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 10일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를 실시하고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국회특위 및 국민대타협기구를 구성하기로 하는 등 주요 현안에 대한 ‘빅딜’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4대강 사업 국정조사는 실종됐고, ‘정윤회 국정농단 의혹’에 대한 국회 차원의 조사도 포함되지 않았다. 정치란 게 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타협의 예술’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핵심 현안들을 물건 흥정하듯 주고받는 게 과연 바람직한지 여야 모두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 여야 협상 테이블에 올라온 사안들은 모두 국회가 진지하게 접근하고 깊숙이 다뤄야 할, 어찌 보면 의회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과 맞닿아 있는 것들이다.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은 이미 오래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왔고, 자원개발과 방위산업 문제도 예산을 낭비하고 비리 의혹을 방치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행정부의 정책 잘못과 비리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건 의회의 기본 기능이기에, 사실 이런 문제들에 대해선 벌써 국회가 나서 조처를 취했어야 옳다. 공무원연금 개혁 역시 중요하긴 마찬가지다. 이런 사안들을 ‘빅딜’이란 이름 아래 ‘뭐는 넣고 뭐는 빼는’ 식으로 타협을 하면, 4대강과 같은 사안은 국회에서 아무런 책임추궁도 받지 않고 그냥 넘어가게 된다. 이는 국회의 임무를 방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미국 상원이 수년간 중앙정보국(CIA)의 테러용의자 고문 실태를 파헤쳐 행정부의 치부를 드러낸 건, 의회의 역할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교훈적인 사례다. 민주당 출신인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 정보위원장은 보고서 내용과 범위를 축소하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존 케리 국무장관의 요청을 거절하고 원안 공개를 밀어붙였다. 전직 대통령과 정부를 보호하려고 핵심 사안의 조사를 회피하는 새누리당이나, 그걸 용인해주고 “우리가 이겼다”고 자평하는 새정치연합은 이걸 보면서 무엇을 느낄지 궁금하다.
이런 식으로 무원칙한 ‘빅딜’을 하니, 협상이 끝나고도 계속 뒷말이 나오면서 갈등이 끊이질 않는다. 벌써 새누리당은 “공무원연금 처리와 자원외교 국정조사는 동시에 시작해 동시에 끝내야 한다”고 고리를 걸었다. 행정부 비리를 추궁하는 일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는 제도를 바꾸는 일을 연계해서 한꺼번에 해치우자는 건 누가 봐도 억지다. 지금 ‘빅딜’ 대상에 오른 사안들은 하나하나 모두 국민의 관심이 큰 현안이기에 국회에서 책임감을 갖고 별개로 다뤄나가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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