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멜 김승순 지휘자 연주회서 퇴임 뜻에… 팬들 ‘앙코르’ 요청

“지휘자님, 내년에 다시 뵐 수 있는 거 맞죠?”
여운을 남기며 연주회가 막을 내린 후 김승순 지휘자가 한참 만에 연주회장 밖에 모습을 드러내자, 기다리던 많은 팬들이 그를 에워싸고 사진을 찍으며 너도나도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예멜을 떠나시는 것은 아니지요?” 팬들은 서둘러 확인하고 싶다는 뜻 상기된 모습의 김 지휘자 표정을 살피며 채근했다.

이같은 궁금증은 11월22일 저녁 열린 정기연주회 말미에 김 지휘자가 돌연 ‘고별사’비슷한 인사를 했기 때문이다. 예정된 곡들을 모두 들었음에도 환상적인 연주에 매료된 청중이 기립박수를 멈추지 않자 김 지휘자는 “한인사회에서 지휘자로 34년, 예멜과 함께 16년을 보냈다. 이제 동포여러분 사랑을 기억하며 아름다운 곡 ‘클레멘타인’을 들려드리겠다”고 했고, 한 곡에 만족하지 않은 청중을 위해 다시 “제가 편곡한 ‘새야 새야 파랑새야’를 마지막으로 연주해 드리겠다. 녹두 밭에 새가 앉지말라는 유명한 우리 고유 민요”라며 동학혁명과 녹두장군(전봉준)에서 전래된 것으로 알려진 한국민요로 대미를 장식했다. 이같은 김 지휘자의 언급이 많은 팬들에게 고별인사로 들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8순에 이른 김 지휘자는 최근 주변 인사들에게 그만 무대를 내려오겠다는 뜻을 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지휘를 맡아오던 밀알교회 성가대도 후임을 구하라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하지만 많은 팬들은 예멜의 탁월한 연주실력과 한인사회 음악발전에 기여해 온 그의 위상 때문에 ‘김승순 없는 예멜’은 생각하기 힘들다는 반응들이다. 연주회마다 빠짐없이 참석해 왔다는 열렬 여성팬인 송 모 씨는 “오늘 연주회에서도 학이 춤을 추는 듯한 김 선생님의 지휘모습에 눈물이 날려고 했다. 김 선생님이 지휘를 놓으신다면 감흥이 떨어질 것 같아 예멜의 앞날이 걱정된다”고 전했다. 독특한 카리스마와 남다른 음악열정으로 예멜을 지탱해 온 김 지휘자에 대한 팬들의 기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날 김 지휘자는 “내가 언제 고별사를 했나?”라면서도 “성가대 지휘까지 하면 54년을 했다. 너무 힘들어 좀 쉬려는 것”이라며 “맥아더 장군이 그랬던 것처럼 노병은 죽지않고 사라져갈 뿐”이라고만 언급해 조용히 퇴장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예멜(음악애호가협회: The Yemel Philharmonic Society)은 이사회를 열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유인 이사장 등은 “당장 후임도 없이 지휘를 그만 하실 수는 없으니 얼마간은 맡으셔야 할 것으로 본다”고 입을 모아 당분간 지휘를 계속해달라고 요청할 것임을 밝혔다. 예멜은 1998년 출범 이후 매년 수준높은 연주로 동포사회 음악예술을 선도해오며 2010년부터는 ‘Young Artist Concert를 통해 유망주 양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객석을 향해 인사하는 김승순 지휘자.


아름다운 화음에 갈채‥ 클레멘타인 선사

한편 예멜 합창단과 실내악단은 22일 저녁 토론토 예술센터(Toronto Centre for the Arts) 조지 웨스턴 홀에서 가진 정기 가을연주회에서 클래식 명곡인 모짜르트 현악 4중주곡 ‘Eine Klaine Nachtmusik’와 차이코프스키의 무용조곡 ‘백조의 호수’등의 매혹적인 연주로 객석을 사로잡았다. 비발디의 ‘Credo’(사도신경)로 시작한 합창은 김승순 지휘자가 합창곡으로 편곡하고 아름다운 가사를 붙인 아이네 클라이네 나하트무직의 사계를 잇달아 부르며 청중의 심금을 달뜨게 했다. 후반에는 풍성하고 당당한 성량의 소프라노 심윤지 양이 모짜르트의 오페라 ‘Cosi fan tutte’중의 아리아 ‘Come Scoglio’(바위같이)와 푸치니 오페라 ‘Gianni Schicchi’의 아리아 ‘O mio babbino caro’(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구노의 Romeo et Juliette 중의 아리아 ‘Je veux vivre’(아, 꿈속에 살고 싶어라)를 열창했다. 피아노는 안찬주 씨가 맡았다.

심 소프라노와 김기훈 테너가 협연한 가운데 예멜이 아름다운 화음으로 한폭의 그림을 펼치듯 ‘백조의 호수’를 마치자 객석의 박수가 그칠 줄 몰랐다. 이에 김 지휘자는 청중에 감사인사를 전하며 ‘클레멘타인’과 ‘새야 새야 파랑새야’를 앙코르 선사하며 연주회 막을 내렸다.

< 문의: 416-281-418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