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전3기 끝에 열린 ‘하늘문’

● COREA 2013. 2. 2. 18:58 Posted by SisaHan

우주개발 시대 신호탄 쐈다


나로호 발사 성공으로 우리나라에도 ‘하늘의 문’이 열렸다. 1992년 8월11일(한국시각)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의 쿠루 발사장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발사된 인공위성 ‘우리별 1호’가 우주 연구의 새 장을 열었다면, 30일 나로호의 성공적 발사는 본격적인 우주개발 시대가 도래했음을 의미한다.
나로호가 나로과학위성을 정상궤도에 올려 놓음으로써 우리나라의 우주개발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2009년과 2010년 1·2차 발사가 잇따라 실패로 돌아간 뒤, 우주개발 20년 만에 인공위성 자체 발사는 너무 성급하고 무모한 시도가 아니었느냐는 일부 지적도 있었지만, 이번 성공으로 그동안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낼 수 있게 됐다. 2021년께로 계획된 한국형 우주 발사체(KSLV-2) 개발 사업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또 세계에서 가장 작은 우주센터인 나로우주센터의 확장 사업도 본격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우주기술은 더는 공상과학 소설을 현실화한 첨단 과학기술이 아니라, 공기처럼 생존에 필수적인 생활기술이 됐다. 자동차 내비게이션에서부터 휴대폰 등 이동통신, 기상관측, 재해감시, 자원탐사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활용 범위가 넓어져가고 있다. 나로호는 지금까지 국가 수요 사업으로 추진돼온 우주개발 사업이 민간 산업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위성을 유지만 하는 데도 수명이 10~15년인 정지궤도위성을 5~7년마다 1기, 수명이 3~5년인 저궤도위성을 3~5년마다 4기씩 쏘아올려야 한다. 최소 1년에 1기 이상의 위성 수요가 발생한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경제 규모에 비춰 이 수요는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형 발사체 개발 등 자력 발사체계 구축을 통해 해외 의존도를 낮추는 것은 기술력 확보를 넘어 경제력 향상을 위해 필수불가결하다.

“지구는 인류의 요람이다. 우리가 언제까지 요람에 머물 수는 없다”고 한 러시아 우주 로켓 개척자 콘스탄틴 치올콥스키의 말처럼, 우주개발은 인류 전체의 지혜와 힘이 결집해야 하는 분야로 꼽힌다. 국내 우주과학자들은 나로호 사업의 성공적인 진행이 기상·해양위성에서부터 행성 탐사에 이르기까지 우주개발 국제협력에 우리나라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밑바탕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애초 자력 발사체 개발 대신 외국의 발사체 도입을 결정하는 과정에 드러난 정책의 혼선, 정책 담당자의 잦은 교체, 연구진에 대한 외부 세력의 간섭 등 나로호 사업을 추진하면서 드러난 우주개발 정책의 한계들을 극복해야 진정한 자력 우주개발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1조5000억원이 들어가는 한국형 발사체 사업처럼 대형 국책사업의 경우 일관된 정책 집행이 필수적인데 현재처럼 정책 책임자들이 수시로 바뀌는 구조에서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부에서 미국 항공우주국(나사)처럼 우리나라도 독립적인 항공우주청 설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