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내 ‘창문없는 비행기’ 나온다

● 토픽 2014. 12. 4. 15:10 Posted by SisaHan

천장 벽이 온통 OLED 스크린… 하늘풍경 ‘파노라마’로


몇 년 뒤에는 고도 1만 미터의 비행기 안에서 조그만 창문 대신 비행기 천장을 뒤덮은 화면을 통해 바깥 하늘 세상을 맘껏 구경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다. 미래의 항공여행 수단으로 창문 없는 비행기 개발 구상이 올해 들어 잇따라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영국 정부 출연기관인 프로세스혁신센터(CPI=Centre for Process Innovation)는 지금과 같은 창문을 없애고 기체 천장과 벽 전체에 걸쳐 고해상도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곡면 스크린을 설치한 여객기 디자인을 공개했다.

신개념 여객기 어디까지?
스크린에는 비행기 외벽에 장착한 파노라마 카메라들이 촬영한 외부 풍경이 펼쳐져, 탑승객들은 아무런 시야 방해 없이 비행기 주변의 하늘과 땅 풍경을 360도 파노라마 화면으로 볼 수 있다. 이 스크린은 터치스크린 컴퓨터로 쓸 수도 있다. 창쪽 좌석에 앉은 승객들은 스크린을 터치해 인터넷을 하거나 이메일을 확인하는 등 개인용도로 활용할 수도 있다. 또 안쪽 좌석에 앉은 승객들은 자신의 앞쪽 좌석 등받이에 내장된 스크린을 이용해 다양한 영상들을 즐길 수 있다. ‘창문 없는 비행기’는 아직 디자인 단계에 있다. 그러나 센터 관계자들은 10년 안에 이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비행기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스크린은 승객들의 엔터테인먼트 용도 말고도 부드러운 기내 조명을 제공해주는 역할도 한다. 또 일출, 일몰에 맞춰 조명 패널의 색상을 조절해줌으로써 승객들이 시차에 따른 피로감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스크린을 설치한 목적이 승객들의 즐거운 여행을 위해서만은 아니다. 더 실질적인 목적은 비행기의 무게를 줄여 운항에 들어가는 비용을 덜어보자는 데 있다. 지금의 창문을 얇은 디스플레이로 바꾸면 벽 두께가 얇아져 그만큼 무게도 가벼워진다. 비행기 동체의 무게가 줄어들면 연료가 절감될 뿐 아니라 유해한 온실가스 배출량도 줄어든다. 이는 항공요금을 더 낮출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준다.

벽이 얇아지는 만큼 좌석 공간에도 좀 더 여유가 생긴다. 1석4조의 효과를 거두는 것이다. CPI 쪽은 비행기 무게를 1% 줄이면 연료 소비량을 0.75%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 운항하는 비행기 총중량의 80%는 비행기 동체와 연료이고, 나머지 20%만이 승객과 화물 무게에 해당한다.
CPI는 약 5년 뒤에는 실제 비행기에 장착할 수 있는 OLED 스크린을 개발해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영국 북동부 더럼주 세지필드에 있는 이 센터는 10년 전 영국 정부가 신기술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출범시킨 고부가가치발진(High Value Manufacturing Catapult) 프로젝트의 한 멤버이다.
앞서 프랑스의 테크니콘 디자인(technicon Design)도 지난 8월 창문 없는 비행기 디자인을 선보였다. ‘익시온’(Ixion)이라는 이름의 이 비행기는 자가용 비행기를 겨냥한 콘셉트로, 좌석을 매우 널찍하게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동체와 날개에 카메라를 달아 비행기 천장과 내벽을 뒤덮은 디스플레이에 비행기 바깥 풍경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점에서 CPI의 디자인 콘셉트와 일치한다.


다만 익시온은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달아, 여기서 얻는 에너지로 디스플레이에 전기를 공급하는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 익시온은 영국의 한 유명 디자인 매거진이 주는 ‘2014 국제요트항공상’(International Yacht & Aviation Awards)에서 외부디자인부문상을 받았다.
또 지난 2월엔 미국 보스턴의 엔지니어링업체인 스파이크 에어로스페이스(Spike Aerospace)는 현재 개발중인 초음속 자가용 제트기 ‘S-512’에 창문 없는 디자인을 적용해 발표했다. 일반적인 여객기가 시속 567마일 속도로 비행하는 데 비해, 이 초음속 제트기는 시속 1700~1900㎞(1060~1200마일, 마하 1.4~1.6)의 속도로 날아간다고 한다. 이렇게 더 빨리 날 수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엔진과 기체를 개선한 덕분이지만 창문을 없앤 것도 속도를 높이는 데 한몫한다고 회사쪽은 밝혔다. 회사쪽은 “창문은 비행기 동체를 설계하고 만드는 데 큰 골칫거리였다. 왜냐하면 창문을 만들려면 그것을 지탱해줄 추가 구조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비행기를 더 무겁게 하는 요인이다.”라고 설명했다.

스파이크의 초음속 제트기는 18명의 승객을 태우고 최고 시속 2200㎞(1370마일, 마하 1.8)을 낼 수 있다고 한다. 이는 보통의 자가용 제트기보다 두배나 빠른 것으로, 이 속도로 비행할 경우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출발해 도쿄까지 6시간만에 도착한다. 회사쪽은 앞으로 4년 후인 2018년 12월부터 창문 없는 초음속 자가용 제트기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사쪽이 예상하는 시판 가격은 7400만 달러(약 777억 원).
창문 없는 비행기는 탑승객들에게 마치 하늘을 나는 양탄자에 앉아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심장이 약한 사람들은 하늘에 둥실 뜬 느낌이 들어 공포감에 떨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 비행기를 타려면 안전벨트만큼은 단단히 조여매야 할 듯싶다.
< 곽노필 기자 >