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주하다는 이유로 그 동안 성지를 다녀올 수 있는 기회를 여러번 놓쳤다. 그러나 이번에는 하나님의 특별한 인도하심이 계셨다. 노회 교육부가 성지교육 프로그램을 발표했을 때 왠지 이번에는 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렴풋이만 알았던 이스라엘 땅을 이번에는 내 눈으로 직접 보면서 그 땅을 밟게 된 것이다.
비행기 안에서 오고 가며 2박, 이스라엘과 요르단에서 7박, 총 9박9일의 빡빡한 일정을 목회자들은 원숙하게 소화시키면서 하나라도 더 보고 배우는 재미를 느꼈다. 특히 지난 30년 가까이 성경을 가르쳐 왔던 사역자의 입장에서 나는 마치 ‘세일즈 맨이 본사 견학을 하는’ 기분이었다. 긴 여행의 여장을 풀고 다음 날 갈릴리 호수에 떠있는 배 위를 올랐다. 말로만 듣던 갈릴리 호수, 바로 이곳이 예수님께서 물 위를 걸으셨던 곳이라고 설교했던 기억이 난다. 불과 2주 전이었다. 그런데, 내가 지금 그 곳에 와 있는 것이다. 호수 어딘가에서 주님을 만날 것만 같은 야릇하고 설레는 마음을 감추기 어려웠다.
아, 나는 지금 예수님께서 사역의 터전이었던 갈릴리 호수 위에 있는 것이다. 바로 이 곳에서 주님은 베드로를 부르셨고, 바로 이 곳에서 베드로에게 깊은 곳에 그물을 던지라고 말씀 하셨다. 또 바로 이 곳에서 주님은 베드로에게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내가 지금 바로 그 곳에 와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신기했다. 그런데 나는 왜 이제서야 왔나? 사실 그동안 선교지는 여러 차례 갔었지만, 왠지 성지는 그렇게 마음에 끌리지 않았었다. 그저 성지를 관광하는 정도로만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런 마음을 다 비우고 와 보니 참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수님께서 자주 가셨을 가버나움의 회당을 찾았다. 누가복음 4장 31절 이하에 보면 『갈릴리의 가버나움 동네에 내려오사 안식일에 가르치시매… 회당에 더러운 귀신 들린 사람이 있어… 예수께서 꾸짖어 이르시되 잠잠하고 그 사람에게서 나오라 하시니 귀신이 그 사람을 무리 중에 넘어뜨리고 나오되….』 라고 했다. 나는 지금 바로 예수님께서 귀신을 쫓아 내신 그 자리에 와 있는 것이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요1:14) 성육신의 교리가 더 이상 딱딱한 교리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성육신화 되어 나의 삶 속에 다가왔다. 성경 안에서만 존재하던 갈릴리 호수가 내 눈 앞에 펼쳐지고, 가버나움의 회당 이야기가 새롭게 다가왔다. 베드로를 부르셨던 곳, 오병이어의 기적을 베푸셨던 곳, 산상수훈을 가르치셨던 갈릴리 호숫가가 모두 다 마음 속에 남아서 복음서를 읽을 때마다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입체적 관주라고 할까? 20년 넘게 여러가지 노회 행사에 참여했지만 이번 성지 프로그램 만큼 귀한 시간은 기억에 나지 않는다. 성지를 다녀오고 난 후 무엇보다도 성경을 꼼꼼히 읽고 싶은 마음이 생겼고, 예수님의 마음을 깊이 알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다.
< 송민호 목사 - 토론토 영락교회 담임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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