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론은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철학이다. 창조경제를 선도해 나갈 부처로 미래창조과학부도 야심 차게 신설했다. 하지만 ‘창조경제가 구체적으로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르면 청와대의 어느 누구도 똑 부러지게 설명하는 사람이 없다. ‘민간부문의 창의성과 자율적 참여를 바탕으로 과학기술과 문화, 산업을 융합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바꾸는 것’ 따위의 추상적이고 교과서적인 설명만 나올 뿐이다. 피부에 와닿게 개념을 설명하는 사람도, 구체적인 전략과 실천 방안을 자신있게 말하는 사람도 없다.
 
창조경제 개념의 모호성에 대한 지적은 다른 곳도 아닌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부터 먼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난달 30일 열린 당정청 회의에서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장과 정무위원장 등 창조경제와 직접 관련된 상임위원장들마저 “나도 창조경제가 뭔지 모르겠다” “내가 알아야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데 설명이 안 된다”는 등의 쓴소리를 토해냈다. 정부 정책을 뒷받침해야 할 여당이 대통령의 핵심적 국정철학의 개념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니 국민은 웃어야 좋을지 울어야 좋을지 모를 형편이다. 정부조직 개편안 협상 과정에서 야당을 향해 “창조경제 실현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삿대질을 했던 새누리당이 이제 와서 창조경제 개념을 모른다고 실토한 것도 한편의 코미디다. 상가에 와서 밤새 운 뒤 아침에 누가 죽었느냐고 묻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창조경제를 정확히 꿰뚫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어제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최 후보자는 창조경제에 대한 잇따른 질문을 받고 “그동안의 추격형 경제를 선도형 경제로 탈바꿈하자는 것”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이 다른 산업과 융합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새롭게 성장동력과 일자리를 마련하는 것” 등의 원론적 답변을 하는 데 그쳤다. 창조경제의 견인차 노릇을 하겠다는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이 정도라면 창조경제의 앞날이 참으로 걱정스럽다.
서병수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창조경제의 개념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 철학에 흠집을 내려는 시도”라고 규정하고 나선 것은 더욱 실소를 자아낸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대통령을 향한 이런 아부성 발언에나 열을 올리고 있으니 여당이 계속 청와대 거수기 노릇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정부여당이 지금 해야 할 일은 뜬구름 잡는 식의 개념 설명이나 지엽말단적인 아이디어 제시가 아니다. 이른 시일 안에 창조경제의 정확한 개념, 구체적인 실천 전략과 종합적인 실행계획을 선보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