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서 생동하는 봄을 맞이하려면 영성일기를 써보자. 어릴 때 방학 숙제로 그림일기를 쓰면서 마음의 평강을 얻은 경험이 떠올랐다. 하루를 되돌아보며 한 문장 한 문장 써내려 가다보면 전혀 다른 은혜를 받는다. ‘적자생존’, 적으면 살고 잊으면 죽는다. 기록의 힘은 생각하는 힘보다 크다.
언젠가 ‘프랭크루박’의 <기도일기>라는 책을 접하고 일기의 힘을 알게 되었다. 영성일기는 주님과 은밀한 관계를 맺게 하는 신앙의 비밀병기이다.
나는 베트남에 선교사로 간 적이 있다. 두살 된 딸 ‘예본’이 무좀약을 마시고 죽겠다고 아우성을 쳤다. 나는 그 아이를 오토바이에 싣고 호지민시 ‘쩌라이병원’으로 달렸다. 빨리 위를 세척해야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의사를 찾았다. 그 순간 나에게 예수님은 실제 내 삶의 주인이 아니었다. 아이가 죽어가는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하는 베트남의 열악한 병원 환경을 불평하며 의사를 찾았다.
당신은 정말 어려운 일을 만나면 누구를 찾는가? 아이가 숯으로 위세척을 마치고 눈빛이 돌아오는 것을 보고야, “아이구! 하나님 감사합니다.” 라고 외쳤다. 그제서야 나는 하나님 생각을 한 것이다.
평소 설교하고 교회에서 성도를 대하는 모습과는 너무도 달랐다. 십자가 복음도 아는데, 주님은 나와 친밀한 분인가? 신학도 마치고 영적경험과 헌신도 했지만, 주님은 내 곁에 계시는가? 조직도 행정도 잘 알지만, 주님과 친밀함에 대해서는 너무나 몰랐다. ‘예수님은 성도에게 제일 무시를 당한다.’ 교회와 성도는 전혀 예수님 없이 살아간다. 영성일기를 쓰기 전까지는 이 사실을 몰랐다. 알면서도 순간 순간 주님과 동행하지 못했다.
영성일기를 쓰려면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전혀 안가본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다. 주님이 실제 그 문제에 관여하고 계시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이는 베드로처럼 물 위를 걷는 도전과 같다. 정말 목이 말라 갈급한 사슴이 되신 분만 쓸 수 있다. 이는 시작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십자가의 복음을 정확히 받아들인 사람만이 가능하다. 이제 ‘나는 죽었다’ 하는 고백이 필요하다.
그 방법은 1)마음에 남는 사건을 갖고 예수님의 품안에 머물러라. 2)그때 성령께서 주시는 말씀을 묵상하라. 3)내가 얼마나 ‘말씀’에 따라 순종했는지 돌아보라. 4)순종했을 때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기록하라. 나를 변화시키는 것은 내 ‘의지’가 아니고 ‘기록’이다.
< 박태겸 목사 - 캐나다 동신교회 담임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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