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양에서 실종기 수색중인 해상초계기 P-8A 포세이돈의 미국 해군들.
말레이시아 정부는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MH370편이 실종된 지 일주일인 15일 ‘납치’라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실종기를 누가 납치해 지금 어디에 있는지 등 ‘근본적인 물음’엔 여전히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 왜 못 찾나? : 사건 당일인 8일 오전 말레이시아 공군 레이더에 미확인 비행물체가 포착됐을 때, 공군이 이를 추적하지 않은 것은 통탄할 대목이다. 이 비행물체는 나중에 실종된 MH370편으로 추정됐는데, 공군은 자국 영공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비행물체를 포착하고도 아무 조처도 취하지 않았다. 말레이시아와 인근 국가들은 테러에 취약한 넓은 영공을 관리해야 하는데도 항공방어망의 수준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사고 초기에 실종기를 추적하지 못한 것이 ‘미스터리’의 큰 원인으로 꼽힌다.
사건 자체가 너무 난해하다는 지적도 많다. 실종기 수색에 참여한 미국 해군 제7함대의 대변인 윌리엄 마크스 중령은 이번 실종을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규정했다. <뉴욕 타임스>는 이번 실종기엔 여객기 수색에 활용되는 4가지가 모두 없다고 짚었다. 보통 여객기가 사라지면 주레이더와 보조레이더, 운항정보 교신시스템(ACARS)의 자동송신시스템, 조종사의 구두 보고를 활용해 찾는다. 지상의 주레이더는 비행기에 무선신호를 쏘아 반사되는 신호를 감지하고, 기내의 보조레이더는 항공기의 식별번호와 고도 신호를 발신한다. 자동송신시스템은 항공기와 지상 기지의 교신을 돕는다. 하지만 MH370편은 주레이더 탐지 영역을 벗어났다. 보조레이더와 자동송신시스템은 꺼져 있었다. 구두 보고도 없었다.
현재 의지할 곳은 2만2200마일 상공의 정지궤도를 도는 인공위성에서 포착한 데이터뿐이다. 국제해사위성기구(인마르샛)는 정지궤도에 인공위성 10대를 운영하고 있다. 위성 한대당 지구의 3분의 1을 커버하는데, 10대의 관할 지역이 겹쳐 신뢰도가 올라간다. MH370편은 인도양 상공의 위성과 한시간에 한번씩 통신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이 데이터로는 비행지속시간 및 위성과 여객기 사이의 각도만 알 수 있을 뿐, 위치를 특정할 수는 없다. MH370편의 마지막 각도는 40도였다. 이를 근거로 카자흐스탄•투르크메니스탄 국경에서 타이 북부를 잇는 북부항로나 인도네시아와 인도양 남부를 연결하는 남부항로 등 2개 항로 가운데 한곳에서 신호가 발신됐으리라 추정할 뿐이다. 인마르샛 전문가들이 수색을 돕고 있다. 하지만 제7함대의 마크스 중령은 “뉴욕과 캘리포니아 사이에서 사람 한명을 찾는 것과 같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 누구 짓인가? : MH370편이 8일 0시41분 이륙한 뒤 새벽 1시7분께 조종석의 보조레이더가 꺼졌다. 이후 1시19분께 “아무런 문제 없다. 잘자라”(올 라이트, 굿 나이트)라는 구두 메시지가 전달됐다. 1시21분 마지막 데이터 송신을 끝으로 자동송신시스템이 꺼졌다. 누군가 고의로 비행기를 납치했음을 보여주는 정황이다.
아맛 자우하리 야햐 말레이시아항공 최고경영자는 17일 “최초 조사 결과 (교신 내용을) 말한 것은 기본적으로 부기장이었다”고 밝혔다. 보조레이더가 꺼진 뒤 이상이 없다는 메시지를 보낸 게 파릭 압둘 하밋(27) 부기장이었다면, 그가 비행기 납치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당국은 자하리 아맛 샤(53) 기장의 ‘반정부 성향’을 근거로 기장 쪽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샤 기장이 야당인 국민정의당의 안와르 이브라힘 전 부총리의 지지자이고, 여객기 실종 전날 안와르 이브라힘의 항소심 재판도 방청했다는 게 그 근거다.
하지만 샤 기장과 하밋 부기장을 아는 이들은 두 사람의 범행 가능성을 일축한다. 한 동료 조종사는 “샤는 비행기를 파괴하는 것 같은 일을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밋 부기장은 조종사인 여자친구와 곧 결혼할 예정이었다. 미국의 항공기 사고 전문가인 조지 바이벨은 “아시아의 국제선 조종사들은 조종실 문을 잠그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이를 노린 항공기 납치범의 범행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 전정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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