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회원들이 국회앞에서 국정원 의혹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경찰 수사도 부진… “심각한 문제”국회 국정조사 촉구

국가정보원 직원 김아무개(29)씨의 대통령선거 관련 여론조작 의혹사건이 국정원의 ‘조직적 선거 개입’ 의혹으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국정원과 경찰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진보네트워크센터 등 6개 시민사회단체는 5일 공동 성명을 내어 “국정원 직원이 정부와 여당을 옹호하고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를 비판하는 게시물과 찬반 표시를 작성한 것은 정상적인 국정원의 업무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국정원의 국내 보안정보 수집 권한을 원칙적으로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경찰 수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국정원의 보안업무 기획·조정 권한도 폐지하고 이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로 점차 이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건을 축소·은폐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아온 경찰도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참여연대는 이날 서울 종로구 내자동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원의 조직적 정치 개입을 뒷받침하는 내용이 드러나고 있으며 경찰이 사건의 축소를 시도한 정황이 드러났다. 국정원과 경찰 등 두 정보·수사 기관이 국민을 기만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국회가 국정조사와 청문회를 실시하고 조속히 특별검사를 임명해 재수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대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강지원 변호사는 4일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만일 국정원이나 경찰이 이런 식으로 선거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난다면 4·19 혁명이 일어났던 상황과 비슷해지는 것이다. 대단히 심각한 문제다. 만일 장기화하고 시끄러워진다면 예상하지 못했던 ‘엄청난 사태’가 벌어질지 모른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법위원회 위원인 이재화 변호사도 4일 CBS 라디오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국가 정보기관이 앞장서서 국민의 의사를 왜곡한 것이기 때문에 명백한 관권 선거이고, 전모가 드러나면 대선 자체가 무효화될 수 있는 사유가 될 만큼 심각하다”고 말했다. 또 이 변호사는 국정원이 ‘표현의 자유’를 들어 김씨의 행위를 옹호한 데 대해 “조직적으로 대선 정국에서 여론조작을 한 사건에 대해 어떻게 표현의 자유 운운하느냐”고 반박했다.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을 주장하다 국정원 간부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한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4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원세훈 국정원장에게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표 전 교수는 “지금도 음지에서 생명과 안전을 걸고 조국과 민족을 위해 헌신하는 요원들의 명예를 더이상 욕보이지 말아 달라”고 원 원장을 질타하며 “당신의 불법 선거 개입 의혹을 제기하기 위해 교수직을 던지고 나왔으니, 대리인 시켜 고소하는 꼼수는 그만두고 일대일로 정면대응 해주는 게 예의 아닌가”라고 물었다.
< 엄지원·허재현 기자 >



의문의 인물… 국정원 직원 보다 적극 활동
국정원 직원 ID로 더 많은 게시글·찬반 댓글

대통령선거 관련 여론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국가정보원 직원 김아무개(29)씨한테서 ‘오늘의 유머’ 누리집 아이디 5개를 건네받은 ㄱ씨가 김씨보다 더 활발하게 인터넷 여론조작 활동을 해온 정황이 드러났다. 
5일 <한겨레>가 ㄱ씨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30여개의 아이디를 바탕으로 ‘오늘의 유머’ 누리집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이들 아이디로 200개가 넘는 게시글이 작성되고 2000회가 넘는 추천·반대 표시가 이뤄졌다. 이 게시글들은 국정원 직원 김씨가 작성한 것과 비슷하게, 정부·여당을 옹호하고 야당 및 시민사회단체 등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또한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게시글에 대한 추천·반대 활동을 벌인 점도 김씨와 같다. 김씨가 ‘오늘의 유머’ 누리집에서 91건의 게시글을 작성하고 244회의 추천·반대 활동을 했던 것과 비교하면, 같은 기간 동안 그 곱절이 넘는 인터넷 여론조작 활동을 벌인 셈이다. 
이처럼 ㄱ씨가 ‘대북 심리전’을 빙자한 국정원의 인터넷 여론조작 활동에 깊숙이 가담한 정황이 드러남에 따라, ㄱ씨가 국정원 직원이거나 국정원과 특별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일 것이라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 정환봉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