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두달 진도현장 좌담 “구조 최우선, 현장봐야”
세월호에는 아직 찾지 못한 12명의 실종자가 남아 있다.
세월호 참사 두달째가 다 된 지난 14일 진도군청에서 남경원(45) 실종자 가족대표, 실종자 가족 법률대리인 배의철(37) 변호사, 두달간 현장에 함께한 장길환(50) 자원봉사팀장 그리고 안산을 지역구로 둔 김명연(새누리당)·부좌현(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모였다. 실종자 가족들은 국정조사가 시작이후 여지껏 기관보고 일정도 못 잡는 여야를 두고 “현장 예비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는데 국정조사가 충실히 될지 의문이다. 현장에 와 보면 무엇부터 해야 할지 분명히 보일 것”이라며 답해했다.
■ 사회: 세월호 참사 발생 두달이다.
■ 남경원 진도 실종자 가족대표: 무슨 정신이 있겠나. 매일 링거를 맞고, 어떤 분은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구조 소식 기다리느라 못 받는 상황이다. 악으로 깡으로 버티고 있다. 아직 12명의 실종자가 남아 있는 것도 기가 막힌 노릇이다.
■ 장길환 자원봉사팀장: 가족들 건강이 중요한데 대부분 탈진 상태다. 지난 8일 이후 (실종자가) 안 나오니 더 긴장돼 보인다. 가족들 얼굴만 봐도 아픔을 헤아릴 수 있다. “유실은 되지 않았을까”, “영영 구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 하는.
■ 사회: 두달 동안 정부와 국회에 화도 나고 답답하셨을 텐데.
■ 가족대표: 마지막 한명까지 구해야 한다는 데 정부도 생각이 다르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대처방안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차선책이라는 게 있다. 정부는 차선책에 미흡하다. 오히려 가족들이 주도를 해야 하는 상황이 유감이다. 이제야 이주영 해수부 장관이 중심 잡고 있지만 그전까지 누구 하나 책임질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없었다. 아직도 차후의 계획, 이런 게 없다.
■ 사회: 국회는 제구실을 하고 있는가?
■ 가족대표: 국정조사특위(특위)에서 현장에 상주하는 분들은 지금 열심히 하고 계신다. 안타까운 건 진상조사 열심히 해보자고 해놓고, 여의도에서 정당간 이익 문제로 화합이 안 되는 현실이다.
■ 배의철 변호사: 국정조사특위와 가족대책위(대책위)가 발표한 공동선언문에는 “해답은 현장에 있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여의도는 여전히 현장에 기초하지 않은 판단을 하고 있다. 국정조사 기관보고 일정 갈등을 예로 들면, 현장에서 예비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데 바로 기관보고를 한다면 충실하게 이뤄지겠는가? 정략적 판단이다. 국민의 대표이면 먼저 아파하는 사람들과 고락을 나누고, 해결책을 먼저 제시해야 하지 않나. 매번 가족이 먼저 나서서 정치권을 견인해야 하나.
■ 사회: 여야 의원들이 체육관에서 먹고 자고 한 게 일주일이 다 되어간다.
■ 김명연 의원: 가족분들이 실종자 숫자가 줄어들면서 굉장히 불안해하시고 있다. 옆에서 안심시키는 역할이 제일 중요하다. 그리고, 이분들이 할 수 없는 일들을 스스로 찾아서 옆에서 보조해주는 것이다. 여야 의원들이 가족들 옆에 있으니까, 정부도 더 긴장하고 문제를 서둘러 해결하려 한다.
■ 부좌현 의원: 피해 지역인 안산 두 의원이 현장을 지키는 게 정치인으로 당연한 일이라 생각한다. 문제는 여전히 정부 구조작업 기획과 추진력이 부족한 것이다. 장마·태풍 오면 수습 불가능한 시기가 온다.
■ 배 변호사: 가족들이 항상 들어야 했던 말이 “어렵다. 안 된다”였다. 가족들이 듣고 싶은 것은 “된다. 할 수 있다. 해보겠다”라는 말이다. 결국 가족들이 대안을 내야 하는 상황까지 온다. 이런 상황이 반복됐는데 의원들이 수색구조 회의에 참석하면서 정부와 해경의 태도도 전향적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 가족대표: 사실 (의원들에게) 별 기대 없었는데 기대 이상 활동해주고 있다. 하루 일정 끝나면 실종자 가족들에게 다가와 소주 한잔 같이 하는 것도 우리에게 의미가 있다. 저희 넋두리를 들어준다. 의원들이 상주하지 않을 때는 가족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우왕좌왕했다.
■ 사회: 세월호 국정조사, 특별법 등 국회에서 해야 할 일이 많다.
■ 부: 실종자 구조가 가장 시급하다. 대한민국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구조 대안을 찾아야 한다. 그러는 동안 국정조사 준비를 하면 될 것이다. 필요하면 수색작업에 방해되지 않는 범위에서 특위 위원들 모두 팽목항에 와 특위를 가동할 수도 있다.
■ 김 의원: 가족들 트라우마 문제, 잠수사들 피로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6월 말까지 수색에 모든 힘을 쏟아부어야 하는데 특위가 지장을 줘서는 안된다. 다 찾고나서 빨리 극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려면 특별법의 여러사업을 해야 한다. 엄청난 재원이 필요한데, 타이밍을 놓치면 내년 예산에 반영 안 되니까 빨리 해야 한다.
■ 가족대표: 불안한 건 진상조사, 기관보고 때문에 이제서야 팀워크를 맞춰가는 이주영 장관이나 해경청장이 불려 올라가는 것이다. 12명을 찾아야 하는데 우리는 1분1초가 다급하다. 빨리 아이들을 구해야 하는데….
■ 사회: 여야 모두 세월호 이전과 이후 사회는 달라져야 한다고 한다.
■ 배 변호사: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우리 목표는 동일하다. 현재 여의도의 현장 상황과 동떨어진 정쟁은 고질적인 우리 정치의 단면이란 생각이 든다. 진도 국정조사 상황실에서 여야 의원들과 가족이 머리를 맞대는 것처럼, 정부·정치권·국민들이 모두 머리 맞대고 해결책을 찾아야 하지 않나.
■ 자원봉사팀장: 아이들이 살아 있는데 늑장대응 했던 것이 지금도 안타깝다. 수많은 생존자를 구출 못한 정부는 각성해야 한다.
■ 가족대표: 요즘은 사회로 돌아가 국민 일원으로 흡수되어 다시 살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저희 가족들이 사회에 다시 안착할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해 줬으면 한다. 정부 몫이다.
< 진도=이승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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