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문제를 회피하는 아베 신조 일본 정부를 향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준엄한 충고를 했다. 일본 정부는 부끄러움과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그리고 군대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과거사 현안의 해결에 적극 나서는 것이 옳다.
일본을 방문한 메르켈 총리는 9~10일 “위안부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것이 좋다”, “과거에 대한 정리는 (가해국과 피해국 사이) 화해를 위한 전제다” 등 진심 어린 충고를 했다. 그의 말이 큰 울림을 갖는 것은 똑같은 2차대전 전범국인 독일과 일본의 자세가 크게 대비되기 때문이다. 과거사 문제를 풀기 위한 독일의 일관된 노력은 유럽 전체의 화해와 통합의 밑거름이 됐다. 메르켈 총리도 2005년 취임 이후 기회가 날 때마다 과거사 반성의 중요성과 자국의 책임을 강조해왔다.
일본 정부의 태도는 여전히 가증스럽다. 이번에도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은 10일 ‘일본과 독일의 전후 처리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고 발을 뺐다. 아베 총리는 패전일(8월15일) 무렵 나올 전후 70년 담화에서 ‘식민지배와 침략’ ‘통절한 반성’ ‘마음으로부터의 사죄’ 등 이전 담화의 핵심 표현조차 빼려 한다. 나아가 지구촌의 공분을 사고 있는 위안부 문제에서는 문제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몰역사적 태도를 나타낸다. 일본은 최근 외무성 누리집에서 “(한국과 일본은) 자유와 민주주의, 시장경제 등의 기본적 가치를 공유한다”는 표현을 삭제하는 몰지각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가해국인 일본이 이런 태도를 고수하는 한 한국·중국 등 피해국과의 진정한 화해는 있을 수가 없다.
일본은 미국이 자신의 입장을 지지할 것으로 믿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은 최근 ‘과거사 갈등은 한·중·일 모두의 책임’이라는 엇나간 발언을 했다. 하지만 군대위안부나 난징대학살을 부정하는 일본에 침묵한다면 미국 또한 전쟁범죄자가 될 뿐이다.(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데니스 핼핀 연구원) 미국이 아무리 중국의 부상을 우려해 일본과의 협력을 중시하더라도 이런 선택을 하리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일본이 가야 할 길은 하나뿐이다. 역사를 직시하고 자신의 책임을 분명히 인정하는 것이 그것이다. 그 가운데에서도 위안부 문제는 해결이 시급하다. 올해는 2차대전 종전 70돌이 되는 해다. 일본이 올해마저 역주행을 하면서 흘려보낸다면 화해는 더욱 멀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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