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조 대상자들이 개조를 어떻게?

● COREA 2014. 6. 17. 11:39 Posted by SisaHan

모습 드러낸 선장: 세월호 참사 후 첫 재판이 열린 10일 다른 선원 14명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이준석 선장(69)이 법정으로 호송되고 있다.

“국가개조 외치는 저들 보면 끔찍… 하지말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4층에는 기자회견장이 있다. 8일 오후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는 김무성 의원의 목소리에는 힘이 있었다. 그는 “과거와 결별하겠다”고 했다. “적폐 청산을 위해 대통령의 국가개조 작업에 적극 동참하겠다”고도 했다.
 
김무성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북방한계선을 포기했다고 주장한 사람이다. 이른바 종북좌파의 집권은 안 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문재인 의원을 종북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생각이 부족하거나 선거에 눈이 멀어 국익을 외면하는 가짜 보수인 것 같다. 전남방직 창업주였던 그의 선친은 1970년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만들어 초대 회장을 13년 동안 지냈다. 김무성 의원 자신은 내무부 차관, 집권여당 원내대표와 비대위원장을 지냈다. 기득권 세력의 일원이라는 얘기다. 그가 청산하겠다는 적폐는 도대체 누가 만든 것일까?
 
10일 출정식을 하는 서청원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과 의리로 엮인 사이다. 그가 2007년 한나라당 경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한 이유는 “박근혜 후보는 2004년 당을 위기에서 구했다. 어려울 때 조직을 지켜준 사람이니 그에 대해 의리를 갚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1년 12월 서청원 의원의 청산회 송년모임에 “의리가 없으면 인간도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내 화답했다. 서청원 의원은 정치자금법을 두 차례 어긴 전과자다. 2002년 한나라당 차떼기 사건, 2008년 친박연대 대표 시절 비례대표 공천헌금 사건으로 두 차례 감옥생활을 했다.
이인제 의원도 10일 새누리당 혁신 방안을 발표한다. 그는 1988년 통일민주당에서 출발해 지금까지 수많은 정당을 넘나들었다. 새누리당은 그에게 열세번째 당적이다.
새누리당 대표는 당원들이 알아서 뽑으면 될 일이다. 문제는 이들이 모두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국가개조를 하겠다고 달려들고 있다는 것이다. 정당 대표는 국회의 입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기득권 세력의 일원인 가짜 보수나, 대통령과 의리로 통하는 정치자금법 전과자, 최다 철새 기록 보유자가 국가개조를 한다고 생각하면 좀 끔찍하다.
 
새누리당 실세 당직자들도 국가개조에 적극적이다. 지방선거 다음날 이완구 원내대표의 표정은 자신만만했다. 그는 선거 결과를 “박근혜 대통령에게 다시 한번 국가 대개조라는 책무를 이루라는 기회를 주신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경찰 출신의 야심가형 정치인이다. 윤상현 사무총장도 당당했다. 그는 “새로운 대한민국, 정말로 안전하고 부패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혼연의, 최대한의 노력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위였고 지금은 재벌가의 사위다. 야심 하나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청와대 사람들은 국가개조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여권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별다른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 혼자 보고받고 결정하고 지시할 뿐 나머지는 묵묵히 지시를 따르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김기춘 비서실장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낙점받은 문창극 총리 후보자나 신임 윤두현 홍보수석도 비슷한 스타일이다.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1부속실장, 안봉근 2부속실장은 여전히 박근혜 대통령의 중요한 메시지 창구다. 이런 청와대가 국가개조를 할 수 있을까? 없다.
 
결국 국가개조를 추진한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해야 한다. 할 수 있을까? 못 한다. 개조는 “고쳐서 새로 만든다”는 뜻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0대에 아버지에게 국정을 배웠다. 당시 국가의 크기는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이 작았고 단순했다. 박정희 정권은 국민교육헌장과 유신헌법으로 국가개조, 국민개조를 시도했지만 그나마 성공하지 못했다. 2014년의 대한민국을 개조하려면 고도의 통찰력과 경륜을 갖춘 리더와 집단이 필요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자신은 그런 통찰력과 경륜을 갖춘 것 같지 않다. 그런 사람들을 청와대나 행정부에 기용하려고 하지도 않는다.그래서 못 한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과연 국가개조 자격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세월호 참사는 근본적으로 사람보다 돈을 더 숭배하는 가치관의 소산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체성은 박정희 와 이명박에 뿌리를 두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개조를 외치는 것은 부실공사로 건물을 무너뜨린 건축주의 딸이 그 건물을 다시 짓겠다고 고집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현 집권세력은 쿠데타, 독재, 비리, 정경유착 등 온갖 불법을 저지른 사람들의 후예다. 개조의 주체가 아니라 개조의 대상이다.
 
그래서다. 제발 부탁이니 국가개조 하지 말라. 국가는 개조의 대상이 아니다. 그 누구도 국가를 개조할 수 있는 권한을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지 않았다. 개조해야 할 것은 탐욕과 무지로 가득 찬 기득권 세력의 머릿속이다. 권력을 장악한 사람들과 이른바 사회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이 국민을 두려워하고 법과 원칙만 지켰어도 세월호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지금 누가 누구를 개조하겠다는 것인가.
< 성한용 선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