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나의 목회지를 따라 2000년에 미국을 떠나 캐나다 토론토에 정착했다. 그 당시 미국 영주권을 유지하려고 했다면 그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양쪽 나라가 이중국적을 합법적으로 인정할 뿐만 아니라 그 당시에는 911사태가 일어나가 전이어서 미국과 캐나다 국경을 출입할 때에 출입국 기록을 남기지 않고, 통과시키는 때였으므로 우리 가족은 비록 캐나다에 살고 있었지만 법적으로는 미국에 살고있는 신분이었다.
그렇게 한 2년 살다가 그 후 미국 시민권을 신청하여 받으면 그 다음엔 세계 어디에 나가 살든지 미국 시민권자로 평생 살 수 있었고, 은퇴 이후에는 캐나다와 미국 두 나라에서 주는 사회복지 혜택과 연금을 받으면서 여생을 편히 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면 그들이 장래 영어 하나로 말이 다 통하는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살 수 있는 두 나라의 합법적인 지위를 물려줄 수 있는 것이어서 어렵게 얻은 미국 영주권을 가능하면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이것을 심각하게 어려운 일로 만드는 것은 법적인 장애보다는 진실성에 대한 양심이었다. 한번은 아이들과 함께 미니밴을 운전하여 미국으로 들어가는데 미국 관리가 간단한 질문을 내게 했다. “어디에 다녀옵니까?” “며칠 있다가 옵니까?” “거기선 무슨 일을 했습니까?” 나는 영주권을 유지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대답을 하였다. “예, 토론토에 다녀옵니다.” “기간은 일주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캐나다 방문 목적은 여행이었습니다.”
물론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우리 아이들도 우리가 이미 캘리포니아를 떠나 이곳 캐나다 토론토에 이사 와서 살고 있음을 다 알고 있었다. 나는 목사로서 양심의 가책을 느꼈고, 부모로서 자식들 앞에 못할 짓을 한다고 생각되었다. 결혼 후 첫 아들을 얻고, 이름 짓느라 무척 고심한 끝에 ‘바름’이라고 지었다. 나나 아들이나 그 이름을 부르고 들을 때마다 하나님과 사람 앞에 바르게 살자는 뜻에서 였다. 그런 내가 그까짓 미국 영주권을 유지하기 위해 잠시나마 거짓말 했던 것이 매우 부끄럽게 느껴졌다.
 
그래서 아이들을 불러 모으고 내 결심을 설명하였다. “얘들아! 아빠가 많이 잘못했다. 그 까짓 미국 영주권을 유지하려고 거짓말을 했구나. 아빠는 거짓말하면서 너희에게 영주권을 물려주느니 차라리 영주권은 없어도 진실을 물려주고 싶구나. 그래서 미국 영주권을 포기하기로 했단다. 너희들도 그리 알았으면 좋겠다.”
그 후 한국 신문에서는 임신부들이 미국에 와서 아이들을 낳고 아이들에게 미국 시민권을 물려주는 젊은 부모들의 원정출산이 많이 보도되었다. 그러나 나는 지금도 미국 영주권을 포기한 일을 후회하지 않는다. 20년 전 영어도 할 줄 모르고, 돈도 가진 것 없이 아이들 셋 데리고 미국에 건너와 지금까지 공부하고, 목회하고, 아이들 키우면서 오직 하나님 은혜로 잘 살아왔다. 거기 비하면 우리 아이들은 여기서 자라 영어도 잘 하고, 이곳 문화에도 익숙하지 않는가? 그들에게 앞으로 미국 영주권이 필요하다면 하나님은 어떤 방법으로든 그들에게 주실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 임수택 목사 - 갈릴리 장로교회 담임목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