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 아군 양분에 종북몰이… 모국은 신공안 시대
지난 3일 박근혜 대통령의 프랑스 파리 방문 때 현지 동포들과 유학생들이 ‘국정원 대선개입 항의집회’를 열자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과연 이들을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도록 하겠다”고 했다. 지난 20일 민주당 진성준 의원이 국회에서 정홍원 국무총리 등을 상대로 국가기관 대선개입을 추궁하자 새누리당 박대출 의원은 “종북하지 말고 월북하지”라고 외쳤다.
신공안시대다. 정치와 합리적 토론이 실종된 자리에 ‘종북이냐, 아니냐’ ‘적이냐, 동지냐’라는 딱지붙이기가 횡행하고 있다. ‘유신시대로의 회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26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하부구조(경제)에서 산업사회 패러다임으로 후퇴했다면, 박 대통령은 상부구조(정치·사회·문화)마저 3·4공 때로 후퇴하려 한다”고 했다. 신공안통치는 과거에 비해 한층 세련된 형태를 띠고 있다. 정보기관과 검찰, 경찰이 주도했던 과거와 달리 극우화된 보수단체, 종합편성채널 획득으로 세력을 더욱 확장한 보수언론이 주역으로 가세했다. 청와대나 여당이 ‘화두’를 던지면 보수언론이 여론공세를 펼치고, 보수단체의 고발이 이뤄진 뒤 검찰과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는 ‘신공안 패턴’이 형성됐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박창신 원로신부, 전국공무원노조와 전국교직원노조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대표적인 예다. 정대화 상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민주화 이후 과거 공안정국 때 권력기관이 했던 방식을 적용하기 어려운 조건에서 정부, 여당, 검찰, 언론, 학계, 시민단체 등 보수적 그물망이 총동원되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현 정권의 밀어붙이기식 공안통치에 야권과 진보적 시민사회가 반발하면서 사회는 극단적 대립과 갈등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내전에 가까운 상황”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둘로 쪼개진 형국이다. 상대방을 공존과 대화의 대상이 아니라 제거해야 할 ‘적’으로 놓는 공안통치는 공동체의 토대에 커다란 균열을 내고 있다. 신공안정국은 사회의 현안을 모조리 집어삼켰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 박 대통령을 지지한 ‘서민층’의 삶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가장 큰 피해자는 ‘서민층’인 셈이다.
신공안정국에서 비롯된 정치·사회적 파행은 위험수위다. 이대로 가면 사회가 깨질지 모른다는 경고음이 들린다. 하루빨리 통치 대신 정치로, 냉전식 피아 구분과 배제의 정치 대신 공존의 대화와 타협의 정치로 선회하지 않으면 감당하기 힘든 후유증을 남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김누리 중앙대 독어독문과 교수는 “집권 초여서 문제점이 도드라지지 않을 뿐 공안통치를 허용할 만큼 국민의 의식이 퇴행한 게 아니다”라며 “이런 방식이 지속되면 박 대통령에게도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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