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같은’ 존재 된다는 뜻
일상생활 속에 녹아들어가
속성모른 채 위험 빠질 수도
에릭 슈밋 구글 회장은 지난 달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의 패널 토론에 참여해 “미래에는 인터넷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과연 그의 말대로 인터넷이 사라질까?
슈밋의 전망은 말 그대로 인터넷이 사라진다는 것이 아니다. 인터넷이 일상생활 모든 영역에 깊이 스며들고 일부가 되어서, 사용자들이 이를 인터넷이라고 인식하지 않게 된다는 의미이다. 슈밋은 “너무 많은 인터넷 주소(IP), 많은 기기와 센서, 몸에 걸치는 물건, 당신이 상호작용을 하면서도 느끼지 못하는 물건이 생겨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람이 옷이나 신발을 착용한 게 오히려 자연스럽고 벌거벗은 상태에 당혹감을 느끼게 되는 것과 유사하다. 그동안 인터넷에 연결된 것은 컴퓨터·스마트폰 등 통신기기와 일부 전자기기가 대부분이었으나, 앞으로 사물인터넷 시대가 오면 주위의 사물 대부분이 인터넷에 연결되는 세상이 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전망이다. 이미 인터넷으로 집의 냉난방이나 조명 기구를 원격 조종하는 현실이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그 쓰임은 커지지만 사용자는 의식하지 않게 된다. 일찍이 20세기 초 영국의 수학자이자 분석철학자인 화이트헤드는 “문명은 우리가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고도 수행할 수 있는 중요한 일들의 가짓수를 늘리면서 진보한다”고 말한 바 있다. 1988년 제록스 팔로알토 리서치센터(PARC)의 마크 와이저 박사는 유비쿼터스 컴퓨팅의 이론적 토대와 개념을 제시하며, 그 특성을 “가장 심오한 기술은 사라져버리는 기술이다. 뛰어난 기술은 일상생활 속으로 녹아들어가 식별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작가 아서 클라크도 “고도로 발전한 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술은 점점 더 복잡해져도 사용은 편리해진다. 전자기술을 대거 채용한 최근의 승용차도, 기능은 복합적이 되고 향상됐지만 사용법은 더 간단해졌다.
존재를 숨긴 기술은 사용자에게 편리해 보이지만, 기술의 막강한 속성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존재를 의식하지 않고 사용하는 사람을 위험에 빠져들게 한다. 정보 비대칭을 이용해 설계자와 권력자들은 우리 일상을 지배하도록 기술을 설계·운용하기 때문이다. 사용자는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쉴새없이 ‘좋아요’를 누르고 자신의 상태를 드러내보이고, ‘당신이 알만한 친구’를 제안받아 누른다. 사용자는 자신이 선택한 행위라고 여기지만, 그 매트릭스는 사용자들로 하여금 더많은 데이터를 제공하도록 한 설계자 의도로 만들어졌다. 인터넷은 사라지지 않는다. 사용자가 기술의 구조와 성향을 의식하고 좀더 인간적 요구를 요청하지 않는다면, 숨어버린 기술의 지배를 받게 될 운명이다.
<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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