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15일 대전 유성구 노은동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서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 쪽으로 다가가자 가족들이 울먹이며 손을 내밀고 있다.

17일 고 이승현 군 아버지 이호진씨에 세례성사
 
프란치스코 교황이 17일 숙소인 교황청대사관에서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이호진(56)씨에게 세례를 주기로 했다.
지난달 8일부터 같은 유가족인 김학일씨와 함께 십자가를 메고 안산 단원고를 출발해 진도 팽목항을 돌아 대전에 온 단원고생 고 이승현군의 아버지 이호진씨는 15일 대전 월드컵 경기장에서 봉헌된 미사 전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 만난 교황에게 영세를 받고 싶다고 청했고, 이를 교황이 수락했다.
교황청 롬바르디 대변인은 “청을 받고 처음엔 교황도 깜짝 놀랐지만 (일정상)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청을 수락했다”며 “교황이 영적으로나, 마음으로 세월호 유가족의 고통과 아픔을 공유한 것”이라고 말했다.
롬바르디 대변인은 “교황께서 한국에서 새로운 신자를 탄생시킨다는 것은 이번 방한의 아주 놀랍고 멋진 결과일 것 같다. 아주 작게 보일 수도 있지만 의미 있는 일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호진씨는 애초 16일 교황에게 직접 세례를 받은 뒤 곧이어 교황이 집전하는 시복식 미사에 가톨릭 신자 자격으로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세례 일정이 하루 미뤄졌다. 교황은 시복식 행사에 세월호 유가족 600명을 초청했다.
이씨는 15일 밤 <한겨레>에 “좋은 정도가 아니다”라며 한국인 평신자로는 처음으로 교황으로부터 ‘단독 세례’를 받게 된 소감을 밝혔다.
이씨는 교황의 한국 방문으로 당장 뭔가 달라지리라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털어놨다. 다만 “아직도 세월호 참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교황을 통해 한명이라도 더 진실을 알게 되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 아울러 세례 이후 주어질 ‘교황과의 만남’ 시간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그는 “바티칸 미사는 세계로 알려지니까, 바티칸 미사에서 세월호 얘기를 꼭 해달라고 부탁드리겠다”고 말했다.

3년 전께부터 성당에 다니기 시작한 이씨는 애초 두 가지 세례명을 염두에 뒀다. 하나는 세월호 유가족인 김학일씨의 조상이기도 한 가톨릭 성인 김성우 안토니오의 세례명이다. 다른 하나는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큰 힘을 준 손석희 <제이티비시>(JTBC) 앵커의 세례명인 마르첼리노다. 그러나 교황이 이례적으로 직접 세례를 해주는만큼, 교황이 내려주는 세례명을 받기로 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김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