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로그 못따르는 디지털 저장수명
영구저장, DNA가 해법
플로피 디스크·USB는 길어야 10년, CD롬·DVD 수십년
DNA 1g으로 4550억 기가바이트 데이터 저장 가능
온도 10도에서 2000년 동안 보존‥고비용이 걸림돌
아날로그에 비해 디지털은 쉽게 기록하고 저장할 수 있다. 그러나 저장 수명이 상대적으로 짧은 게 단점이다. 플로피 디스크(FD), USB는 길어야 10년, CD롬 DVD 같은 광디스크는 수십년, 아무리 보관을 잘해도 100년을 넘지 못한다. 저장매체들의 물리적 특성이 변질되기 때문이다. 반면 마이크로필름으로 촬영해 보관되는 아날로그 정보는 500년 이상 간다. 잘만 보관하면 천년이 넘게 기록을 보전할 수도 있다. 고대 파피루스 종이는 실제 2천년 이상이 지난 오늘날에도 기록을 온전히 보존한 채 발견되고 있다.
디지털 기록은 또 각각의 독특한 저장 방식이 있어서 이걸 풀어내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인터넷의 근간인 TCP/IP 프로토콜을 개발해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리는 빈트 서프(Vint Cerf) 구글 부사장은 2월13일 미국 과학진흥협회 연례회의에서 “미래엔 현재의 디지털 기록을 못 읽을 수도 있다”며 이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할수록 호환성 문제가 불거져 각 저장매체에 담긴 데이터를 읽어내는 것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저장 수명만 생각한다면 다시 아날로그로 돌아가는 게 좋을까? 하지만 아날로그 기록은 활용도에서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다. 활용되지 못하는 정보는 사장된 정보나 마찬가지다. 영구적인 기록 저장 방법을 찾아나선 과학자들의 눈에 들어온 저장장치가 바로 DNA다. DNA는 기존 디지털 저장매체에 비해 저장 용량과 수명에서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탁월한 능력을 자랑한다. 우선 지구상 모든 생명체의 설계도는 이 작은 DNA에 특정한 형태로 암호화돼 있다. DNA 저장 암호 정보에 따라 생명체는 생장성쇠의 복잡다단한 일생을 단계적으로 밟아간다.
과학 전문지 <뉴 사이언티스트>에 따르면 1그램의 DNA는 이론상 455엑사바이트(1엑사바이트=10억기가바이트)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 이는 현재 구글과 페이스북, 그리고 다른 모든 IT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를 합치고도 남는 양이라고 한다. 클라우드 컴퓨팅 업체인 EMC가 추정한 바에 따르면, 2011년 한 해 동안 생겨난 데이터 총량은 1.8제타바이트(1제타바이트=1조기가바이트)다. 이를 DNA에 저장한다면 4그램의 DNA 하드 드라이브만 있으면 된다.
DNA 저장이란 네 가지 형태의 DNA 염기를 0과 1로 치환하는 것이다. 예컨대 네 가지 염기 중 A(아데닌)는 C(시토신)와, G(구아닌)는 T(티민)와 각각 결합하는데, A와 C는 0으로, G와 T는 1로 설정한다. 지난 2012년 하버드대 연구진은 이런 방식으로 5만3천개의 단어, 11개의 그림, 하나의 컴퓨터프로그램을 포함한 책 한 권을 DNA에 저장한 적이 있다. 이는 5.27메가바이트의 용량이다. 하지만 연구진은 이 정보를 다시 원상태대로 복원하는 데서 문제에 부닥쳤다.
로베르트 그라스(Robert Grass)를 비롯한 스위스연방공대 연구진이 최근 이 숙제를 해결함으로써 DNA 저장 방식에 새 길을 열었다. 연구진이 정보의 완벽한 복원에 활용한 방법은 화석의 DNA 보존 방식이다. 핵심은 수분을 뽑아내는 것이다. 연구진은 DNA를 화석화한 뼈와 구조가 비슷한 실리카로 만든 캡슐에 집어넣었다. 이산화규소라고도 불리는 실리카는 유리의 주요 성분 가운데 하나이다.
스위스 연구진은 83킬로바이트 크기의 문서정보를 4991개의 합성 DNA 조각에 담았다. 각 조각들은 158개의 뉴클레오티드로 이뤄져 있다. 뉴클레오티드란 당, 인산, 염기의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 DNA 사슬의 기본 구성 단위이다. 연구진은 이 문서의 DNA 버전을 오류없이 보존하고 데이터를 다시 읽을 수 있었다. 시뮬레이션 결과 약 10도의 온도만 유지된다면 DNA 형태의 데이터는 2000년 동안 보존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그라스는 영하의 온도 저장은 아마 100만년 이상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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