 밝히기는 했지만 과연 얼마나 진정성이 있었는지 회의가 드는 이유다.
이제 이 대통령 자신을 포함해 현 정권의 부정부패 혐의에 대한 전면적 재조사는 차기 정부의 불가피한 과제가 됐다. 그것만이 무너진 정의와 법치주의를 다시 바로 세우는 길이다. 임기말 폭거를 수수방관하고 지나치면 역사에 영원히 나쁜 선례를 남기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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